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 동네 카페 주인은 인스타그램에 오늘의 디저트 사진을 올린다. 옆 골목 네일샵 사장님은 단골 고객들에게 새로운 이벤트 소식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제는 동네 용달 기사님도 스마트폰으로 일감을 받는다.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대전환’이라고 부른다. 거창한 말이지만, 실상은 이렇게 소소하고 구체적인 일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2024년,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의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당근이라는 플랫폼 하나만 보더라도 200만 개가 넘는 비즈프로필이 생성되었고, 이용 횟수는 23억 건을 돌파했다. 숫자만 보면 놀랍도록 성공적인 전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화려한 통계 뒤에는 더 복잡한 현실이 숨어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내 소상공인의 17.5%만이 디지털 및 AI 기술을 도입했다고 한다. 말을 뒤집어 보면, 82.5%는 아직 이런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도입한 기술을 들여다보면 더 흥미롭다. 키오스크가 39.3%로 가장 많고, AI 전화·챗봇이 20.9%, 테이블오더가 14.6%를 차지한다. 이런 기술들은 분명 효과가 있다. 도입 업체의 30.1%가 매출이 늘었고, 32.1%는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서, 정부의 소상공인 스마트화 지원 예산이 296억 원이나 삭감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온라인 판로지원 예산은 21.8% 줄었고,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예산도 5.6% 감소했다. 소상공인 R&D 예산은 아예 전액 삭감되었다. 변화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그것을 뒷받침할 지원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간 기업들이 그 간극을 메우려 나섰다. LG유플러스는 ‘AX 솔루션’이라는 것을 내놓았는데, AI 전화부터 키오스크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걸 쓰면 운영비를 최대 30%까지 아낄 수 있다고 한다. 넥스트페이먼츠라는 회사는 결제까지 가능한 AI 챗봇을 만들어냈다. 42억 5000만원의 투자금까지 유치했으니,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높게 본 모양이다.
정부와 지자체들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기부는 1000개 점포에 최대 500만원의 스마트 기술 도입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디지털 소상공인 1만 양성’ 사업을 통해 업체당 최대 100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예산 삭감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올해 일어난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는 많은 소상공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위메프가 운영하던 ‘소담스퀘어’ 역삼이 문을 닫은 것은 그 충격의 단적인 예다. 온라인 진출을 꿈꾸던 많은 소상공인들이 앞길을 막막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어 보인다. 당근의 숏폼 서비스만 해도 일평균 업로드 수가 60배, 시청 수가 24배나 증가했다. 단골 맺기 기능을 쓰는 사람이 780만 명이나 된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문제는 이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소상공인들에게 디지털 전환은 또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기술을 배우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은 차치하고라도, 초기 투자 비용부터가 만만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지원의 방향성이다. 내년 중기부 예산은 전체적으로는 늘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배달비 지원 같은 일회성 현금성 지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예산”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 과하지 않다. 당장의 현금 지원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더 절실한 시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과연 우리는 소상공인들을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가? 예산 삭감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은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변화 속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지금, 우리도 모르는 사이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는지도 모른다. 골목 구석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조용한 혁명은, 단순한 기술의 도입을 넘어 우리 동네 경제의 근본적인 작동 방식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가 진정한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예산도, 더 새로운 기술도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이 변화를 더 느리더라도 더 단단하게, 더 포용적으로 만들어가는 지혜일 것이다. 그래야만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이 거창한 말이, 진정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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