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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비트 TIP] “이 장면 어디서 봤더라” 저작권의 핵심, 필수장면의 원칙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주인공이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뱀으로 가득 찬 동굴을 탐험하거나, 깜짝 놀라 정글 속에서 새떼를 흩뜨리는 장면처럼 ‘이런 장면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전형적인 장면이 다른 작품에서 다시 등장한다면, 과연 이 장면의 원작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한 ‘아이디어 표현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의 원칙은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며, 창의적인 표현만이 보호받을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그런데 이 원칙의 연장선상에서 아이디어와 표현이 결합되는 또 다른 원칙이 있습니다. 이 원칙은 특정 장르에서 필연적으로 사용되는 장면들, 이른바 필수장면(scènes à faire)에 대해 저작권 보호를 인정하지 않는 법적 기준을 제시합니다.

“필수장면(scènes à faire)의 원칙”이란?

아이디어와 표현이 합체되는 또 다른 사례로, 주로 소설이나 희곡, 영화, 드라마 같은 문예적 작품이나 허구적 작품(fictional works)에서 나타나는 ‘필수장면의 원칙’(Scènes à Faire, ‘필수장면’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이 있습니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 작품의 주제에 따라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사건들이라든가, 전형적인 등장인물의 성격타입 같은 요소들은, 설사 그것이 표현에 해당하더라도 저작권의 보호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필수장면의 원칙(Scènes à Faire) 원칙입니다.

필수장면의 대표적인 판례로 인디애나 존스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로 잘 알려진 미국의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만든 모험영화 ‘레이더스-잃어버린 성궤를 찾아서’(Raiders of the Lost Ark)와 관련된 저작권침해 소송 사건입니다(Zambito v. Paramount Pictures Corp., 613 F. Supp. 1107, 1112, 227 U.S.P.Q. 649(E.D.N.Y.), aff’d, 788 F.2d 2(2d Cir. 1985); Goldstein, op.cit., p.2:36.).

이 사건에서 미국 제2항소법원은, 뱀이 우글거리는 동굴 안에 보물상자가 숨겨져 있고, 그 뱀을 쫓기 위하여 주인공이 횃불을 휘두르는 장면, 정글을 뚫고 지나가는 사람이 갑자기 새떼가 날아오르자 깜짝 놀라는 장면, 여행에 지친 사람들이 술집에서 안식을 취하는 장면 등은 이러한 종류의 모험영화에서 거의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전형적인 장면 묘사이기 때문에 ‘필수장면’에 해당하여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영화 Hoehling 사건(Hoehling v. Universal City Studios, Inc., 618 F.2d 972, 979, 205 U.S.P.Q. 681, 685(2d Cir. 1980).)도 비슷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 제2항소법원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힌덴부르크의 참상이라는 문학적 테마를 표현하기 위하여서는, 독일식 맥주홀과 ‘Heil Hitler!’라는 구령, 2차 세계대전 때 불리어진 독일 군가 등 나치 독일 당시의 생활과 관련된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이러한 표현은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문학적 아이디어에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서, 그 표현에 독점권을 주게 되면 다른 작가들이 동일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을 현저히 제한하게 되므로 저작권의 보호를 줄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필수장면의 원칙과 관련된 한국의 사례로는 애마부인 사건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소설 ‘애마부인’과 영화 ‘애마부인 5’ 사이에서 발생한 저작권 침해 분쟁입니다. 이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중년여인을 소재로 한 성인용 소설 또는 성인용 영화가 원만하지 않은 가정생활을 갈등의 원인으로 제시하고, 말을 상징으로 도입하는 등의 패턴을 취하고 있음은 흔히 볼 수 있다”라고 하여 이런 표현들은 설사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1991. 9. 5.자 91라79 결정(일명 ‘애마부인’ 사건).)

필수장면의 원칙은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전통적인 문예 작품 뿐만 아니라 게임, 애니메이션, 광고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정 장르에서 필연적으로 사용되는 장면이나 설정이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작품의 특성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법률 전문가의 법적 해석을 받아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저작권 및 지식재산권에 특화된 법무법인 비트는 국내외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법률 자문을 제공하며, 영화, 드라마, 게임 등 각 산업에 최적화된 법률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창작의 자유를 해치지 않아야 하는 복잡한 균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비트의 TIP(Technology, Intellectual Property) 팀은 이러한 균형을 이해하여, 고객사가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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