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504] 위기를 삼킨 자가 기회를 얻는다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15년 한 데모데이 행사장에서였다. 그날 그는 하우스키핑 서비스로 투자자들과 수천 명의 청중 앞에 섰다. 그로부터 십년이 흐른 지금, 작은 청소 스타트업의 CEO는 글로벌 호텔 테크 기업의 수장으로 변모했다. 그에게 위기는 언제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디딤돌이었고, 그 계단을 오르는 과정에서 회사는 매번 새롭게 재탄생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한 호스피탈리티 혁신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 ⓒ플래텀

코넬대 호텔경영학 학위를 가진 이웅희에게는 호텔 산업 혁신이라는 원대한 꿈이 있었다. 하지만 신생 기업이 4·5성급 호텔과 협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신 그는 가장 근본적인 현장, 즉 ‘바닥’에서 출발했다. 강남역 인근 에어비앤비 객실을 직접 청소하는 일이었다.

“창업 초기부터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사업을 시작할 때는 자본이 제한적이다 보니, 운영의 본질을 더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접근법을 선택했죠.”

“하우스키퍼로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큰 자본 없이 이 산업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가 설명하는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구조는 피라미드와 같다. 정상에는 오너가, 가장 밑바닥에는 하우스키퍼가 위치한다. 이웅희는 이 피라미드의 최하층에서 출발해 서서히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하우스키퍼로 현장을 경험하며 그는 호스트들이 객실 관리와 세탁 스케줄링에서 겪는 병목 현상을 직접 목격했고, 이 경험이 훗날 그의 사업 방향을 결정짓는 근간이 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일본 진출과 코로나19의 역설

2015년 12월 11일, 스파크랩 6기 데모데이에서 이웅희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플래텀

첫 번째 위기는 2016년 사드 배치로 찾아왔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국내 에어비앤비 시장이 흔들렸고, 정부는 에어비앤비를 불법으로 간주하며 규제를 강화했다. 국내 에어비앤비 이용객 상당수를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줄자 H2O의 청소 서비스 사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당시 H2O는 서울 강남구 등 국내 일부 지역에서 하우스키핑 서비스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었다. 이웅희 대표는 가정 청소 서비스 플랫폼으로 피봇팅하는 안전한 수를 쓸 수 있었지만, 본래의 꿈인 호텔 산업 진출이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 위기 속에서 그는 오히려 시야를 확장했다.

돌파구를 고민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일본 교토의 행사에 참여하게 되고 현지에서 그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지 회사를 발견하게 된다. 때마침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던 일본이 에어비앤비를 합법화한 것을 전략적 기회로 삼아 해당 회사를 인수했다.

H2O가 일본에서 최초로 확보한 고객은 도쿄 내 8실 규모의 작은 호텔이었다. 이웅희 대표는 그 호텔 운영자를 만나 “호텔 업무의 80%는 자동화할 수 있다”며 설득했고, 결국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처음에는 8실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후 60실, 80실 정도로 고객 규모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목표로 삼았던 4·5성급 호텔 산업에 진입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죠.”

일본에서의 사업은 기본적인 하우스키핑에서 시작해 시설관리, 린넨&어메니티 서비스로 확장되었고, 점진적으로 건물 전체 위탁 운영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그러나 진정한 변곡점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외 호텔 산업은 ‘저가항공’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항공비를 저렴하게 책정하는 저가항공이 늘어나면서 해외 여행객이 동반 증가했고, 이 덕분에 호텔들은 디지털 전환 없이도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H2O는 호텔 객실 단가가 20배로 상승하는 특수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올림픽 연기 발표와 함께 매출은 급격히 하락했다.

“코로나 사태는 H2O에게 결정적인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2020년이 도쿄올림픽 개최 예정이었고, 저희는 그 수혜를 누릴 주요 기업 중 하나였죠. 원래대로라면 객실 단가가 20배로 뛰어 모든 객실이 완판되었을 텐데, 갑작스럽게 2월부터 취소가 이어지기 시작했고, 올림픽 연기 발표와 함께 매출이 바닥까지 추락했습니다.”

다행히도 H2O는 전년도에 투자 유치로 여유 자금을 갖춘 상태였고, 하우스키핑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방역 전문 기업으로 지정되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일본 고객들의 독특한 계약 문화가 회사의 생존에 결정적 도움이 되었다.

“일본 파트너들은 계약을 체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일단 계약을 맺으면 자신들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계약 해지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업을 일시 중단하거나 운영을 축소할지언정, 계약 자체를 파기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이 위기는 역설적으로 H2O에게 중대한 기회로 작용했다. 코로나19로 경영 위기에 직면한 4-5성급 호텔들이 이전에는 거부감을 보이던 디지털 전환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약 6-7개월이 경과하자 원래 저희가 목표로 삼았던 4-5성급 메인스트림 호텔들이 경영 위기에 봉착하며 디지털 전환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미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당신들의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태도였는데,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스마트 체크인과 통합예약 시스템으로 운영을 자동화할 수 있겠느냐’며 문의가 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기회의 창을 통해 H2O는 5성급 호텔들이 주로 사용하는 오라클 ERP 시스템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었고, 이를 기점으로 단순 호텔 운영 회사에서 디지털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룩하게 되었다.

“이 시기를 계기로 호텔 운영을 하는 기업에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우리의 정체성이 진화했습니다. 코로나로 회사가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가 오히려 단기간 내에 글로벌 확장이 가능해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4성급, 5성급 호텔 브랜드에도 우리의 솔루션을 납품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데이터 플랫폼으로서의 H2O: 차별화 전략

ⓒ플래텀

H2O호스피탈리티의 핵심 경쟁력은 단순한 호텔 자동화 솔루션이 아닌, 데이터 플랫폼으로서의 차별화된 가치 제안에 있다. 현재 H2O는 스마트 CRS(예약 자동화), 스마트 체크인, 스마트 컨시어지, 스마트 인게이지(CRM)라는 4개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솔루션은 호텔의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기존에는 호텔 내부 예약실이나 리셉션 직원이 수십 개에 달하는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에서 접수된 예약 건을 자체 시스템에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H2O는 이러한 과정을 완전히 자동화했을 뿐 아니라, 세계 1위 호텔관리시스템(PMS)인 ‘오페라’에 솔루션을 연동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로써 체크인·체크아웃, 컨시어지, 식당·피트니스 시설 이용 등 투숙객이 호텔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서비스 절차가 디지털로 진행될 수 있게 되었다.

이웅희 대표는 호스피탈리티 테크 분야에 수많은 경쟁사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이 예약, 스마트 도어락, IOT 등 개별 영역에만 특화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H2O는 종합적인 데이터 플랫폼으로서 고객사에게 접근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H2O의 주요 차별점 중 하나는 고객의 인벤토리(객실, 티켓 등)를 다양한 판매 채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입니다. 호텔이나 시설들이 20-30개 채널에 인벤토리를 분산시키면 수작업으로는 효율적 관리가 불가능해지고 오버부킹이 빈번히 발생하는데, 우리는 이를 중앙화하여 자동화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차별점은 여행객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호텔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중점적으로 제공하는 가치는 여행객들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취합하고 분석하는 것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관광시설은 고객 데이터가 전무하거나, 있다 하더라도 종이 문서로 분산되어 있어 활용이 어렵습니다. 그 결과 A호텔에 일주일 전에 숙박하고 다시 오늘 체크인하는 고객이 있어도, 호텔은 그 고객의 이전 방문 이력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웅희 대표는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 목적이 단순한 운영 자동화를 넘어, 고객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통합 플랫폼 구축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파편화된 호스피탈리티 테크 시장에서 H2O를 선도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중동 진출: 오일머니를 넘어선 진정한 가치 제안

H2O호스피탈리티는 지난해 초 아부다비투자진흥청과 ‘투자지원사업’ 계약 체결을 했다. (왼쪽에서부터) 이웅희 H2O 대표, 바드르 알 올라마(Badr Al-Olama) ADIO 사무총장 ⓒH2O호스피탈리티

H2O호스피탈리티의 또 다른 전환점은 중동 시장 진출이었다. 현지 왕족이나 정부 기관의 영향력이 강해 조직 규모와 인지도가 작은 스타트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이 시장에서, H2O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두바이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웅희 대표는 “투자사 중 한 곳인 스파크랩에서 중동 진출에 적극적인 도움을 줬습니다. 이한주 스파크랩 대표의 주선으로 지난해 현지 고위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업 설명을 할 기회가 있었고, 이때를 기점으로 중동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됐습니다.”

이웅희 대표는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로 전략적 지리적 이점과 급성장하는 관광 시장성을 꼽는다. “중동 국가들은 탈석유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몇 개의 핵심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관광입니다. GCC 국가들의 관광 인프라 개발 계획 규모는 북미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더 방대합니다.”

중동 지역은 이웅희에게 글로벌 시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제공했다. 그동안 미국, 동아시아, 호주 등을 글로벌 시장으로 인식했던 그에게, 중동은 유럽, 아프리카, 인도, 파키스탄, 중앙아시아까지 포괄하는 더욱 확장된 글로벌 시장의 개념을 보여주었다.

“중동 시장에서 현지인들과 교류하다 보니, 그들이 바라보는 글로벌의 범주가 제가 익숙하게 여겨온 것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저에게 글로벌의 기준은 미국, 한중일, 호주, 동남아시아였던 반면, 이들은 중동, 유럽, 아프리카, 인도, 파키스탄, 중앙아시아까지 모두 포괄하는 더 광범위한 시야를 가지고 있더군요.”

중동 진출에 대한 흔한 오해는 단순히 ‘오일머니’를 기대하고 접근하는 안일한 태도다. 이웅희는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한다.

“중동하면 떠오르는 것이 오일머니잖아요. ‘돈 많으니 쉽게 투자해 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굉장히 안일한 접근법입니다.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그들을 찾아온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들 관점에서 한국은 그리 큰 시장이 아닙니다.”

중동 국가들이 외국 기업에 투자할 때는 해당 기업이 자국 경제에 어떤 구체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철저히 분석한다. 단순히 자금을 ‘가져가는’ 접근보다는,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주고받는’ 파트너십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H2O호스피탈리티는 올해 초 UAE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과 ‘투자 지원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ADIO가 H2O호스피탈리티에 직접 투자한 후 사업 파트너 물색 등을 통해 사업 확장을 돕는 내용이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현지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전문기관인 NTDP(국가기술개발프로그램)와 계약을 맺고 투자를 받기로 했다. 이러한 지원은 재정적 측면뿐 아니라, 사업적 연계와 네트워킹 측면에서도 값진 자산이 되었다. 현지 기관과의 파트너십 덕분에 사우디아라비아 관광개발기금(TDF)이 주최한 관광 혁신 기업 설명(IR) 행사 등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는 성과도 얻었다.

중동에서의 사업 전개에는 문화적 요소도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웅희는 일본보다 중동과의 비즈니스 환경이 더 조화롭게 느껴졌는데, 그 배경에는 비즈니스 리더들의 연령대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파트너들이 대부분 70대 이상의 고령이고 영어 소통에 제약이 있었습니다. 반면 중동은 정부기관이나 기업의 의사결정자들이 제 또래이거나 오히려 더 젊은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 서구권 교육 배경을 갖춰 영어 소통이 원활했습니다.”

AI 시대의 호스피탈리티: 데이터 플랫폼의 중요성

H2O호스피탈리티 사우디 지사 내부 전경. 일본, 싱가포르에 이어 세번째 해외 지사다. ⓒH2O호스피탈리티

H2O호스피탈리티의 또 다른 중장기 목표는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다. 이웅희는 AI 시대에 대비한 H2O의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한다. 그에게 AI는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진정한 가치 창출의 핵심 수단이다.

“AI 시대의 도래를 확신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AI 엔진을 활용한다고 해서 진정한 AI 상품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고객의 고유한 특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유형별 트렌드를 심층 분석하여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AI의 역할입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숙박 산업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여 AI 시대를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이웅희는 AI 산업의 네 가지 핵심 축(AI 엔진, AI 반도체, 데이터 센터, AI 에이전트) 중에서 H2O는 AI 에이전트 영역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 성공은 결국 견고한 데이터 플랫폼의 존재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겠다고 나서지만, 자체적이고 체계적인 데이터 플랫폼 없이는 실질적 의미가 없습니다. 근본이 되는 데이터 플랫폼을 얼마나 충실히 구축했느냐가 AI 시대에 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디지털 전환과 인간적 호스피탈리티의 공존

디지털화가 인간적 접촉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일반적 우려에 대해, 이웅희는 오히려 반대의 시각을 제시한다. H2O의 자동화 시스템은 호텔리어들의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효율화함으로써, 그들이 고객과의 의미 있는 상호작용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5성급 호텔에서 직원들이 제공하는 따뜻한 인간적 서비스를 기대하는데, 자동화 시스템으로 그런 가치가 훼손되지 않느냐’고 질문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호텔리어들의 단순 반복 업무를 최소화하여 그들이 진정한 인간적 서비스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고객과의 유의미한 소통 시간이 확대되고, 더욱 진정성 있는 호스피탈리티 경험이 가능해집니다.”

MZ세대를 위한 혁신적 전략으로는 글로벌 메시징 플랫폼(카카오, 라인, 왓츠앱 등)과 H2O 솔루션을 유기적으로 연동해, 전통적인 전화 대신 채팅을 통해 호텔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대의 MZ세대는 전화 통화에 상당한 심리적 장벽을 느낍니다. 호텔 객실에서 전화기로 ‘무언가를 가져다 주세요’라고 직접 요청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경향이 있죠. 이러한 세대적 특성을 고려해 익숙한 채팅 플랫폼 내에서 모든 서비스 요청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글로벌 확장과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통찰

ⓒ플래텀

H2O호스피탈리티는 현재 7개국 34개 도시, 22만 객실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내년 미국 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할 계획이다. 특히 레저 시설에서 공항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중장기적 목표다.

“지금까지 저희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창출되었지만, 다른 지역에서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상승하여 빠르면 올해 안에 한국·일본을 넘어서는 매출 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호텔 테크 산업 진출 이후 최근까지는 단일 호텔과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기업 고객을 확보해왔지만, 최근에는 수백 개 호텔을 보유한 유명 브랜드와 협의를 진행하는 등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이웅희 대표는 “유수 브랜드와의 협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미국이나 추후 유럽 등에 진출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려는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이웅희는 국내에서 먼저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 Market Fit)과 유닛 이코노믹스를 견고히 확립한 후에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권고한다.

“한국시장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서둘러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보다, 우선 국내에서 프로덕트 마켓 핏과 유닛 이코노믹스를 철저히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기업으로서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지속가능한 생존인데, 초기 단계에서의 성급한 글로벌 확장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하는 위험한 모험일 수 있습니다.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소모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웅희 대표의 경험은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성급한 글로벌화보다는 탄탄한 기본기를 먼저 다진 후, 각 지역의 문화와 비즈니스 특성을 깊이 이해하며 진출하는 전략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글로벌 스타트업’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보다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통찰이다.

위기를 자산으로 전환하는 기업가 정신

이웅희 대표의 여정은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기업가적 직관과 전략적 사고의 조화를 보여준다. 강남역 인근 에어비앤비 객실을 직접 청소하던 하우스키퍼에서 출발해 7개국 22만 객실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가로 성장하기까지, 그는 매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재정의했다.

사드 사태로 국내 사업 기반이 흔들릴 때는 일본으로 시야를 확장했고, 코로나19로 호텔 산업 전체가 침체될 때는 오히려 디지털 전환 수요를 포착했다. 그의 위기 대응 패턴에는 명확한 일관성이 있다. 현장에서 직면한 문제를 투명하게 직시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솔루션을 개발하며, 이를 통해 더 광범위한 시장으로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이웅희 대표의 이야기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회복탄력성과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는 통찰력이다. 외부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그는 근본적인 비전을 잃지 않으면서 매 순간 가능한 최적의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결정들이 축적되어 오늘날의 H2O호스피탈리티를 탄생시켰다.

데이터 중심 호스피탈리티 플랫폼으로서의 비전과 AI 시대를 준비하는 미래 전략까지, 창업가 이웅희의 여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가 걸어온 길은 위기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기회의 원천으로 바라보는 진정한 기업가 정신의 본질을 보여준다. 위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몰락의 시작점이 될 수도, 혁신적 성장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그의 이야기는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이웅희 대표와 H2O호스피탈리티의 성장 서사는 위기의 한복판에서 태어나 역경을 양분 삼아 발전해온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재창조의 여정이다. 그리고 이 여정은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만이 진정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댓글

Leave a Comment


관련 기사

인터뷰

[Startup’s Story #506]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찾아서” 마이클 응웬과 디지털 정화 프로젝트

스타트업

H2O호스피탈리티, 웨스트민스터 두바이몰 호텔에 스마트 체크인 솔루션 제공

인터뷰

[Startup’s Story #503] 목소리가 악기가 되는 순간…사라지는 영감을 AI로 붙잡다

인터뷰

[Startup’s Story #502] ‘경계를 넘어 흙과 기술의 교차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