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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의 시간’ – 시간을 디버깅하다 #7

제7화: 시간의 나비효과

시간을 거스른다는 것은 나비의 날갯짓과도 같다. 작은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2011년 말, 우리는 그것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

“모바일 결제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어요.”
현우가 노트북을 보며 말했다.
“원래 2015년에 폭발했다고 하셨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2025년의 기억과는 다른 흐름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의 행보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다시 전체의 흐름을 바꾸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인증 시스템을 더 일찍 보급한 영향일 거예요.”
내가 말했다.
“나비효과랄까요. 작은 변화가 이런 결과를…”

테헤란로의 겨울 아침은 차가웠다. 사무실 창밖으로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이제 직원이 50명이 넘는 중견 스타트업이 되어있었다. 2025년의 기억으로는 이 정도 규모가 되기까지 2년은 더 걸렸었다.

“지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지연이 급하게 회의실로 들어왔다.
“클라우드 사업부를 새로 만든다고 하네요. 우리와 협업하고 싶답니다.”

현우와 나는 눈빛을 교환했다. 이것은 2025년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변수였다.

“결정하기 전에…”
현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래에 이런 일은 없었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 다른 시나리오예요. 지글은 원래 2013년에야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이미 시장이…”

말을 멈췄다. 회의실 밖에서 누군가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우리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었다. 조심스럽게, 때로는 암호처럼.

“어떻게 하실 건가요?”
현우가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2025년의 기억은 이제 더 이상 완벽한 지도가 아니었다. 우리의 선택이 만들어낸 나비효과로 인해, 미래는 조금씩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받아들이죠.”
결국 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야 해요. 기술적인 면에서만큼은.”

현우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이미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건 어떨까요?”
그가 제안했다.
“아직 이른 것 같지만… 미리 준비해두면.”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2025년의 기억 속에서, 블록체인은 우리가 놓친 또 하나의 기회였다. 하지만 현우의 제안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두 사람이 미래를 아는 것의 장점이었다.

“천재적인 생각이에요.”
내가 말했다.
“클라우드와 블록체인을 결합하면…”

우리는 밤늦게까지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이제는 단순히 미래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근데 이러다 미래가 너무 많이 바뀌면 어쩌죠?”
늦은 밤, 현우가 문득 물었다.
“준서 씨의 기억이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테헤란로의 밤거리가 반짝이고 있었다. 2025년의 풍경과는 이미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래서 더 재미있지 않나요?”
내가 웃으며 답했다.
“이제는 정말 우리가 미래를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다음 날 아침, 뉴스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지글이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다는 발표와 함께, 우리 회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개한 것이다. 주가가 폭등했다. 경쟁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어떻게 이런 계약을 따낸 거죠?”
마케팅팀의 신입 직원이 지연에게 물었다.
“저희 같은 스타트업이…”

지연은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모든 진실을 알지 못했지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우리 대표님이 신기한 사람이에요.”
그녀가 웃으며 답했다.
“마치 미래라도 보는 것처럼요.”

현우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비밀을 공유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작은 농담에도 깊은 의미가 담기는 것.

“이제 진짜 시작이네요.”
현우가 말했다.
“저희가 만들어가는 미래의…”

“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에요.”
내가 답했다.
“나비효과는 생각보다 더 크니까요.”

그날 저녁, 우리는 또 다른 소식을 접했다. 레인보우가 갑자기 자체 인증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2025년의 기억에는 없던 일이었다.

“이건 예상 못 했는데요.”
현우가 말했다.

“괜찮아요. 우리에겐 비장의 카드가 있으니까요.”
내가 노트북을 열었다.
“2013년에 있을 보안 사고에 대해 말씀드릴까요?”

밤이 깊어갔다.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갔다. 시간의 나비효과는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고 있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었다.

git commit -m “feat: dancing with butterfly effect”
git push origin unknown-future

이제 우리는 시간과의 춤을 추고 있었다. 때로는 리드하고, 때로는 따라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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