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가 넘쳐나는 요즘, 저작권은 창작자 뿐만 아니라 콘텐츠 소비자 모두가 주의해야 할 이슈입니다. 우리가 즐겨보는 게임 규칙, 요리 레시피처럼 아이디어와 그 설명이 밀접하게 결합된 콘텐츠는 어디까지 저작권 보호를 받을까요?
이 질문은 저작권의 핵심 원칙 중 하나인 아이디어 표현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이 원칙은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며, 창의성을 가진 표현만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기본 법리를 제시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디와 표현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아이디어와 표현이 분리되지 않고 융합되는 경우, 이를 아이디어 표현 이분법 중 ‘융합의 원칙’이라고 부릅니다.
융합의 원칙은 어떤 사상이나 감정, 즉 아이디어가 오직 하나 또는 매우 제한된 표현방법 외에는 달리 효과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경우, 아이디어와 표현이 융합(merger)되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가위․바위․보’라는 게임의 방식을 그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장 간략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설명문을 작성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 설명문은 “가위는 보자기를 이기고, 보자기는 주먹(바위)을 이기며, 주먹은 가위를 이긴다. 같은 것을 내면 비긴다.”와 같이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때 이와 같이 표현된 설명문에 대하여 저작권의 보호를 해 주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가위․바위․보’라는 게임의 방식을 설명할 길이 없게 됩니다. 그 결과 그 설명문을 처음 작성한 사람만이 ‘가위․바위․보’ 게임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은 결국 아이디어에 속하는 게임의 진행방식 자체에 저작권을 주는 셈이 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설사 그 설명문이 창작성 있는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저작권으로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융합의 원칙을 적용한 대표적인 판결로 미국 제1 연방항소법원의 Morrissey 판결 379 F.2d 675(1st Cir. 1967). 인 게임 매뉴얼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A는 SSN(social security number;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것)을 가지고 진행하는 판촉용 경품게임을 창안하여 그 규칙을 설명한 팸플릿을 배포하였습니다. 한편, B도 유사한 내용의 경품게임을 만들어 역시 팸플릿을 배포하였는데, B의 팸플릿 중 제1번 규칙이 A의 제1번 규칙과 그 내용이나 표현이 거의 동일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미국 제1연방항소법원은, 어떠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법이 매우 제한되어 있을 경우에는 그 표현은 저작권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하였는데, 그러한 표현에 저작권의 보호를 주게 되면 다른 사람은 같은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아이디어 자체에 독점권을 주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와 표현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융합된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은 창작자와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비트의 TIP팀은 이러한 문제를 명확히 분석하고, 저작권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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