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켰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어느 육아 인플루언서의 일상이 흘러나왔고, 유튜브에서는 반려동물의 귀여운 모습이 쇼츠로 재생되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런 광경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SNS 데이터 분석 기업 피처링이 발간한 2025년 인플루언서 마케팅 트렌드 리포를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고서는 ‘CHANCE’라는 키워드로 시작했다. Creator Economy, Healing, AI, Narrow Targeting, Conversion, Ethics – 각각의 알파벳이 만드는 이 단어는 마치 암호처럼 2025년의 마케팅 지형도를 그리고 있었다. 12,000개의 브랜드와 에이전시 데이터, 3억 개의 SNS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라고 했다.
먼저 Creator Economy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골드만삭스는 이 시장이 2027년까지 4,8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2024년의 2,500억 달러에서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성장이다. 숫자의 크기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성장이 의미하는 바였다.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가 아닌, 독립된 브랜드이자 사업가로 진화하고 있었다.
하이브가 샌드박스와 협력하여 만든 ‘디어스(THEUS)’라는 플랫폼이 좋은 예시다. 크리에이터와 팬이 만나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겠다는 시도였다. 유튜브도 SNS 게시 기능을 강화하며 이 흐름에 동참했다. 플랫폼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크리에이터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Healing’이라는 키워드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2023년 팬데믹이 끝나고 일상이 회복되면서 여행이나 커플 콘텐츠가 주목받았다면, 2024년에는 마음을 달래주는 힐링 콘텐츠가 급부상했다. 피처링의 랭킹 데이터를 보면, 인스타그램에서 아기나 반려동물 등 이른바 ‘무해력’ 콘텐츠를 다루는 채널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말하는 동물원 뿌빠TV’의 성공은 이런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AI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자막 제작이나 BGM 선정 같은 단순 작업의 자동화를 넘어, 이제는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까지 예측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메타는 한발 더 나아가 AI 챗봇으로 인플루언서와 팬 사이의 소통을 보조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를 상상하자니 흥미로웠다.
Narrow Targeting이라는 키워드는 마케팅의 본질적인 변화를 암시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5》는 현대 소비자들을 ‘옴니보어(Omnivore)’라고 정의했다. 나이, 성별, 소득과 무관하게 다양한 취향을 탐구하는 존재들이라는 의미다. 이런 변화는 기존의 인구통계학적 접근 방식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전환율과 관련된 데이터도 흥미로웠다. AI 기반 메시징 플랫폼의 도입으로 인게이지먼트가 243% 상승했다는 것이다. 특히 DM을 통한 캐러셀 형태의 상품 소개가 높은 전환율을 보였다. 숫자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기술과 전략이 숨어있었다.
Ethics, 즉 윤리성에 대한 강조도 눈에 띄었다. 2024년 11월 개정된 표시 광고 심사 지침은 더욱 엄격한 투명성을 요구했다. 네이버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서는 협찬 광고임을 명확히 표시해야 했고, ‘소정의 수수료 발생’과 같은 모호한 표현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았다.
플랫폼별 성과도 흥미로운 패턴을 보여줬다. 인스타그램 릴스의 경우, 팔로워 10만 이상 채널의 상위 10% 콘텐츠가 평균 13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는 더 극단적인 차이를 보였다. 쇼츠가 롱폼보다 훨씬 높은 조회수 집중도를 보인 것이다. 같은 플랫폼 안에서도 포맷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보고서를 읽으며 든 생각은, 우리가 지금 마케팅의 대전환점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과거의 마케팅이 브랜드에서 소비자로 향하는 일방통행 도로였다면, 이제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고속도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도로 위에서 인플루언서들은 단순한 중개자가 아닌, 독립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진정성과 투명성의 강조였다. 과거에는 영향력이나 팔로워 수가 주된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와 투명한 광고 표시가 더 중요해졌다. 이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성숙한 마케팅 채널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2025년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저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 브랜드의 상황과 목표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전략의 중심에는 항상 진정성과 투명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마케팅의 풍경도 계절처럼 변화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그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더 근본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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