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앤리의 스타트업×법] 크롤링 관련 법령에 따른 적법성
플랫폼 사업의 확장성과 발전가능성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 사업에서 핵심적인 역량 중 하나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나름의 기준으로 정리, 체계화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플랫폼 사업자들간 경쟁환경에서 누가 더 데이터를 많이 모으고 이를 다시 재생산해내냐가 중요한 성공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때로는 다른 플랫폼 사업자의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으니 자유롭게 써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그 데이터를 끌어다 오거나 영업에 활용하여 문제가 된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저희 사무소는 타사의 리뷰를 자사몰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 검토를 요청받은 적도 있었는데요. 이렇게 다른 플랫폼 뿐만 아니라 웹 세상에 널리 퍼져있는 정보들을 탐색하여 수집하는 작업 내지 기술을 소위 ‘크롤링’이라고 하며, 데이터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경쟁사간 크롤링으로 인한 법적 분쟁이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 글에서는 크롤링과 관련되는 법령을 살펴보고, 이를 근거로 크롤링의 적법성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크롤링과 관련되는 법령
크롤링의 대상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데이터의 종류만큼 매우 다양하겠지만, 크롤링의 대상은 타인의 웹사이트의 글, 그림, 사진 등의 창작성이 있거나 만든 사람의 개성이 나타난 창작물이 될 수 있고, 나아가 소스코드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체계화하여 접근, 검색하도록 만든 편집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를 포괄하여 누군가의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크롤링을 한다는 것은 이러한 창작물, 편집물 혹은 성과들을 만든 사람의 동의나 허락 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수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위와 같은 크롤링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관련 법령 및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4조 : 크롤링의 대상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서 저작물일 경우
-저작권법 제2조 제17호 : 크롤링의 대상이 홈페이지의 배열, 구성 내지 체계 등 창작성이 있는 경우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 : 크롤링의 대상이 편집물에서 더 나아가 편집물을 구성하는 소재에 접근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 : 크롤링의 대상이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인 경우
크롤링 행위의 적법성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에서 정의하고 있는 저작물 즉,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데, 저작권법 제4조에서 저작물의 예시로 글로 표현된 어문저작물, 미술저작물, 사진저작물,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등을 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작권법 제2조 제17호의 편집저작물은 위 저작물을 포함하여 문자, 영상 등의 소재의 선택, 배열 또는 구성에 창작성이 있는 것으로서 웹상 홈페이지가 편집저작물에 해당합니다. 다만, 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만든 사람의 창작성이나 적어도 창조적 개성이 드러난 것이어야 하고, 단순한 사실이나 의견을 짧게 기재한 후기, 리뷰 등은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겠습니다.
이러한 저작물을 창작한 자는 저작권(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을 가지게 되고, 그 저작자의 허락이나 저작재산권의 양수를 받지않고서는 함부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크롤링을 통해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하여 이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활용한다면, 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저작권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저작권법 제123조 이하).
아울러 위와 같은 저작물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혹은 어플리케이션 내 데이터의 분류, 검색체계 구축, 정보 입력 프로그램 개발, 데이터 운영 및 관리, 디자인 개발 등을 통해 데이터를 쉽게 열람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로 인정되어 저작권법 제91조 이하에서 별도로 보호를 받기도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구인∙구직사업 등을 운영하는 회사가 동일하게 온라인 리크루팅 서비스, 채용대행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경쟁사의 채용정보를 허락 없이 크롤링하여 자사 사이트에 게재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위 경쟁사의 웹사이트를 데이터베이스로 인정하여 저작권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다224395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4. 6. 선고 2016나2019365 판결 참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에서 부정경쟁행위 중 하나로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크롤링의 대상이 되는 데이터, 소스코드, 홈페이지의 구성 및 배열 등은 해당 사업자가 상당한 마케팅 및 개발 비용과 인적자원을 장시간 투여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면, 위 크롤링 행위는 위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것입니다. 부정경쟁행위를 한 자는 손해배상책임 등 민사상 책임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으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이하). 실제 숙박정보를 제공하는 인테넷 웹사이트 및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회사가 경쟁사의 웹사이트 및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하여 제휴 숙박업소 목록, 주소, 정보, 가격 정보 등을 크롤링하여 영업을 위해 내부적으로 공유한 사안에서 법원은 이를 위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2. 8. 25. 선고 2021나2034740 판결).
이상과 같이 크롤링과 관련하여 적용될 수 있는 법령 및 조항과 크롤링 행위의 적법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크롤링의 대상이 되는 데이터의 형태, 종류, 창작성이 있는지 여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여부 등에 따라 크롤링의 적법성이 달라지므로, 공개된 정보라고 하더라도 설명해드린 관련 법령의 내용, 사례들 잘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최앤리 법률사무소 문재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