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나비들의 정원
때로는 가장 작은 것이 가장 큰 변화를 만든다. 2013년 여름, 강남의 한 중국집 지하에서 나는 그런 순간을 마주하고 있었다.
“배달앱이요?”
현우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냥 전단지 찍어 붙이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의 앞에는 초라해 보이는 사업계획서가 놓여있었다. 세 명의 젊은이들이 만든 배달 플랫폼 서비스. 그들은 우리에게 5억 원의 투자를 요청하고 있었다.
“2025년에 이 회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아세요?”
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현우의 눈이 커졌다. 그는 이제 내 말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미래에서 온 확신이 담긴 순간을.
“한국의 배달 시장을 완전히 바꿔놓을 거예요. 시가총액 10조는 가뿐히 넘길 겁니다.”
다음 주, 우리는 또 다른 미팅을 가졌다. 이번에는 판교의 한 카페였다.
“P2P 송금이요? 은행을 건드리겠다는 건데…”
현우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4년 뒤면 이 회사가 은행의 개념 자체를 바꿔놓을 거예요.”
내가 답했다.
“지금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죠. 하지만 그게 바로 기회라는 거예요.”
우리는 10억을 투자했다. 시드 라운드였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였다.
2014년 초, 또 한 명의 청년 사업가가 우리를 찾아왔다.
“동네 중고거래요?”
이번에는 지연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동네에서…”
“5년 뒤엔 모든 게 바뀔 거예요.”
내가 말을 잘랐다.
“사람들은 다시 동네로 돌아가게 될 테니까요.”
현우는 이제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우리는 15억을 투자했다.
“준서 씨는 마치 나비를 키우는 것 같아요.”
어느 날 밤, 현우가 말했다.
“작은 스타트업들을 골라서, 미래의 유니콘으로 키워내는…”
나는 피식 웃었다.
“나비효과라고 하잖아요.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만들 수 있다고.”
2015년,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 하나둘 성장하기 시작했다. 배달 플랫폼은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고, P2P 송금 서비스는 이미 은행들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보세요.”
현우가 어느 날 물었다.
“이런 투자가 2025년의 기억에는 없었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이런 기회들을 모두 놓쳤어요. 눈앞의 성장에만 집중하느라…”
“그럼 이건 완전히 새로운…”
“네. 나비들의 정원이에요.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가는.”
2016년 말,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시장의 화제가 되었다. 모두가 우리의 투자 안목을 놀라워했다. 마치 미래를 보는 것 같다고들 했다.
“사실은 미래를 본 거잖아요.”
현우가 농담처럼 말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우리는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거예요.”
테라스에 서서 서울의 야경을 바라봤다. 어딘가에서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미래를 바꾸기 위해 불을 밝히고 있을 것이다. 작은 나비들이 날갯짓을 시작한 것이다.
“이제 어디에 투자하실 건가요?”
지연이 물었다.
“AI예요. 특히 생성형 AI.”
내가 답했다.
“지금은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이건 인터넷이나 모바일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거예요.”
현우의 눈이 반짝였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작은 AI 연구소 말하는 건가요?”
“네. 그들이 2022년 즈음엔 세상을 놀라게 할 거예요. 챗봇 하나로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테니까요.”
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제 알고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미래를 다시 쓰고 있었다.
git commit -m “feat: investing in butterflies”
git push origin future-makers
밤이 깊어갔다. 하지만 우리의 나비들은 여전히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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