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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끝이 모두의 시작이 될 때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생태계의 완성을 위한 결정적 열쇠인 ‘엑시트(exit)’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당연한 성공 전략으로 여겨지는 엑시트가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스타트업 천국이라 불리는 실리콘밸리의 경험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창업자들의 꿈은 늘 비슷하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것. 하지만 그 꿈을 이루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마치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듯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 상반기 창업기업 동향」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수치가 나온다.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창업기업 수는 62만 2,760개. 돌봄・간병, 교육 등 관련 수요가 확대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기술기반 창업이다. 비록 전년 대비 3.6% 감소한 11만 1,577개를 기록했지만, 전체 창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9%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이들 기술창업 기업 중에서 IPO라는 화려한 결승선을 통과하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신규 상장기업 수는 고작 72개다. 단순 계산으로도 0.7%에 불과하다. 나머지 99.3%의 스타트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실리콘밸리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스타트업의 약 26%만이 엑시트에 성공하는데, 그중 97%가 인수합병(M&A)을 통한 엑시트다. 나머지는 파산하거나 좀비기업이 된다. 즉, 대부분의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IPO가 아닌 M&A를 통해 출구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육상 경기와도 같다. 모든 선수가 마라톤 풀코스를 뛸 필요는 없다. 100m, 200m, 500m를 전문으로 하는 단거리 선수도 있고, 중거리 선수도 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 창업자의 역량, 시장 상황에 따라 각자에게 맞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미 여러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2008년 넥슨의 네오플 인수를 시작으로, 2006년 네이버의 첫눈 인수, 2015년 카카오의 김기사 인수 등 대형 IT 기업들의 스타트업 인수가 이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우아한형제들의 딜리버리히어로 매각, 하이퍼커넥트의 매치그룹 매각,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쏘카의 코스피 상장, 현대자동차의 포티투닷 인수 등 글로벌 수준의 대형 엑시트가 잇따르고 있다.

성공적인 엑시트의 이면에는 창업자들의 끈기와 인내가 있었다. 시장이 요구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추구하며, 투자자들과의 신뢰 관계를 쌓아온 결과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드는 완성의 고리가 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엑시트 이후의 변화다. 많은 성공한 창업자들이 재창업에 도전하거나,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처럼 액셀러레이터, 투자자로 변신하기도 한다. 스마트싱스의 알렉스 호킨스처럼 멘토와 자문으로서 생태계에 기여하는 이들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페이팔 마피아’, ‘페이스북 마피아’처럼 우리에게도 ‘배민 마피아’, ‘카카오 마피아’가 더 확산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는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다.

앞으로 글로벌 자본과 결합하는 스타트업 엑시트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본의 국적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제는 엑시트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를 통한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

결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공은 ‘창업-성장-엑시트-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에 달려있다. 창업자는 처음부터 명확한 엑시트 전략을 가지고 시작해야 하며, 투자자는 다양한 엑시트 경로를 열어두어야 한다. 정부 역시 M&A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완성, 그 미싱링크(missing link)인 마지막 고리를 채워야 양질의 생태계가 완성된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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