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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화산의 폭발과 오래된 산맥의 흔들림…격변하는 디지털 지형도

AI 서비스는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10년 SNS 강자는 신흥 세력에 자리를 내주었다. 넷플릭스는 더욱 견고해졌지만, 그 아래에서는 새로운 도전자들이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5년 초 디지털 플랫폼 시장은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AI 챗봇부터 OTT, 소셜미디어, 교육 앱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의미 있는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AI 챗봇 시장의 변화는 디지털 서비스의 부침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DeepSeek의 짧은 영광이다. DeepSeek는 1월 28일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일간 사용자 수가 191,556명까지 치솟으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신규 설치 건수도 같은 날 171,257건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월 7일에는 사용자 수가 46,419명으로 급감했고, 신규 설치 건수도 5,650건으로 추락했다. 반면 ChatGPT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1월 말 60만 명대에서 2월 초 74만 명대까지 성장했다. 이는 AI 서비스 시장에서 일시적인 화제성보다 지속적인 서비스 품질과 사용자 신뢰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OTT 시장의 변화는 더욱 근본적이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2’의 글로벌 흥행을 발판으로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2024년 12월 기준 월간 사용자 수는 1,298만 명을 기록했으며, 전체 시장의 41%를 장악하고 있다. 이는 2021년 9월 53%에서는 하락한 수치지만, 경쟁이 치열해진 현 시장 상황에서도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만한 것은 쿠팡플레이의 빠른 성장이다. 2021년 9월 10%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이 2024년 12월에는 22%까지 상승했다. 이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쿠팡의 이커머스 서비스와의 시너지가 만들어낸 결과다. 특히 멤버십 통합 운영을 통한 사용자 혜택 강화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웨이브는 같은 기간 21%에서 14%로 점유율이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티빙은 23%의 점유율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셜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은 더욱 극적이다. 틱톡과 틱톡라이트의 통합 사용자 수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2025년 1월 기준 968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868만 명에 그친 페이스북을 마침내 추월한 수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사용자 체류시간의 압도적인 차이다. 틱톡라이트 사용자들의 월평균 사용시간은 20.28시간으로, 페이스북(4.91시간)의 4배를 훌쩍 넘는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틱톡라이트의 성장세다. 2024년 1월 31만 명에 불과했던 사용자 수가 1년 만에 479만 명까지 증가했다. 이는 틱톡이 기존 앱과 라이트 버전을 통해 다양한 사용자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틱톡의 성공은 단순한 숫자의 증가를 넘어 소셜미디어 사용 행태의 근본적인 변화를 반영한다. 짧은 영상 중심의 콘텐츠와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 그리고 보상 시스템의 결합이 만들어낸 강력한 사용자 경험이 이러한 성과의 핵심이다.

영어 학습 앱 시장에서는 듀오링고가 삼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2025년 1월 신규 설치 건수는 303,781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경쟁사인 말해보카(233,004건)와 스픽(230,952건)을 크게 앞지른 수치다. 사용자당 월평균 사용일수에서도 14.25일을 기록하며, 말해보카(7.69일)와 스픽(7.09일)을 두 배 이상 앞섰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재방문율이다. Week+1 기준 61.47%를 기록하며 말해보카(37.08%)와 스픽(41.39%)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이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한 학습 동기 부여와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만들어낸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용자 충성도에서는 듀오링고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25년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변화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와 사용자 경험의 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DeepSeek의 사례는 일시적인 화제성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둘째, 플랫폼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쿠팡플레이의 성장은 이커머스와 OTT의 결합이 만들어낸 시너지의 좋은 예다. 셋째, 사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틱톡의 성공은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마지막으로, 교육 분야에서도 기술과 콘텐츠의 조화가 성공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듀오링고의 성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들은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이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각 플랫폼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통해 사용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있으며, 그 명암은 앞으로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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