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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비움’이 만드는 기업의 미래

-넷플릭스에서 애플까지, 창업자 이후의 성공 방정식”

-“창업자를 넘어서는 성장: 리더십 교체의 새로운 패러다임”

우리는 종종 창업자와 기업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한다. 마치 작가와 그의 작품을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하지만 현대 경영의 역사는 이런 통념을 계속해서 뒤집어왔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에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까지, 창업자의 퇴장이 오히려 기업의 새로운 도약대가 된 사례들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당신이 회사를 책임진다면 지금 회사의 어떤 부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은 리드 헤이스팅스가 넷플릭스의 최고위 임원들에게 던졌던 것이다. 단순한 피드백 요청이 아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시각을 찾아 나서는 겸손한 리더십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비움’의 자세는 결과적으로 넷플릭스를 3억 구독자를 보유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이런 성공적인 리더십 교체의 패턴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를 보자. 빌 게이츠 이후 스티브 발머 시기의 침체를 겪었지만, 사티아 나델라가 이끄는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마치 작가가 바뀌면서 같은 소설이 전혀 다른 장르로 재해석되는 것과도 같다. 나델라는 PC 운영체제 중심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를 클라우드 중심의 기업으로 전환시키며,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스타벅스의 사례는 또 다른 흥미로운 시사점을 준다. 하워드 슐츠는 한 번 물러났다가 위기 때 다시 복귀해 회사를 회생시켰고, 이후 다시 물러났다. 이는 창업자가 ‘소방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다시 미래를 위해 물러난 케이스다. 마치 원작자가 리메이크 작업에 잠시 참여했다가, 다시 새로운 세대에게 작품을 넘기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창업자의 역할이 영원한 지배자가 아닌, 때로는 조력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아마도 애플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라는 카리스마적 창업자의 사망 이후, 많은 이들이 애플의 미래를 우려했다. 하지만 팀 쿡은 애플을 단순한 제품 회사에서 서비스 기업으로 확장시키며, 기업 가치를 크게 높였다. 애플 워치, 에어팟과 같은 새로운 제품군을 성공시켰고, 애플 뮤직, 애플 TV+ 등 서비스 사업도 크게 성장시켰다. 이는 창업자의 비전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마존의 사례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제프 베조스가 물러난 후 앤드류 재시가 이끄는 아마존은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이는 마치 과도하게 뻗어나간 나무의 가지를 전문적으로 다듬는 정원사의 작업과도 같았다. 창업자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 사례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패턴이 있다. 바로 ‘창조적 계승’이다. 성공적인 후임 경영진은 창업자의 핵심 가치는 지키되, 시대의 변화에 맞춰 과감한 혁신을 추구한다. 이들은 마치 전통 있는 레스토랑의 새로운 셰프처럼, 기존의 시그니처 메뉴는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확장해나간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성공적인 리더십 교체가 대부분 내부에서 육성된 인재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평소에 후계자를 어떻게 발굴하고 육성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는 “리더와 논쟁하지 않는 직원은 직무 유기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미래의 리더를 키워내는 실천적 철학이었던 것이다.

현재 디즈니가 겪고 있는 고민은 이러한 맥락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밥 아이거의 복귀는 어쩌면 새로운 리더를 키워내지 못한 조직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창업자가 물러난 자리에서 더 큰 성장을 이뤄내며,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테드 사란도스와 그렉 피터스의 공동 대표 체제는 단순한 리더십의 교체가 아닌, 조직 문화의 진화를 상징한다.

결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진정한 성공이란, 창업자가 없어도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핵심에는 창업자의 집착이 아닌, 변화를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스타트업 리더십은 더 이상 ‘영웅적 창업자’의 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조직이 스스로 진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생태계 속에서 새로운 리더가 자연스럽게 육성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시작점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창업자의 ‘비움’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창업자의 퇴장이 반드시 기업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성공의 열쇠는, 창업자가 얼마나 일찍부터 자신의 부재를 준비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마치 좋은 정원사가 자신이 없어도 정원이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두는 것처럼, 좋은 창업자는 자신이 없어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두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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