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서비스로 하루 살기 #5] 사랑하는 남자가 아닌 치즈가 깨워주는 아침
어김없이 6시 알람이 울렸고 내 하루는 시작됐다. 유난히 아침잠이 많은 날 깨워주는 건 우리 엄마도, 사랑하는 내 남자도 아닌 ‘알람몬‘의 치즈. ‘치즈’는 사자같이 생긴 친군데, 사실은 사자가 아니라 ‘사자인 줄 아는’ 햄스터다. 갈기처럼 붙어있는 꽃잎 세 장을 떼어주며 ‘넌 사자가 아니야’를 확인시켜주면 미션 수행 완료. 그리고 자연스레 잠이 깬다.
‘언젠가는 이 친구가 아니라 사랑하는 남편이 날 깨워주는 날이 올 거야’
출, 퇴근마다 2호선을 타고 서울을 한 바퀴 가까이 돌아야 하기에 만만한 동선은 아니다. 하지만 갈아 탈 필요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다는 것과 처음부터 앉아갈 수 있다는 것으로 매일 위안을 삼고 있다. 또한 앉을 수만 있다면 아침, 저녁으로 한 시간씩 확보된 개인 시간이 아닌가.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의 시간은 콘텐츠 소비의 시간이다. 우선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채널들을 한 번 훑어본 후 ‘데일리‘ 서비스를 통해 오늘의 뉴스를 듣는다. 데일리는 뉴스, 날씨, 트렌드, 어학, 스타트업의 카테고리로 총 14개 채널이 있는데, 분야 별로 그리 길지도 어렵지도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 가볍게 듣기 좋다. 관심 가는 것들을 이것저것 듣다가 마지막엔 항상 스타트업 채널, 스타트업 인사이드를 듣는다. 아주 자연스레 김태미 아나운서의 ‘오늘은 내가 스타트-업!’을 따라서 중얼거리고 있으면 내릴 데가 다 됐다는 신호다.
사무실 도착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업계 모니터링이다. 참고할만한 기사나 강의 자료가 될 만한 것들은 따로 ‘솜노트‘에 스크랩해 둔다. 최근 커뮤니케이션이나 콘텐츠 소비 및 생산 행태 자체가 웹과 모바일의 구분 없이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 동기화가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이런 면에서 솜노트는 꽤 쓸 만하다.
모니터링을 끝낸 후 오전 기사를 하나 마감했다. 다음 주에 있을 인터뷰 일정도 조율 완료. 시계를 보니 11시다. 오늘 점심은 파트너사의 담당자를 소개받는 자리다. 2주 뒤에 있을 중화권 사업에서 코웍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얼마 전 새로 생긴 중식당이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며 ‘포잉‘을 찾았다. ‘7월 9일, 오후 12시, 4인 식사, 조용한 창가자리’로 예약 완료. 전화로 일일이 확인할 필요도 없고 예약이 완료 되면 함께 초대된 사람에게도 푸시 알림이 간다. 자, 오늘은 어떤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점심 식사를 끝낸 후, 따뜻한 햇살 아래 나른해진다. 사무실로 그냥 들어가자니 아쉬운 마음이다.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이나 하자며 선정릉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한껏 바람을 느낀 뒤 오늘 미팅 내용과 오후에 처리할 업무에 대해 머리 속으로 정리하며 주변 코워킹스페이스를 찾았다.
일단 이번 주에 있을 행사 케이터링 서비스부터 주문했다. ‘올댓케이터링‘은 다양한 업체들의 메뉴를 한 번에 추천받을 수 있어 고르는 맛이 있다. 더구나 행사 당일 업체와 함께 세팅을 해주고 있어 믿음이 간다. 이걸로 행사 준비는 완료.
더불어 오늘 점심 미팅 때 소개 받은 분의 명함을 다시 한 번 훑어 봤다. 남다른 에너지가 느껴진 분이라 앞으로의 인연이 기대가 된다. 자주 보게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리멤버‘로 명함 사진을 찍었다. 잠시 후 새 명함이 라이브가 됐다는 알림이 떴다. 빠르긴 진짜 빠르다는 생각을 하며 넣어 두려는데 다시 새 알림이 떴다.
‘김보경님의 명함이 라이브 되었습니다.’
보경은 몇 달 전 우리 회사의 인턴으로 근무했던 친구다. 무척 싹싹하고 밝아 기억에 남는다. 원하는 회사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입사에 성공했나보다. SNS를 확인해보니 역시 좋은 소식이 맞다.
내 사회초년생의 시절을 떠올라 괜한 웃음이 지어졌다. 보경은 어딜 가나 예쁨 받을 친구다. 사회인으로서의 출발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보경과 꼭 닮은 꽃을 ‘꾸까‘에서 주문했다. 꾸까는 플라워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중 하나인데, 일반 꽃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아닌데다가 매번 구성이 바뀌어 선물용으로 자주 활용하는 서비스이다. 꽃과 함께 그 이상의 특별함을 선물하는 기분이랄까. 항상 꽃처럼 예쁘게 피어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보경도. 그리고 나도.
이것저것 잡무가 많았다. 내일 발행될 기사까지 마무리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에 도착해 팀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퇴근 준비를 했다. 그때 대표님이 웃으며 말씀했다.
“수지님, 내일 생일이지? 건물 1층에 생일 선물 준비돼 있으니 얼른 내려가봐. 여행 잘 다녀오고. 돌아오면 일이 폭발일 거야.”
기대감에 부풀어 내려간 건물 1층 앞에는 검정색 고급 세단이 서있었다. ‘한 스타트업의 흔한 복지가 이 정도지’ 하며 우버 기사님의 에스코트를 받아 차에 탑승했다.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난 이 편안함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비용 역시 등록된 회사 카드로 알아서 처리가 될 테니. 깔끔하게 모든 업무를 마무리한 후 퇴근했다는 생각이 들자 내가 앉은 자리가 그렇게 포근할 수 없다. 깊게 숨을 한 번 들이 쉰 후 천천히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한강에 햇살이 반짝인다.
자, 이제 떠나볼까?
함께 한 스타트업 : 알람몬, 데일리, 솜노트, 포잉, 올댓케이터링, 리멤버, 꾸까, 우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