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일이 자신의 일인 직업이 있다.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의뢰인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때로는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지난 5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 보르도홀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밤’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법무법인 세움이 주최한 이 행사는 상장 기업 대표의 발표와 트렌드 강연이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네트워킹의 장이었다.
세움은 2012년, 서울 구로의 작은 사무실에서 세 명의 변호사가 모여 시작한 법무법인이다. 당시에는 ‘스타트업’이란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이었다. 대다수의 로펌들이 대기업의 문을 두드릴 때, 이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작은 기업들, 이제 막 시작하는 기업들의 법률 파트너가 되기로 한 것이다. 스타트업 전문 로펌의 첫 시작이었다.
정호석 세움 대표 변호사의 선택은 단순했다. 그의 주변에는 창업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그들이 법적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깨달았다. 법률 서비스가 진정으로 필요한 곳은 대기업이 아닌, 이제 막 꿈을 펼치려는 청년들이라는 것을. 하지만 당시 스타트업들에게 로펌은 높은 문턱이었다. 비용 부담은 물론, 서비스도 그들에게 최적화되어 있지 않았다.
‘설립부터 성장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움은 스타트업과 IT기업에 특화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초기 3명의 변호사로 시작한 조직은 현재 법무법인에 31명의 변호사를 포함한 53명의 전문가가, 특허법인에는 11명의 변리사를 포함한 29명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2명의 세무사를 포함한 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세움텍스까지 더해져, 명실상부한 스타트업을 위한 원스톱 법률 서비스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대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면 더 빠른 성장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움은 느리더라도 다른 길을 선택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선택이 옳았음이 입증되었다.
세움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며 대형 로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거래 건수를 기준으로 한 M&A 리그테이블에서 세움은 상위권에 안착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해 1분기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세움은 국내 최대 로펌으로 알려진 김앤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중소형 로펌으로 분류되는 세움이 대형 로펌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9월 말 기준 3분기 누적 리그테이블에서도 세움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세움은 58건의 거래에 자문을 제공하며 김앤장, 광장, 태평양에 이어 거래 건수 기준 4위를 기록했다. 이는 세움이 단순히 일시적인 성과를 넘어 지속적으로 M&A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에는 가상자산과 AI 분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직 법제가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이 분야에서, 세움은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한다. 법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조금이라도 좋은 세상을 위해 움직이려는 모든 분들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 세움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정호석 변호사가 한 이 말은 12년 전과 같지만, 그 무게는 달라졌다. 이제 이 말에는 12년의 시간과 수많은 기업들과의 동행이 담겨있다.
“사업가는 리스크가 있더라도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고, 변호사는 리스크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라 서로 상충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가 모든 것을 막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죠. 우수한 로펌의 특징은 클라이언트의 성향과 특성을 이해해 이를 계약서에 적절히 반영할 줄 압니다. 세움이 그렇습니다.” 세움과 10년 간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정원 ICTK 대표는 세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법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다. 기존 질서를 수호하는 것이 법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법은 변화의 도구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도들이 안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세움의 12년은 이러한 역설적 균형을 잘 보여준다.
‘남의 일’로 시작했지만 ‘우리의 일’이 되어가는 과정. 이것이 세움의 이야기일 것이다. 한 회사의 성공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하나의 혁신이 사회를 변화시키듯이, 법무법인이라는 딱딱한 이름 속에서 피어난 작은 변화들이 모여 더 큰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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