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컨텍 대표 “0.9% 안에 들어가는 인사이트만 있다면…”
텍사스의 해안 마을 보카치카가 스페이스엑스의 활동으로 인해 급격한 변모를 겪고 있다. 이 작은 마을은 최근 몇 년 사이 스페이스엑스의 주요 우주선 개발 및 발사 기지로 탈바꿈하면서, 지역 사회와 경제, 환경 전반에 걸쳐 큰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스페이스엑스의 보카치카 기지 설립은 지역 경제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개선이 이루어지며, 특히 기술 인력과 관련 서비스 업종에서 고용 기회가 크게 늘어났다. 또한 우주선 발사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숙박업과 요식업 등 관광 산업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다양한 우주항공 분야 스타트업이 속속 비수도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전과 제주도에 사업 기반을 둔 ‘컨텍(CONTEC)’이 있다. 컨텍은 우주 스타트업 최초로 상장한 기업으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공채 1기 출신인 이성희 대표가 2015년 연구원 창업 방식으로 설립했다.
컨텍은 2020년 6월 제주도 용암해수단지에 위성 및 위성발사체 데이터를 수신하고 관제하는 지상국을 구축했으며, 현재 세계 9개국에 10개의 지상국을 운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난해 4월부터는 제주도 한림읍 상대리에 200억 원을 투자해 ‘아시안 스페이스 파크(ASP: Asian Space Park)’를 조성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컨텍 자체 지상국 안테나와 미국, 노르웨이 등 해외 우주기업 안테나 등 총 12기의 저궤도 위성용 안테나 단지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전 충남대학교에서 개최된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서밋 2024’에서 이성희 컨텍 대표가 자신의 창업 사례를 공유해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창업 전략
이 대표는 지역에서의 창업 동기에 대해 “우주 산업 생태계에서 리드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다. 대한민국을 세계 우주 산업의 리더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전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와 출연연구소의 지원을 활용했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과의 경쟁을 경험하면서 한국 기업도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며 글로벌 지향적 접근이 컨텍의 성공적인 상장과 세계적 우주 기업으로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지역 창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제언
이 대표는 지역 창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단순히 지역 내 지원과 성장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 내 우수 인재 양성은 물론, 해외나 다른 지역의 우수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우주 산업의 시장 규모가 약 534조 원에 이르는 반면,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0.8%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하며 “우주 산업은 한국 내에서 로컬 비즈니스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 환경과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
이 대표는 컨텍의 초기 투자 유치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100개가 넘는 투자사를 만나고도 투자 유치에 실패한 경험을 언급하며, 관련 정보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하지만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시드 펀딩을 받아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상장까지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그는 “지역 창업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체계적인 투자 환경과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주 산업과 같은 고위험, 고수익 분야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투자와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람이 만사” 인재 육성과 영입
컨텍은 지역 인재 영입과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충남대학교와 한밭대학교 출신 인재들을 중심으로 인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8개 지역 대학과 협력해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자 우주 항공 인재 육성 정책이다.
이 대표는 “지역 내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지역 내 인재뿐만 아니라 전국의 인재를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컨텍은 지난 1월 대전에서 ‘컨텍 하이어링 데이’라는 공개 채용 행사를 최초로 개최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충남대, 한남대, 부산대, 연세대 등 전국 20여 개 대학에서 약 100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세상을 이끄는 1% 안에 들어간다면…
이성희 대표는 유럽우주국(ESA) 비즈니스인큐베이션센터(BIC)의 성공 사례를 들며 한국의 지역 창업 생태계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ESA BIC는 유럽 60여 개 도시에 설립되어 우주 관련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센터는 선정된 스타트업에 최대 2년간의 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지역 내 기업, 대학, 연구 기관, 정부 및 투자자 커뮤니티와의 연결을 지원한다. 또한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업무 공간도 함께 제공한다.
이 대표는 “ESA BIC를 통해 설립된 스타트업만 700개가 넘는다”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모델을 지역 창업생태계에 적용한다면 전략적으로 생태계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이성희 대표는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소유의 종말’을 인용하며 지역 산업 생태계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리프킨은 세상은 0.1%의 창의적 인간과, 0.9%의 통찰력 있는 인간이 있고, 1%의 인간이 문명을 이끈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을 지역 발전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컨텍이 0.1%가 될 수는 없겠지만 0.1%가 가는 길을 이해하고, 그 길이 펼쳐지기 전에 그곳에 거점을 둔다면 0.9%에는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이는 혁신의 선두주자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방향을 예측하고 준비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다는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지역 발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각 지역도 0.9% 인사이트만 있으면 전 세계를 리드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지역 산업 생태계 구축에 있어 이러한 전략적 사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