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506]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찾아서” 마이클 응웬과 디지털 정화 프로젝트

마이클 응웬 ‘썬플라워 AI 랩스’ CEO ⓒ플래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 마이클 응웬(Michael Nguyen)은 확실히 후자다. 디지털 세상에서 숫자 너머의 가치, 즉 신뢰를 측정하겠다는 그의 시도는 단순한 사업을 넘어 하나의 철학처럼 느껴진다. 오후의 햇살이 긴 그림자를 드리운 시간, 인터뷰 룸에서 노트북과 녹음기를 준비하던 순간, 그가 도착했다.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와 몇마디 나누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사람이 스타트업 CEO인가?’하는 의구심이었다. 통상적인 기술 스타트업 CEO들이 보여주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나 미래 기술에 대한 과장된 비전 제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는 소설가나 철학자처럼 차분하고 사색적인 인상을 주었다.

어린 왕자의 철학을 품은 기업가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 중에 ‘어린 왕자’가 있어요. 기억하시나요?”

그는 대화를 이렇게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화제 전환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그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흥미롭다고 느꼈다.

“어린 왕자가 여러 행성을 방문하는데, 그 중 한 행성에 비즈니스맨이 있었죠. 그는 끊임없이 별을 세고 기록했어요. 왜냐하면 그가 그 별들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는 별의 이름도 몰랐고, 별을 감상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숫자만 세고 있었죠.”

마이클은 잠시 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후의 햇살이 그의 얼굴에 드리우자, 그의 표정이 더욱 선명해졌다.

“어린 왕자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는 ‘오직 마음으로만 올바르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 본질’이라는 거죠.”

그는 이 한 문장이 현대 사회의 모든 문제를 요약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 말은 추상적으로 들렸지만, 그가 설립한 회사의 기반이 되는 철학을 담고 있었다.

“저는 암호화폐 분야에 있었어요. 그곳에서 많은 훌륭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기술과 회사의 가치관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와 웹3에서의 경험이 그에게 깊은 회의감을 안겨주었다고 했다. 그 세계는 마치 어린 왕자가 방문한 비즈니스맨의 행성처럼, 숫자에만 집착하고 본질은 놓치는 곳이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했어요. 친절하고, 호기심 많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요. 그래서 저는 성공한 사람들, 억만장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관대한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죠.”

그의 말에는 깊은 실망감과 함께 무언가를 바꾸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폭풍이 지나간 바다처럼 잔잔하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을 숫자로 측정한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에 친구가 많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고, 동영상 조회수가 많다고 해서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느끼는 것도 아니죠.”

마이클 응웬이 설립한 ‘썬플라워 AI 랩스(Sunflower AI Labs)’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즉 신뢰라는 무형의 가치를 측정하고자 했다.

ⓒ플래텀

보이지 않는 가치의 측정

“신뢰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화폐와 같습니다.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면 두려움이 생기고, 자신을 믿지 못하면 불안해집니다. 이런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는 꿈을 꿀 만한 안전한 공간이 없어요.”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가 절반쯤 비워지던 순간, 그는 자신의 회사가 개발한 ‘Munchkin(먼치킨)’이라는 AI 모델에 대해 설명했다. 이 모델은 인플루언서와 팬 사이의 관계를 측정하는 도구다.

“우리는 기존의 어떤 지표도 보지 않고, 시청자들이 인플루언서와 대화하는 방식을 바탕으로 그 인플루언서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진정한 팬을 보유하고 있는지 예측할 수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그가 말하는 ‘측정’이 단순히 숫자를 세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질적인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마치 소설가가 인물의 심리를 파악하듯이, 그의 AI는 인플루언서와 팬 사이의 신뢰 관계를 읽어내려 한다.

알고리즘, 새로운 게이트키퍼

“현재 마케팅 메시지의 25%는 타겟팅하기 어려운 자료들로 인해 낭비되고 있어요. 조회수나 좋아요 수만으로는 ROI를 예측하기 어렵고, 팬의 실제 반응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의 설명은 논리적이면서도 어딘가 시적이었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문학 작품처럼, 표면적인 내용 아래에 숨겨진 깊은 의미를 품고 있었다.

“지금의 소셜 미디어 마케팅 방식은 10년이나 뒤처져 있어요. 10년 전에는 추천 알고리즘이 없었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자가 직접 문지기 역할을 했죠. 하지만 이제는 알고리즘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는 이 변화가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크리에이터와 협력하면 그의 팬들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알고리즘이 중간에서 필터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게시하더라도 팔로워의 약 20%만이 그것을 볼 수 있어요. 브랜드-크리에이터-콘텐츠-알고리즘-팬, 이 사슬이 너무 길어졌죠.”

마이클의 전략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는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대신, 브랜드와 관련 콘텐츠를 직접 연결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브랜드, 제작자, 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콘텐츠예요. 이 세 주체가 모두 하나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만나야 하거든요.”

콘텐츠 중심의 새로운 생태계

“현재 콘텐츠 이해를 위한 유일한 지표는 조회수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새로운 측정 기준은 콘텐츠 제작자가 어떤 주제가 팬들의 공감을 얻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는 자신의 회사가 아직 ‘스텔스 모드’라고 설명했다. 아직 공개적으로 출시하지 않았지만, 이미 채널 분석과 콘텐츠 테마 트렌드 파악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5월에 몇몇 엄선된 회사들과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고, 9월에는 공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제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은, 우리 시스템이 동영상 시청을 예측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시스템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9개월 동안 회의론자들을 설득하려 노력했지만,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을 가장 원하는 사람들은 바로 크리에이터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브랜드에 전달할 더 나은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인터뷰 중반에 이르자, 나는 마이클이 단순한 기술 기업가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사상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비즈니스는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계의 가치 측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일종의 문화 혁명에 가까웠다.

ⓒ플래텀

한국 비즈니스 문화의 특수성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은 관계에 기반한 도전이었습니다. 여기서는 비즈니스가 관계에 의존하기 때문에,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한국의 의사 결정 구조가 하향식이라고 설명했다. 실행을 위해서는 CEO에게 직접 찾아가야 하며, 그 전에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의사 결정 방식입니다. 미국에서는 개인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결정이 CEO에게 의존하죠.”

그는 또한 실수를 대하는 문화적 차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에서는 실수를 용인하는 문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실수를 할 때마다 그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실수를 했다고 비판해 버리면 사람들은 그것을 숨기게 됩니다. 실수 자체는 문제가 아니에요. 실수가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숨기려고 할 때입니다.”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논의로 이어졌다.

위험과 기회 사이의 비즈니스

“많은 기업가들이 흔히 하는 착각은 사업이 기회를 쫓는 것이라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 기업을 움직이는 건 기회가 아니라 위험입니다.”

그는 기업들이 항상 위험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기회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회를 없애고 위험만 있다면 기업들은 그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사방으로 움직입니다. 기업은 기회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서 도망치며 움직이는 겁니다.”

그의 이론은 기존의 비즈니스 관행에 대한 예리한 비판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문학 작품에서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것처럼,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인 모순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태국 시장으로의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창조 경제 국가입니다. 인프라가 아직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창조 경제는 이미 안정적이라서 향후 5년 동안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의 팀은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CEO인 마이클 외에도, 제품 및 디자인 전문가, AWS 출신의 엔지니어, 하버드와 옥스포드 출신의 연구원들이 포함되어 있다.

디지털 생태계의 정화자

“우리는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어요. GAP, Face Republic, Dino Studios 등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5000억 규모의 크리에이터 경제를 타겟으로, 특히 MCN, 마케팅 에이전시,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소비자 브랜드 분야에 집중하고 있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나는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왜 회사 이름을 ‘썬플라워'(해바라기)로 지었는지.

“해바라기는 지구상에서 토양 정화 능력을 가진 얼마 안 되는 식물 중 하나입니다. 체르노빌과 같은 핵 오염 지역에서 사람들은 토양 정화를 위해 해바라기 밭을 조성했죠. 우리 역시 디지털 생태계를 정화하는 그러한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의 대답은 간결하면서도 의미를 담고 있었다. 마치 단편소설의 마지막 문장처럼, 그것은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거리의 간판들이 숫자로 가득 찬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할인율, 조회수, 팔로워 수… 우리는 정말 숫자로만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일까? 오직 마음으로만 올바르게 볼 수 있다는 어린 왕자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별들은 말이 없었지만, 나는 그들이 마이클의 꿈에 동의하고 있다고 상상했다. 마치 어린 왕자의 B-612 소행성처럼, 작지만 특별한 그의 회사가 이 거대한 우주에서 자신만의 빛을 발하길 바라면서.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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