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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의 시간’ – 시간을 디버깅하다 #14

제14화: 다가오는 시간

시간은 강물처럼 흐른다고들 하지만, 실은 그보다 더 복잡한 무엇이다. 2024년 겨울, 나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6개월 남았네요.”
현우가 달력을 보며 말했다.
“2025년 6월 15일까지.”

테헤란로의 겨울 아침은 차가웠다. 우리 회사의 새 사옥 앞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잠시 말없이 서 있었다. 내가 시간을 거슬러 온 그 시점까지 이제 6개월. 13년의 여정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

“가끔 생각해봐요.”
현우가 말했다.
“우리가 바꾼 건 단순히 회사의 운명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사무실 창밖으로 테헤란로가 내려다보였다. 2025년의 기억 속 풍경과는 전혀 달랐다.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생태계, AI가 바꿔놓은 일상,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과 인간의 균형을 찾아가는 기업들의 모습.

“처음에는 단순했어요.”
내가 말했다.
“실수를 바로잡고, 더 성공적인 회사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죠.”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의 첫 번째 선택들, 마이크로서비스로의 전환, 모래시계와의 협상, 그리고 수많은 투자 결정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어요. 우리가 진정으로 바꿔야 할 건 성공의 정의였다는 걸…”

밤이 깊어가는 사무실에서, 우리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있었다. 벽에 걸린 사진들이 그 여정을 증명하고 있었다. 첫 사무실에서 찍은 단체 사진, 첫 투자 계약서, 개발팀의 밤샘 작업 현장…

“준서 씨.”
현우가 조심스레 물었다.
“원래의 2025년에서는… 우리가 뭘 잃어버린 걸까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했다. 차가운 회의실에서 오갔던 말들, 숫자에 매몰된 결정들, 그리고 하나둘 떠나가는 동료들.

“영혼이었을지도 몰라요.”
내가 답했다.
“기술을 사랑하는 마음, 동료를 믿는 마음,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순수한 열정… 그런 것들요.”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반짝였다. 어딘가에서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있을 것이다. AI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성장만이 아닌, 가치를 지키며 나아가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 정말 예측할 수 없는 미래네요.”
현우가 웃었다.
“준서 씨의 기억도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 테고…”

“그래서 더 좋아요.”
내가 말했다.
“이제는 정말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쓰는 거니까요.”

밤샘 작업을 마치고 나오는 개발팀을 바라보며, 현우가 문득 말했다.
“다들 행복해 보여요. 우리가 제일 먼저 지켜낸 건, 이런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은 했지만 영혼을 잃어버린 회사가 아닌, 기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꿈을 키워가는 공간. 그것이 우리가 13년간 진정으로 만들어온 변화였다.

git commit -m “feat: reflecting on time journey”
git push origin true-meaning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사무실에 남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었다. 마치 13년 전 그날처럼, 기술과 미래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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