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금융투자 시장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총 10가지의 변화가 예고됐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퇴직연금 시장의 재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인한 국제 정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금융권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퇴직연금을 운용한다는 게 여전히 낯설게 들리겠지만, 이미 17개 금융사가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셈버앤컴퍼니가 제공하는 ‘핀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부터 한국투자증권까지, 국내 주요 금융사 대부분이 이 서비스와 손을 잡았다. 인공지능의 장점은 분명하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데이터에 기반한 투자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특히 자산 배분과 리스크 관리에서 강점을 보인다.
오랫동안 시중은행이 장악했던 퇴직연금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1월 20일까지 4대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잔액이 1883억 원이나 줄었다. 특히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가파르다. 이 중 1207억 원이 IRP 자금이었다.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고객들이 더 높은 수익을 좇아 증권사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시중은행보다 더 다양한 투자 상품과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70년 가까이 이어진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도 흔들린다. 3월에는 국내 첫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가 문을 연다. 800여 개의 코스피·코스닥 종목이 이곳에서 거래될 예정이다. 거래 시간도 기존보다 5시간 30분이나 늘어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거래가 가능해진다. 복수 거래소 체제는 경쟁을 통한 수수료 인하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공모펀드 시장의 판도 변화도 예고됐다. 2분기부터는 일반 공모펀드도 주식이나 ETF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거래소 직상장이 가능해지면서다. 그동안 공모펀드는 ETF에 비해 거래가 불편하고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제 이런 단점이 해소될 전망이다.
중개형 ISA의 인기도 심상치 않다. 가입자 수가 500만 명에 육박하는데, 특히 해외 ETF 투자 비중이 1년 만에 4.3%에서 29.4%로 급증했다. 투자 금액으로 보면 1,210%나 늘었다. 국내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여기에 절세 혜택까지 더해지니 인기가 높아지는 건 당연해 보인다.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된다. 44개 금융사가 내부 업무에서 SaaS와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망분리 규제가 완화되면서다. 이를 통해 금융사들은 IT 인프라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보안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와 AI 기술의 활용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3월부터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매도도 재개된다. 금융감독원은 법인의 규모에 따라 내부통제기준을 차등화했고, 증권사가 불법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해 점검해야 할 항목도 구체화했다. 시장의 유동성을 확대하면서도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법인을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도 단계적으로 허용될 전망이다. 그동안 개인 중심으로 운영되던 실명계좌 제도가 법인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의 디지털 자산 활용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가상자산 관련 금융 상품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IPO와 상장폐지 제도도 손질된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을 높이고, 수요예측 참여 요건도 강화한다.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의도다. 부실기업의 상장유지 기준은 더욱 엄격해진다. 공시 요건도 강화된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고등학교에는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이 신설된다. OECD 노인빈곤율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조치다. 건강한 금융생활, 재무관리, 투자 등 실생활에서 유용한 금융 지식을 교육한다.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안정적인 재무관리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그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며, 금융 교육을 강화하는 쪽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축이 눈에 띈다. 인공지능의 도입, 대체거래소의 출범, 망분리 규제 완화는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다. 공매도 제도 개선, IPO 제도 정비, 금융 교육 강화는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것이다. 2025년은 한국 금융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변화의 흐름을 읽고 대비하는 자만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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