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여러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받아야 할 돈도 많습니다. 발주사, 협력사, 거래처 등 다양한 회사들로부터 받을 채권이 쌓이게 마련이죠. 그런데 만약 이들 중 한 곳이 폐업을 했다면,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폐업이나 파산을 한 상대방으로부터 채권 회수가 가능한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이번 글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원칙: 회사와 개인의 책임은 별도로 구분
먼저, 법인격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주식회사나 유한회사 같은 법인은 대표자 개인과는 법적으로 별도의 존재로 간주됩니다. 이 때문에 법인이 부담하는 채무는 원칙적으로 법인에만 변제 책임이 있습니다. 대표나 임직원 개인에게는 변제 책임이 없죠. 따라서 법인이 폐업(정확히는 파산)하면 남은 재산으로만 변제를 받을 수 있고, 다른 채권자들과 나누어야 하므로 돈을 거의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원칙일 뿐, 실제 상황에서는 여러 예외가 존재합니다.
예외 1: 상대방이 개인사업자인 경우
상대방이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라면, 모든 채무는 대표자 개인이 변제해야 합니다. 이름이 ‘주식회사’, ‘(주)’, ‘회사’라고 쓰여 있어도 개인사업자일 수 있습니다.
거래를 할 때는 상대방이 법인인지 아니면 개인사업자인지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채무가 이행되지 않은 경우, 그리고 특히 상대방이 소규모인 경우 이 부분을 가장 먼저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예외 2: 회사가 폐업을 했지만 파산은 하지 않은 경우
세무서에 하는 폐업 신고는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아 매입과 매출이 발생하지 않을 예정임을 과세 당국에 알리고 사업자등록증을 말소하는 세무상의 개념입니다. 그러나 폐업 신고에도 불구하고 법인에 대해 파산이나 청산 등의 별도 조치를 하지 않으면 법인은 여전히 존속하고 있고, 채무 역시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폐업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돈을 못 받는 것은 아니고, 만약 그 회사에 예금, 임대차보증금, 차량, 설비 등 재산이 남아 있다면 이 재산에 대해 먼저 강제집행을 하여 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예외 3: 임직원의 불법행위로 채무가 발생한 경우
가장 대표적으로, 처음부터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변제를 약속하면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이미 회사의 자금 상황으로 볼 때 대금 지급이 불가능함이 명백한 상황에서 발주를 하거나, 회사의 파산을 준비하면서 그 직전에 금전을 차용하는 경우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예입니다.
이런 경우 회사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한 임직원 개인에게도 직접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예외 4: 사실상 껍데기만 있는 회사(법인격부인)
이름은 주식회사이지만, 대표자 1인이 그 회사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고, 직원도 사실상 없으며, 대표자 개인의 재산과 회사의 재산을 구분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면 회사의 채무에 대해 대표자에게도 변제할 책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1인 주주)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봅니다.
예외 5: 형식적으로만 폐업하고 다른 회사에 영업을 양도한 경우
분명히 동일한 상호나 브랜드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상대방은 폐업이나 파산을 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상대방이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서 그 쪽으로 영업을 양도한 것이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나 브랜드(영업표지)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상법상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하여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앤리 법률사무소 윤현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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