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대개 미국)에 본사를 설립하고 한국 법인을 자회사로 전환하는 플립(flip)은 과거 국내 스타트업계에서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이러한 플립의 의미, 유용성, 효과가 많이 알려지면서 이제 어떤 식으로든 해외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은 한 번씩 플립을 옵션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플립을 하면 무엇보다 미국 벤처캐피털로부터의 신규 투자를 기대할 수 있고, 이것이 플립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라는 점은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한국에서도 투자를 받았다면 그 투자자는 어떻게 할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플립의 보다 현실적인 문제인 기존 주주, 투자자와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존 주주들의 동의
플립이라는 절차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한국의 기존 주주들과 해외의 신설 법인 사이의 주식교환 계약”입니다. 따라서, 플립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자연히 기존 주주들이 개별적으로 이 거래에 동의하고 계약서에 날인을 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실무상 플립 과정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주주들의 동의입니다. 플립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기본적으로 주주 전원이나 대다수의 동의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야 본사에 신규 투자할 잠재적 투자자들도 본사가 한국 법인의 모회사이자 의사결정권을 가진 주체임을 신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미 한국에 투자사가 있는 경우 투자사에서 플립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이 의사결정에 동의하게끔 설득하는 과정이 길게는 1년 이상까지 걸립니다. 내부 정책, 법령상 해외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끝내 설득에 실패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반드시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하나요?
앞서 본 것처럼 플립이라는 거래는 주식교환 계약에 불과하므로, 반드시 주주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는 법적인 요건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결국 플립을 통해 신설 법인을 모회사, 기존 법인을 자회사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모회사가 될 신설 법인이 자회사가 될 한국 법인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분율을 확보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최소한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인 75%를 넘어야 한다고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만약 여러 이유로 끝까지 동의하지 않는 소수 주주가 있고, 그럼에도 회사의 존립을 위해 플립이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면, 반대하는 주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주주들만 플립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플립이 진행되면 그 결과로 본사는 한국 법인의 대주주가 되고, 플립에 참여한 주주들은 지분 비율대로 본사의 주주가 되며, 반대하는 주주는 자회사인 한국 법인의 소수주주로 그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투자자가 반대한다면 어떻게 하나요?
국내에서 통용되는 대부분의 투자계약서에서는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투자자들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플립은 거의 예외 없이 이 사전 동의 사항에 해당하므로, 만약 어떤 투자자가 끝까지 플립에 반대한다면, 이렇게 반대하는 투자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주주들의 날인만 받아 플립을 진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동의 없는 플립은 문언상 투자계약 위반으로 볼 수밖에 없고, 이는 이해관계인(대표이사)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울러, 이처럼 국내의 투자계약서는 영미권에서 많이 사용되는 투자계약서에 비해 회사와 경영자의 의사 결정을 상당히 많이 제약하는 편입니다. 만약 이런 조건들이 플립 이후에도 유지된다면, 이러한 조건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의 (잠재적) 신규 투자자들은 이를 납득하기 어려워할 수 있고, 기존 투자자가 지나치게 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 투자를 꺼리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플립을 하게 될 경우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통용되는 투자계약서에 준한 조건으로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론
플립을 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기존 주주, 특히 투자자들에 대한 설득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100% 주주의 동의를 받아 주주 전원과 주식교환 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으로 반대하는 주주를 제외하고 플립을 진행하면서, 지분율을 고려하여 그 주주에게는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유연한 해결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최앤리 법률사무소 윤현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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