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 소멸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의 79%가 청년층으로, 이는 지방의 생산 인력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과 양질의 일자리를 꼽는다. 반면 지방의 일자리 질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 투자가 단발적이고 소규모로 진행되어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또한, 각종 규제로 인해 민간 기업들의 지자체 사업 투자도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지역 간 양극화는 수도권의 과밀화와 경쟁 심화를 초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궁극적으로 출산율 감소와 인구 절벽으로 이어져 한국 사회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희망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지역 가치 창업가들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기존 상인들과 협력하여 ‘리단길’과 같은 특색 있는 상권을 조성하며, 지역 가치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함께,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움직임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모색 중이다.
올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 ‘글로컬 상권 프로젝트’를 신설하고, 6월 글로컬 상권 창출팀 3곳과 로컬브렌드 상권 창출팀 5곳 총 8곳을 선정했다.
글로컬 상권 프로젝트는 소상공인·지역상권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고자 관계부처 및 산하기관, 지자체, 그리고 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민·관 협력 사업이다. 전주·수원·통영 등 외국인 관광객 특화 ‘글로컬 상권’ 3곳과 제주·양양·충주·강릉·상주 등 테마 기반 ‘로컬브랜딩 상권’ 5곳을 시작으로 타 지자체로 지속 확장 예정이다.

24일 전북 전주 남부시장 내 문화공판장 작당에서 ‘글로컬 상권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민간·정부 합동출범식이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에는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지자체 단체장과 부단체장, 소전국상인연합회장, 유관기관장, 글로컬상권 참여기업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출범식은 글로컬·로컬브렌드 상권팀들의 청사진 발표, 토크콘서트 등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글로컬·로컬브렌드 선정지 소재 8개 지자체, BC카드는 글로컬·로컬브렌드 상권 육성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토크콘서트에 직접 패널로 나서 글로컬 창출 사업을 기획하게 된 배경을 소개하고, 전문가, 지자체 공무원, 글로컬·로컬브렌드 창출팀과 함께 ‘지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주제로 현장제언을 듣고 토론했다.

오영주 장관은 “인구소멸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지역의 성패는 정주인구보다 관계인구 유치에 달려있다”며 “이번에 선정된 글로컬 상권이 지역소멸과 지역경제 문제 해결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장관은 또한 지역 소멸 방지에 있어 창의성 기반의 소상공인 역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의식주와 같은 생활문화를 기반으로 지역의 공간, 제품, 서비스 등을 콘텐츠화하면 세계인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지역에 사람이 유입되고 일자리가 창출되어 결과적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컬브랜드 육성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오 장관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게나 성심당과 같이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며 “이러한 앵커브랜드가 상권에 있거나 성장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찾게 되고 상권과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컬과 로컬브랜드 상권 창출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에 대해서는 “민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지역에 상권기획자와 같은 팀들이 들어와 지역을 살릴 때 이들을 잘 뒷받침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오 장관은 “지역을 소멸의 도시, 위기의 도시로 바라보는 대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기회의 장으로 봐야 한다. 소상공인을 기업의 씨앗으로 보고 중소기업, 대기업으로 육성하며, 소상공인이 모인 골목 ‘상권’을 새로운 골목 ‘산업’으로 육성한다면 지역의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그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글로컬 상권 창출팀’에는 전주(대표기업 크립톤), 수원(대표기업 공존공간), 통영(대표기업 로컬스티치)이 선정되었으며, ‘로컬브렌드 상권 창출팀’에는 제주(카카오패밀리), 충주(대표기업 보탬플러스협동조합), 상주(대표기업 아워시선), 양양(대표기업 라온서피리조트), 강릉(대표기업 더루트컴퍼니)이 선정되었다.
‘글로컬 상권 창출팀’에게는 첫해 최대 55억원, 5년간 최대 155억원을 투입한다. 글로컬 상권이 되려면 매력적인 공간기획 외에도 창의적 소상공인 육성이 동반되어야 하는 만큼, 기존 로컬브렌드 창출 사업 외 상권활성화사업, 매칭융자, 동네펀딩 등 10여 개의 관련사업을 동시 지원할 계획이다.
로컬브렌드 상권 창출팀의 경우 지자체와 공동으로 2년간 최대 10억원을 지원한다. 첫 해에는 중기부가 공동 브랜딩, 상품개발 등 로컬비즈니스 확장과 지역 예비소상공인의 창업·혁신 프로그램 운영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 5억원을 지원하고, 2년차에는 지자체가 상권연계 축제기획, 공동브랜딩 확장 등 골목산업을 확산할 수 있는 자금 5억원을 지원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은 독특한 지역 특성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 및 인프라 구축을 통해 침체된 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전주시는 대표 기업인 크립톤을 중심으로 웨리단길(웨딩거리)과 객리단길(전주객사길), 영화의거리 등 원도심 상권을 주 무대로 글로컬 테마상권 앵커스토어 구축과 운영, 로컬브랜딩 장인학교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동네상권 발전소 운영 등 로컬 문화콘텐츠의 연결과 융합을 통해 ‘K-라이프스타일’ 세계지역화 테마상권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수원시 대표 기업인 ‘공존공간’은 이달부터 수원시와 함께 수원 행궁동 일원에 대한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특히 지역 주민과 상인에게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상권 모델 등을 소개하는 등 교육·컨설팅·육성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통영시 대표 기업인 로컬스티치는 통영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로컬 크리에이터 발굴과 지속가능한 상권 창출을 목표로 로컬브랜드 창출, 장인학교 운영, 동네상권컨설팅, 동네단위 크라우드 펀딩 등 세부사업을 항남동 골목상권 위주로 추진한다.
제주 로컬브랜드 상권 창출팀으로 선정된 카카오패밀리는 제주에서 ‘모모마을 세화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김정아 카카오패밀리 대표는 마을 단위의 협력적 창업 방식을 제안했다. 세화리 모모마을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로컬 크리에이터는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청년들이다. 김 대표는 “이제는 하나의 창업을 위해 하나의 마을이 함께 움직여야 할 때”라며 로컬브랜드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리임팩트 창업 캠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개인 중심의 전통적 창업 모델에서 벗어나, 지역 공동체의 역량을 결집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사한다.

한편 출범식이 열린 같은 장소에서 오는 27일까지 ‘지역의 미래 글로컬, 소상공인의 미래 라이콘’을 주제로 한 페스타가 진행된다. 이번 페스타는 플리마켓과 로컬콘텐츠 대학 전시와 공연, 로컬브렌드 팝업스토어, 컨퍼런스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남부시장 내 하늘정원에서는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여름방학 맞이 야시장 문화예술마당’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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