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타트업이 성공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에 그런 마법은 없다. 다만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일은 가능하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는 바로 그 일을 하는 곳이다.

2012년 5월, 국내 19개 은행이 출연하여 설립된 디캠프는 이름 그대로 청년 창업가들의 캠프다. 그들이 머물며 사업을 키우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곳. 최근 발간한 ‘2024 연차보고서’를 보면 그 성과가 숫자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2024년까지 디캠프는 8,117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4,500개 이상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했고, 781개 스타트업에 입주 공간을 제공했다. 7,734개 스타트업에는 맞춤형 멘토링으로 성장을 도왔다. 모두 445개 파트너사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숫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디캠프를 통해 성장한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다. 2024년 기준으로 디캠프가 직접투자한 기업들의 가치는 5.24조원. 투자 시점 대비 4.9배 성장이다. 이 중에는 중국 알리바바 그룹으로부터 1,00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 3조원을 달성한 에이블리코퍼레이션과 같은 유니콘 기업도 있다. SK텔레콤 AI 반도체 계열사와 합병해 기업가치 1조 3천억원을 달성한 리벨리온도 있다.

이노스페이스, 쓰리빌리언, 에스오에스랩, 티디에스팜, 에이엠시지 등 5개 기업은 코스닥과 코넥스에 상장하며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 고피자는 세계 7개국 1,30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태국 CP그룹 계열사로부터 1,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스튜디오랩은 GS리테일과 사업화 연결로 자사 패션브랜드의 상세페이지 자동 생성 솔루션을 제공하게 됐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디캠프는 2024년 10월 비전 2.0을 선포하며 ‘스타트업의 패스파인더(Pathfinder)’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25년부터는 ‘디캠프 배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육성한다. 분기별 10개 내외 스타트업을 선발해 성장 전략을 도출하고, 디캠프의 자원을 집중 투입해 육성한 뒤 투자자, 기업 및 기관, 미디어 등과 연결해 후속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디데이(d.day)’라는 데모데이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2013년 6월부터 2024년까지 125회 개최하며 11,190개 스타트업이 신청해 718개 스타트업이 선발됐다. 경쟁률은 16:1. 수백 명의 투자자와 청중 앞에서 사업 모델을 발표하고 검증받는 자리다.

디캠프는 ESG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2024년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활동보고서를 발간했고, 패밀리 스타트업과 함께 자원순환 캠페인, 사회공헌 캠페인, 탄소중립 캠페인을 진행했다. 플라스틱 병뚜껑 2,031개를 수거해 업사이클링 키링 300개를 만들었고, 37명이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에 참여했으며, 149명이 걸음 기부 챌린지에 참여해 1,820kg의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디캠프 옥창석 기획실장은 “스타트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며 “디캠프는 앞으로도 투자, 멘토링, 입주 공간, 글로벌 네트워크 등 다방면에서 스타트업과 동반 성장하며 지속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딱딱한 보고서 속에서 발견한 이야기들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차가운 숫자들 사이에 감춰진 창업가들의 뜨거운 땀과 불꽃 같은 열정, 그리고 그들을 묵묵히 믿고 지원한 이들의 단단한 의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디캠프의 2024년 연차보고서는 단순한 성과 기록을 넘어, 디캠프가 경험한 창업 생태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이다. 그리고 이는 창업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참고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