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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의 시간’ – 시간을 디버깅하다 #15

제15화: 시간의 끝에서

2025년 6월 15일, 일요일. 13년 전 그날처럼 새벽 다섯 시, 나는 테헤란로의 높은 빌딩에 서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완전히 달랐지만, 그날처럼 커피 잔을 들고 있었다.

“오늘이네요.”
현우가 내 옆에 섰다.

우리는 잠시 말없이 동이 트는 것을 바라보았다. 13년 전 그날, 내가 시간을 거슬러 온 그 순간. 이제 시계의 바늘이 그때와 만나는 시점이었다.

“뭔가 달라질까요?”
현우가 조심스레 물었다.
“아침 9시 27분이 되면…”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내가 다시 2025년의 화장실로 돌아가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무실은 일요일임에도 사람들로 분주했다. 다음 주에 있을 신제품 발표회 준비 때문이었다. 우리가 5년간 개발해온 AI 기반 새로운 플랫폼의 공개였다.

“이상하죠?”
내가 말했다.
“13년 전에는 이 시간에 IPO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이미 3년 전에 상장을 마쳤다. 그것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직원 주주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구성원이 회사의 주인이 되게 했고, 수익의 상당 부분을 기술 연구와 사회 환원에 투자하고 있었다.

“가끔 생각해요.”
현우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바꾼 건 단순히 회사의 운명만이 아니었다는 거…”

그의 말이 맞았다. 우리의 선택은 테헤란로 전체를 바꿔놓았다. 스타트업들은 더 이상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았고, 기술 기업들은 인간적인 가치를 지키며 성장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지연 씨는 여전히 남아있고…”
내가 말을 이었다.
“민수도 떠나지 않았고, 승현이도 자기 회사를 차리지 않았죠.”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배달 플랫폼은 라이더들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성장했고, 핀테크 기업은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우리가 심은 작은 씨앗들이 건강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시계가 9시를 가리켰다.

“긴장되네요.”
현우가 웃었다.
“마치 13년 전 첫 출근하던 날처럼…”

그때 누군가 노크를 했다. 지연이었다.

“대표님, 잠시 시간 되실까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방금 연구소에서 연락이 왔어요. AI가 완전히 새로운 패턴을 보여준다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이것은 2025년의 기억에는 없던 일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미래가 시작되고 있었다.

9시 27분이 다가왔다.

“준서 씨.”
현우가 불렀다.
“후회는 없으시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13년 전의 선택, 그리고 그 이후의 모든 순간들. 우리는 실수도 했고, 때로는 방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요.”
내가 답했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걸 지켜냈으니까요.”

9시 27분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은 그저 흘러갔다.

“이제 진짜 끝인가요?”
현우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

창밖으로 테헤란로가 반짝이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새로운 스타트업이 태어나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세상을 바꿀 새로운 기술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다시 시작해볼까요?”
내가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로요.”

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시 한번 커피를 마시며 새로운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치 13년 전 처음 시작하던 그때처럼, 순수한 열정으로.

git commit -m “feat: completing the time circle”
git push origin new-beginning

시간은 끝없이 흘러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써내려갈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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