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는 중간광고를 불필요한 방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에 몰입하다 갑자기 끊기는 순간, 짜증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광고주 입장에서는 다르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최근 공개한 ‘TV 애드 인덱스 리포트’에 따르면, 시청자들이 짜증내는 중간광고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KT의 950만 셋톱박스 데이터와 아이지에이웍스의 AI 기반 데이터 분석 기술인 SCI(Synthetic Customer Intelligence)로 분석한 결과이다.
아마도 당신은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이나 끝난 후에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거나 자리를 뜨는 편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당신만의 습관이 아니다.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중간 광고의 평균 노출은 362,974건으로, 전 광고(218,956건)나 후 광고(213,550건)보다 약 1.7배 높았다. 당신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갑자기 등장한 광고에 채널을 돌리기 전, 잠깐 멍하니 보게 되는 그 순간이 광고주에겐 소중한 기회인 셈이다.
케이블 채널(tvN, ENA)은 평소에 지상파보다 시청률이 낮지만, 중간 광고의 효율성은 오히려 케이블이 높았다. 전후 광고 대비 중간 광고 노출 비율이 케이블은 197%인 반면, 종편은 167%, 지상파는 163%에 그쳤다. 절대적인 숫자로만 보면 지상파 중간 광고의 평균 노출(655,355건)이 케이블(369,730건)보다 훨씬 높지만, 효율로 따지면 케이블이 승자다. 케이블을 보는 사람들은 광고가 나와도 채널을 덜 바꾼다는 의미이다.
장르별로 보면, 드라마 중간 광고(905,794건)가 예능 프로그램 중간 광고(491,861건)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전후 광고 대비 노출 효율도 드라마는 216%, 예능은 167%였다.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은 이야기의 다음 전개가 궁금해서 광고가 나와도 참고 기다리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시청자의 궁금증을 광고주들은 놓치지 않는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는 사람들이 빨리 다른 채널로 이동한다. 드라마의 전 광고(476,732건) 대비 후 광고(361,509건) 노출은 24%나 감소했다. 반면 예능은 전 광고(300,769건)와 후 광고(289,022건)의 차이가 4%에 불과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은 채널을 바로 돌리지 않는다. 아마도 예능이 끝난 후에도 여운이 남아서일 것이다.
채널 유형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케이블에서는 후 광고(205,256건)가 전 광고(171,012건)보다 효과적이었고, 종편은 그 반대로 전 광고(128,509건)가 후 광고(102,425건)보다 효과적이었다. 지상파는 전후 광고 간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런 미묘한 차이들이 광고 효과를 좌우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TV 시청 패턴을 만들어낸다. 드라마를 보다가 중간광고가 나오면 화장실에 가거나 냉장고를 열어보는 사람도 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냥 광고를 본다. 특히 이야기의 흐름에 몰입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분석은 시청자의 관성과 콘텐츠 몰입도가 광고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케이블 채널 시청자들은 채널에 대한 충성도가 높거나 다음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채널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종편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시작 전에는 채널을 고정시켜 두지만, 끝난 후에는 빠르게 다른 채널로 이동한다.
이런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우리가 TV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회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우리가 광고를 안 보려고 애쓰는 동안, 그들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광고를 보게 되는 틈새를 찾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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