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아산상회 6기 데모데이, 컴업2024서 성료
ㅣ”컴업 무대 빛낸 탈북청년들의 창업 도전기”
창업의 현장이라면 으레 그렇듯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이날은 조금 달랐다. 지난 11일,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컴업2024’의 한 공간에서 펼쳐진 풍경은 묘한 설렘으로 가득했다. 어쩌면 그것은 이들이 이미 인생이라는 거대한 도전을 감행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산나눔재단의 ‘아산상회 6기 데모데이’. 아산은 정주영 회장의 호 ‘아산’과 그의 첫 사업체 ‘경일상회’를 합친 말이다.
200여 명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0개 팀이 차례로 단상에 올랐다. 6개월간의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친 이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미래를 그려냈다. 식음료, 환경, 라이프스타일. 분야는 달랐지만 이들의 눈빛만큼은 한결같았다. 15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들의 꿈을 펼쳐내는 동안, 객석의 숨소리마저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대상을 차지한 건 ‘HLS환경이’였다. 빅데이터로 생분해 속도를 조절하는 멀칭필름. 얼핏 들으면 어려운 말이지만 결국은 농부들의 고민을 해결하려는 시도다. 때로는 이렇게 복잡한 기술이 아주 단순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심사위원들의 시선이 이들에게 꽂힌 것도 당연해 보였다.
더웰시아, 해오름푸드, 힐링유가 최우수상을, 대준모터스를 비롯한 여섯 팀이 우수상을 받았다. 대상 1천만 원, 최우수상 5백만 원, 우수상 3백만 원. 숫자로만 보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홍보 마케팅 지원, 전문가 매칭, 투자자 추천까지. 실제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회들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1년 내에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으면 최대 5천만 원의 매칭그랜트가 추가된다는 점은 묘한 설렘을 준다.
창업은 외로운 여정이다. 이 뻔한 말이 이들에게는 두 배의 무게로 다가올 것이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야 하니까. 그래서일까. 이날 행사장의 공기는 묘하게 달랐다. 단순한 사업 설명회가 아닌, 삶을 건 도전이 느껴졌다.
‘컴업’이라는 큰 무대. 그런데 여기서 ‘큰 무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리적 크기가 아니라, 이들의 도전이 더 넓은 세상과 만나는 접점이 되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아산나눔재단은 이 프로그램으로 작년에 통일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북한이탈 주민의 경제적 자립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그런 공식적인 평가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이 실현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들. 대상을 받은 김다혜 대표의 말처럼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적어도 이들에게는 그렇다. 이미 가장 큰 도전을 해낸 사람들이니까.
우리는 종종 통일을 거대한 이야기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통일은 이런 자리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발을 내딛는 모습에서. 그래서 이날의 데모데이는 단순한 창업 행사가 아닌, 작은 통일의 현장이었다.
‘아산상회’라는 이름에는 숨은 뜻이 하나 더 있을 것 같다. ‘상호’가 아닌 ‘상회’를 택한 건 우연이 아닐 테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相會), 서로의 꿈을 나누며 함께 자라나자는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이들은 오늘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분단이라는 현실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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