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새로운 제국
모든 제국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세워진다. 2013년 봄, 우리는 그런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미쳤어요, 이거.”
지연이 태블릿을 들고 뛰어왔다.
“우리 주가가 상한가를 찍었어요. 3일 연속…”
테헤란로의 어느 맑은 아침, 우리 회사는 시가총액 1조를 돌파했다. 2025년의 기억으로는 이런 날은 4년 뒤에나 올 일이었다. 나비효과는 이제 쓰나미가 되어 있었다.
“이제 어디까지 가게 될까요?”
현우가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우리는 35층 사무실의 창가에 서있었다. 아래로 테헤란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모래시계의 본사도, 레인보우의 사옥도 보였다. 한때는 거대해 보였던 그들이 이제는 작아보였다.
“재미있는 건…”
내가 말을 이었다.
“이제는 저도 모른다는 거예요.”
현우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2025년의 기억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어요. 우리가 만든 변화가 너무 커져버려서…”
말을 멈췄다. 밖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뉴스 헬기였다. 우리 회사의 급성장을 취재하러 온 모양이었다.
“근데 그게 더 좋지 않나요?”
현우가 웃었다.
“이제는 진짜 우리만의 이야기를 쓰는 거잖아요.”
그때 지연이 다시 뛰어들어왔다.
“대표님! 지글 CEO가 긴급 미팅을 요청했어요.”
현우와 나는 눈빛을 교환했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왔다.
지글 본사 최상층 회의실. CEO는 우리를 보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 회사를 인수하시겠습니까?”
순간 회의실이 얼어붙었다. 불과 3년 전, 우리는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금, 아시아 최대 IT 기업 중 하나가 우리에게 인수를 제안하고 있었다.
“조건이 궁금하네요.”
내가 담담하게 말했다.
“클라우드 사업부를 포함한 전체 지분의 51%를 매각하겠습니다. 가격은…”
그가 종이에 숫자를 적어 내밀었다. 12조. 숨이 멎는 금액이었다.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24시간 드리죠.”
사무실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2025년에는 이런 일이 없었죠?”
“전혀요. 우리는 오히려 모래시계에 인수됐었죠.”
내가 답했다.
“그리고 그게 최악의 선택이었고요.”
“그럼 이번엔…”
“받아들일 거예요. 하지만 조건부로.”
내가 말했다.
“우리가 경영권을 갖는 조건으로요.”
현우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이해했다. 이것은 단순한 인수합병이 아니었다. 제국을 세우는 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 회의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글의 CEO가 우리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좋습니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세 가지 조건이 있어요.”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첫째, 경영권은 우리가 갖습니다. 둘째, 현재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는 계속됩니다. 그리고 셋째…”
잠시 말을 멈추고 현우를 바라봤다. 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블록체인 사업부를 신설합니다. 가상화폐 시장이 곧 폭발할 테니까요.”
지글의 CEO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나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2025년의 기억 속에서 우리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우리가 게임의 룰을 바꾼 것이다.
“이제 진짜 시작이네요.”
현우가 말했다.
“우리만의 새로운 미래…”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테헤란로는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했다. 하지만 내일부터 이 거리는 달라질 것이다. 새로운 제국의 탄생을 목격하게 될 테니까.
“근데 준서 씨.”
현우가 문득 물었다.
“후회는 없으세요? 미래를 이렇게 많이 바꿔버린 거…”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2025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이제 무의미했다. 우리는 이미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후회는 미래를 바꾸지 못한 사람들의 몫이에요.”
내가 답했다.
“우리는 이미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으니까요.”
git commit -m “feat: building new empire”
git push origin historical-change
햇살이 눈부신 오후였다. 새로운 제국의 첫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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