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24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는 한국인의 달라진 영상 소비 패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마치 잘 구워진 생선 한 마리를 가위로 발라내듯, 5천여 명의 시청 행태를 꼼꼼하게 해부한 이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89.3%. 이것은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이 OTT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그들은 평균 2.2개의 플랫폼을 구독한다. 마치 냉장고 속 반찬처럼, 취향과 상황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콘텐츠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용자들의 지갑이 점점 더 얇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료 OTT 이용률은 53.4%로 전년 대비 1.8%p 하락했다. 반면 무료 플랫폼 이용률은 85.1%로 6.9%p나 상승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콘텐츠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지만, 그것을 해소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비싼 레스토랑 대신 분식집을 찾는 것처럼, 사람들은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숏폼 콘텐츠의 부상이다. 무료 OTT 이용자의 69.6%가 숏폼을 본다. 이들이 숏폼을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짧은 시간에 여러 개를 시청할 수 있어서'(68.4%), ‘자투리 시간에 시청할 수 있어서'(59.7%). 우리는 이제 긴 시간 앉아서 영화 한 편을 보는 대신,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짧은 영상들을 연속해서 소비한다. 마치 한 그릇의 라면 대신 여러 개의 과자를 집어 먹는 것처럼.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유료 OTT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이다. 이들은 주말에 평균 137분을 플랫폼에서 보낸다. 전체 평균보다 21분이나 더 긴 시간이다. 돈을 내고 보는 만큼, 더 깊이 있게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치 패스트푸드와 정식의 차이처럼.
월평균 구독료는 1,500원 가량 하락했다. 10,500원. 한 끼 식사 값도 안 되는 이 금액을 두고 사람들은 고민한다. 넷플릭스와 티빙 이용자의 24.6%가 광고요금제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이제 광고를 보는 것과 돈을 내는 것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린다. 시간과 돈, 그리고 콘텐츠의 질. 이 세 가지 요소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시성비’라는 새로운 기준이다. 시간 대비 성능, 즉 투자한 시간 대비 얻는 만족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알고리즘의 추천을 따라 영상을 소비하는 패턴도 두드러진다. 우리는 이제 콘텐츠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추천받는다’. 마치 음식점에서 메뉴를 고르는 대신 가게 주인의 추천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이 모든 변화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고, 더 경제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는 지금 OTT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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