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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지속가능성의 불안한 동행

사람들은 우리가 믿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믿을 뿐이다.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최근 발표한 ‘기술 기반 지속 가능성 트렌드 및 지수 2024’ 보고서는 그런 믿음의 결이 드러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아시아, 유럽, 중동 지역 기업의 76%가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지속가능성의 구원자로 믿고 있지만, 동시에 61%는 이 기술들이 소비하는 엄청난 에너지에 대한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믿음과 불안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지역별로 갈라지는 기술 인식의 지형도

신흥 아시아 시장(83%)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지속가능성 가능성에 대한 열광이 가장 뜨겁다. 필리핀(91%)과 싱가포르(84%)가 이 열기의 선두에 있다. 반면 한국은 고개를 돌리고 있다. 한국 기업 중 단 51%만이 AI와 클라우드가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것이라 생각한다. 냉정함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무관심이라 해야 할까.

흥미로운 건 기업의 59%가 여전히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될지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믿지만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 수 없는 현대인의 곤경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특히 아시아(63%)에서 이러한 혼란이 두드러진다.

기업 경영진의 약 3분의 2(62%)는 자사가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통한 지속가능성 추구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인식한다. 이 불안감은 싱가포르(80%)와 필리핀(77%)에서 극대화된다. 한국 경영진은 41%만이 이러한 우려를 표했다. 한국의 이 낮은 수치는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일까, 아니면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해서일까. 보고서는 그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에너지 소비의 그림자

인간의 욕망은 언제나 자원의 한계와 충돌한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의 61%는 AI가 소비하는 막대한 에너지가 도입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싱가포르(85%)와 필리핀(77%)에서 이 불안은 정점에 달한다. 한국(43%)은 상대적으로 이 문제에 덜 예민해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71%의 기업이 AI 운영에 따른 에너지 소비가 그것이 가져올 이익을 초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싱가포르(86%)와 필리핀(84%)은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하다. 한국 기업의 절반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 깨닫지 못하지만, 우리의 디지털 욕망과 지구의 물리적 한계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다.

기술과 지속가능성의 불안한 동행

기업들은 이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는 기술 공급업체를 선택할 수 없게 되었다. 친환경 클라우드 제공업체 선정에서 기업의 51%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업체를, 46%는 에너지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를, 42%는 탄소 배출 저감에 노력하는 업체를 우선시한다.

셀리나 위안 알리바바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글로벌 사업 부문 회장은 “2030년까지 100% 청정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진실일까, 아니면 그린워싱의 또 다른 사례일까.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2023 회계연도 기준 자사 데이터센터의 평균 전력사용효율(PUE)을 1.215에서 1.200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또한 소비 전력의 56%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했다. 숫자는 정확해 보이지만, 우리는 그 이면에 있는 복잡한 현실을 보지 못한다.

오픈소스: 새로운 희망인가, 또 하나의 환상인가

이 회사는 오픈소스 이니셔티브를 통해 AI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 LLM인 큐원2.5-VL, 큐원2.5-1M, 통이완샹(Wan)을 공개해 개발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모델들은 허깅페이스 커뮤니티에서 10만 개 이상의 파생 모델을 탄생시켰다.

알리바바는 소규모 파라미터 모델을 장려해 AI 훈련 및 배포에 따른 비용과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고자 한다. 작은 모델로도 효율적인 AI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해결책일까, 아니면 더 큰 문제로 가는 지름길일까.

13개 시장, 1,300명의 의사결정권자를 대상으로 한 이 보고서는 우리에게 기술과 지속가능성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준다. 기업들은 이제 지속가능성의 압박 속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구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기술은 우리에게 구원을 약속하지만, 그 약속 이면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우리는 그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또다시 미래 세대에게 부채를 떠넘길 것인가?

플래텀 중국 연구소 소장 /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시선으로 중국 현황을 관찰하고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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