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시대에도 역사는 침묵하는 자들의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침묵 속에서도 소리를 내야 했고, 그 소리가 모여 거대한 울림이 되곤 했다. 스타트업 연합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2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다시,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를 주제로 혁신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장철민, 김한규, 이언주, 이재관 의원과 정무위원회의 박상혁, 강준현, 강훈식, 김남근, 이인영, 이정문, 전현희 의원이 함께했다.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정책의 언어로 번역하는 시간이었다.
대한민국 경제의 깊은 골짜기에서 누군가는 등불을 들어야 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스타트업에서 찾을 수 있다”는 한상우 코스포 의장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AI 로보틱스, 글로벌 인재 유치, 디지털 전환의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공정한 경쟁 환경’이라는 실질적 요구였다.
이날 발표자들의 목소리는 서로 다른 음색이었지만 하나의 화음을 이루었다. 이현재 예스퓨처 대표는 인재의 국경을 넘어서는 비전을 제시했다. “세계 각국이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한국 역시 해외 우수 인력이 창업을 통해 우리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말에서는 인재라는 물이 자유롭게 흐르게 하려는 갈망이 느껴졌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의 발언은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규제샌드박스 또한 중앙부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각 지자체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전국적인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혁신의 바람이 서울이라는 좁은 분지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외침이었다.
인구절벽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시대, 김철범 딥플랜트 대표는 중장년층의 두 번째 인생을 위한 제안을 내놓았다. “중장년층의 퇴직이 빨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창업 기회 확대는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 절벽 앞에서 다리를 놓자는 그의 제안은 실용적이면서도 철학적이었다.
강기혁 뉴빌리티 부대표는 AI 로보틱스라는 미래의 언어로 말했다. “한국도 미-중과 같이 AI 산업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 및 대응 마련이 필요하고, AI 로봇 기업을 위한 초·중·후기별 맞춤형 지원책 및 기술특례상장 요건 완화 등의 규제 개선과 검토가 필요하다.” 그의 말에서는 세계적인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정지은 코딧 대표는 규제라는 철창 속에 갇힌 스타트업의 현실을 토로했다. “미국 등 해외와는 달리 한국의 지나친 규제 환경이 투자 유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규제는 안전벨트여야지,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
전상열 나우버스킹 창업자의 발언은 창업의 철학적 의미를 환기시켰다. “창업은 단순히 기업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특정 산업을 형성하는 힘이 있다.” 스타트업은 단순한 경제 주체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적 현상이라는 그의 통찰은 이날 간담회의 정점을 찍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강훈식 의원은 현실적인 조언을 던졌다. “스타트업이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관련 법안과 규제의 틈을 이해하며, 국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치와 산업의 합리적 협력을 모색하는 발언이었다. 박상혁 의원은 “스타트업이 일궈낼 혁신에 깊이 공감하며, 성장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규제 개선과 정책 지원에 나서겠다”며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코스포 한상우 의장은 “경제 위기 등 어려움 속에서도 혁신에 도전하고, 실패를 축적하며 성장하는 창업가들을 존중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함께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실패를 배제하는 사회가 아닌, 실패를 축적의 과정으로 인정하는 문화적 변화에 대한 요청이었다.
장철민 의원은 “오늘 간담회에서 다뤄진 AI산업 생태계, 중장년 창업정책, 기술특례상장 요건과 규제샌드박스 개선안 등 스타트업 업계 현안들이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천 과제로 삼고 지속 지원해나가겠다”고 전하며 말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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