[최철민 변호사의 스타트업×법] 경쟁사가 자사 상품을 베낀다면 어떻게 응징해야할까?
대부분의 지식재산권은 저작권법,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4대 지재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공백이 있다. 예를 들어 저작권법에서는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디어’ 자체를 도용한다거나, 특허청에 특허나 디자인 등록을 안 했거나 등록되기 어려운 정도이지만 상품디자인이나 기술을 도용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부정경쟁방지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 줄여서 ‘부경법’에서는 4대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을 보호하고 있다. 대신 보호해주는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실제 분쟁 시 해석을 매우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앞선 4대 지식재산권 침해와 동시에 문제되는 경우에는 ‘보충성의 원리’로 부경법은 판단하지 않는다. 4대 지식재산권이 우선 적용이기 때문이다.
부경법으로 문제되었던 대표적인 침해행위를 살펴보자.
알고케어 vs 롯데헬스케어 약 디스펜서 모방사건, 2. 소프트리 벌꿀 아이스크림 모방사건이 있다.
알고케어 vs 롯데헬스케어의 모방사건
알고케어는 영양제나 알약의 디스펜서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2023년 CES에서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와 비슷한 알약 디스펜서 제품을 선보여서 문제가 발생했다. 왜냐하면 이전에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와 해당 디스펜서에 대해 업무 협의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로는 롯데가 알고케어에게 롯데 브랜드로 출시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알고케어가 거절한 적이 있다고 한다.
롯데헬스케어나 만든 알약 디스펜서와 알고케어의 상품은 상품 모양은 한눈에 봐도 다르다. 문제된 부분은 디스펜서 제품의 핵심인 알약 카트리지 구조와 원리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알고케어가 아이디어 및 기술 도용이라고 문제제기를 했을 때 롯데헬스케어는 당연히 부인을 했다. ‘베낄정도의 기술력이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결국 알고케어는 중소기업벤처부에 기술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해당 쟁점에서는 저작권법이나 특허법으로는 보호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 롯데 측은 알고케어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로 역공을 했다. 해당 분쟁들이 알려지면서 언론과 업계에서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탈취라는 기사와 소문이 쏟아져 나오자, 롯데 측은 결국 특허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조정에서 해당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필자 사견으로는 만약 해당 사건이 언론에 주목받지 못하고, 법적인 기준으로만 판단했다면 알고케어가 유의미한 승리를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알고케어도 저작권이나 특허권으로는 보호받지 못함을 알기에 중기부 조정으로 신청했을 것이고, 상대방도 해당 쟁점이 상품과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 정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알고케어 디스펜서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상태였다면 부경법으로도 보호받을 가능성이 클 수 있다.
‘벌꿀 아이스크림’ 상품 모방 사건
지금은 유행이 좀 지난 것 같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부드러운 우유아이스크림에 진짜 벌집채꿀을 올려놓은 일명 ‘벌꿀 아이스크림’이 히트를 쳤었다. 해당 상품을 처음 개발해서 판매한 곳은 ‘소프트리’였는데, 이후 ‘밀크카우’가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게 된 것이다. 원조 소프트리는 상대방을 부경법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론은 원조(원고)가 졌다.
재판에서는 양사의 상품 모양과 아이디어가 유사하다는 것은 인정이 됐다. 누가 봐도 비슷하긴 하다. 중요한 쟁점은 상품 모양의 ‘정형성’이었다. 즉, 아이스크림 위에 벌꿀채꿀을 올려놓는 아이디어는 동일하나 그 중요한 벌꿀채꿀의 모양이 ‘정형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문할 때마다 매장 직원이 즉석으로 떼어서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꿀을 올려놓는 위치도 제각각이었으며, 정형성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아이스크림에 토핑으로 벌집 그대로 꿀을 올려놓는 것만으로는 위법한 모방행위로 보지 않은 것이다. 후일담이지만 원조인 소프트리가 법정다툼에서 졌으나, 후발주자인 ‘밀크카우’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대중들에게 ‘짭’으로 인식되어서 그런지 시장 경쟁에서 진 것으로 보인다.
부경법 자체가 4대 지식재산권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IP를 보호하는 조항이지만, 부경법 내에서도 특정 유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것까지 전부 포함할 수 있는 ‘쌍끌이’ 조항이 있다. 바로 아래의 부경법 제2항 제1호 ‘파목’이다.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굉장히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조항이다. 한마디로 남이 어렵게 쌓아 올린 성과를 ‘무임승차’해서 피해를 주는 것을 막겠다는 유사 사건 중에서는 ‘여기어때 VS 야놀자’ 사건이 대표적이다. 후발주자인 여기어때가 야놀자의 앱 API에 들어가 숙박정보를 크롤링해온 것이 문제되었다. 비록 저작권법 등에 따른 형사재판에서는 침해자인 여기어때가 무죄를 받았지만, 민사에 해당하는 부경법에서는 해당 조항에 따라 여기어때에게 10억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다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회사가 아니라면 실무상 부경법 해당 조항으로 구제 받기는 매우 어렵다. IP보호를 위한 4대 지식재산권법과 부경법의 구체적인 보호조항(제2조 제1홍 가~타목 12개)이 있음에도 마지막 보루인 해당 ‘파목’으로 판단할 때는 법원이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경법은 형사와 민사가 둘다 적용되는 조항이 있고, 민사만 가능한 경우가 있다. ‘상품형태모방’행위는 대표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위에 살펴본 ‘쌍끌이’ 조항인 파목(성과도용)은 대표적인 민사만 적용되는 조항이다. 즉,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다. 형사처벌 대상인 ‘상품형태모방’ 행위는 형사고소를 당할 경우 3년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 나올 수 있는 엄연한 범죄이다.
-저자소개 : 최철민 최앤리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저자 브런치 : 변변찮은 최변 [스타트업 ×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