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제품 제가 한 번 써보겠습니다 #1] 디스크 환자가 써 본 엠델패드
척추의 바른 자세를 유지하게 해준다는 엠델패드. 이것을 처음 접한 건 입사 초 법인설립 기획기사를 준비 하면서다. 자료조사를 위해 한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는데, 그때 출연자 중 한 명이 김정률 엠델패드 대표였다. 물리치료사 출신인 김대표는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더라도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지속성이 떨어짐을 느꼈단다. 척추는 곧 바른 자세가 관건이기 때문.
밝히자니 부끄럽지만 허리 통증이 일상이었던 나로서니 귀가 솔깃했다. 물리치료사 출신 대표라는 말에 신뢰가 더 가기도 했고. 그로부터 얼마 뒤, 본지 편집장은 엠델패드를 입사 선물로 하사하셨다.
설명에 따르면 엠델패드는 ‘사람들은 바른 자세를 알면서도 왜 실천하기 어려워할까?’라는 본질적 의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원리는 간단하다. 책상 앞에 엠델패드를 설치한 후 하흉부와 상복부에 닿도록 하고 엉덩이를 뒤로 살짝 빼면 허리가 곧게 펴진다. 그 상태로 일을 하면 된다. 허리를 굽히더라도 패드에 각도 조절 기능이 있기 때문에 척추는 항상 바르게 유지된다. 또한 사용자의 편의에 맞게 패드의 높은 쪽과 낮은 쪽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7개월 째 사용 중인 사람으로서 엠델패드는 ‘쓸 만하다’는 소견이다. 가끔 재택근무를 선호하기도 했던 내가 엠델패드에 익숙해진 뒤부터는 집에서 업무를 하는 게 불편해졌다. 사무실 자리가 엠델패드부터 발 받침대, 손목 받침대 등으로 내 자세에 맞게 세팅이 돼 있어 장시간 내근에도 몸에 큰 통증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내 자세를 유심히 보아도 사무실에서의 자세와 집에서의 자세는 확연히 달랐다. 아무래도 업무에 집중을 하다보면 상체가 숙여지게 되고 목이 앞으로 빠지게 되는데, 사무실 자리에서는 평평한 패드가 앞에 있으니 자연스레 상체 자세는 고정이 되더라. 그러나 집에서는 나도 모르게 다리는 꼬고 허리는 굽히고 목은 앞으로 빼고 있었다. 이 자세가 업무에 집중하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직장인 모습이 아닌가.
다만, 엠델패드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엠델패드는 ‘바른 자세 유지기’이지 ‘자세 교정기’가 아니다. 자세 교정기라면 의료용품으로서 비뚤어진 척추를 바로 잡아주는 치료 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척추 측만 환자가 엠델패드를 쓴다고 해서 비뚤어진 척추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오늘 내가 허리 통증이 있는데 통증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판매 채널에는 ‘자세 교정기’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엠델패드는 가격의 합리성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엠델패드의 가격은 홈페이지 기준 65,000원인데 그에 대한 비교 항목이 허리보호대, 물리치료비, 고가의 장비, 발병시 병원비다. 다른 비교항목들을 선택하는 것보다 엠델패드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치 엠델패드가 다른 비교 항목들과 마찬가지로 치료 기능이 있는 제품인데 가격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이해하게 된다. 엄밀히 따지자면 다른 항목은 치료 목적이고 엠델패드는 예방 목적이다. 엠델패드가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해줘 자세가 나빠지지 않도록 하므로 물리치료 등 병원비로 지출할 ‘가능성’을 낮춰줄 순 있을 거다. 그러나 이는 잠재성일 뿐이지 ‘=’의 논리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비교 항목이 잘못 된 것이다.
한편, 엠델패드를 처음 알았을 때 친한 물리치료사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허리 지키려다 목이 나가겠는데?’ 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내가 느낀 건, 허리가 꼿꼿이 세워져 있는 상태에서는 목이 잘 빠지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앞으로 빠지더라도 금세 불편함을 느껴 자세를 다시 잡게 되고 말이다. 자세가 틀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나도 7개월 째 쓰고 있고 주변에 허리가 불편하다는 지인에게도 소개해주고 있는 게 아니겠나. 물론 엠델패드가 있든 없든 바른 척추를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턱은 당기시고 간간히 스트레칭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