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과 브랜드 앞세워 ICT 만리장성 쌓는다
중국 하드웨어 업체들, 산자이(山寨)로 시장 진입 후 자체 기술과 브랜드로 거듭나다
중국의 선전(Shenzen) 시, 세계의 제조 브랜드 공장이 밀집된 이 지역에서 2~3년 전부터 하드웨어 기술 혁신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 등 미국에서 개발된 신기술과 제품을 이곳 중국 제조업체 R&D센터에서 재현하여 중국 내수 시장에 출시해왔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단순한 모바일 기기를 넘어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M2M(Machine to Machine) 기술을 적용한 커넥티드 기술 제품, 무인 항공기 로봇 등 미국의 ICT업계가 새롭게 선보이는 기술과 제품들이 중국 내수용으로 빠르게 재현되고 있다. 오랫동안 해외 시장에서는 중국의 산자이(山寨) 제품들이 저급 품질의 모조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왔으나 이제는 이 별칭을 재고해야할 시점이 다가왔다. 산자이로 시작하였지만 중국 내수 시장 선점을 통해 막대한 자본을 축적한 제조업체들이 우수한 글로벌 인재들을 영입하고 선진 차세대 기술에 대한 빠른 학습개발력을 키워 글로벌 브랜드들의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였기 때문이다.
더 레드 하드웨어(The Red Hardware)
중국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 현황을 한눈에 확인하는 테크크런치 베이징 2014라는 행사가 지난 주 베이징 시 조양 공원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중국 하드웨어 기술 현황에 대한 ‘더 레드 하드웨어’를 주제로 양일간 진행되었는데, 행사 중 국내외 참관객들의 관심이 하드웨어 전시 부문에 집중되었다. 행사장에 마련된 30여개의 부스 중 70% 이상이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 기술이며 중소기업 파빌리온 공간에도 클라우드 플랫폼 기술 업체들이 자리하였다. 하드웨어 제품과 관련 B2C 서비스, 인프라 솔루션을 엮어 제품 기술력과 백엔드 시스템 기술의 전반적인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차세대 하드웨어 기술이 실리콘밸리에서 중국으로 이전
미국의 전기 엔진 스케이트 개발업체 액톤(Acton)의 설립자 겸 CEO인 자넬 왕은 테크크런치 베이징에서 자사의 신제품 로켓스케이트(RocketSkates)를 출시했다. 최대 19km까지 가능한 이 전동 스케이트는 블루투스를 이용해 앱과 연결하여 스케이트 상태와 사용자의 활동을 모니터링 하는 기능까지 구현한다. 액톤은 로켓스케이트와 함께 접이식 전동 스쿠터인 M 스쿠터(M Scooter) 시판용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중요한 점은 액톤의 하드웨어 비즈니스 전략이다. 이들은 M 스쿠터와 로켓스케이트 모두 미국에서 개발하였으나 지난해 제품 대량 생산을 위해 중국에 6백여 평의 자체 공장을 세워 30개국으로 수출하는 중이다. 중국 선전에서 시작한 스마트워치 오마테(Omate) 개발사의 대표 로렌트 르 펜(Laurent Le Pen) 또한 7년 전 UX 디자이너로 중국 선전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를 비롯한 해외 선진 경험을 쌓은 UX 디자이너들과 하드웨어 기술자들이 선전 지역에 터를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재 이전과 함께 선전에는 실리콘밸리의 하드웨어 기술을 시제품으로 구현할 기술력과 인프라가 발전하였고, 이제는 하드웨어 기술 개발을 위해 굳이 실리콘밸리나 유럽으로 가지 않고 중국 선전에서 제품 기획, 개발, 판매까지 일구는 대규모 복합 ICT 기술단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다양한 스마트 밴드 제조업체
웨어러블 기기 중 구현과 시판이 용이한 모델은 스마트 밴드. 한국에는 미국 스마트밴드 브랜드 핏비트와 조본, 미스핏 등이 가장 널리 쓰이며, 국산 제조 브랜드 중에서는 인랩 스마트밴드만 시판 중이다. 테크크런치 행사에서는 다양한 특색의 스마트밴드가 출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일반 아날로그형 시계에 습도계 기능과 커넥티드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워치, 가정 내 램프 제어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밴드, 경추 및 요추 건강 관리용 스마트 목걸이 등이 보였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에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는 것은 단순하기에 고도화된 기술이 돋보이지 않았으나 이 모든 제품들이 베타테스트를 끝내고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판매 중이며 이미 중국 내수용으로 많은 매출을 올린 기업도 있어 놀라운 부분이다. 중국 내 판매량이 국내의 배가 넘을 것이며 더 많은 사용자층을 확보할수록 제품에 대한 피드백과 기능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 제품들이 1년 후 어떠한 기술 제품으로 발전할지 기대된다.
중국 내수용 헬스케어 기술
헬스케어 관련하여 스마트 밴드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와 연동되는 수면 리듬 측정계, 혈당 측정계 등이 선보였다. 중국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내과의가 중국이 식생활 문화로 인해 전 세계 당뇨 발병지수 1위 국가(당뇨병 환자 1억 명 이상)라는 점에서 비롯하여 수시로 혈당을 체크할 수 있는 모바일 탈부착 방식의 혈당 측정계를 개발하였다. 현재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 중이다. 중국 소비자의 생활수준은 향상되고 있지만 개선이 쉽지 않은 의료 기술 및 서비스, 시설 개선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의 차세대 헬스케어 기술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를 주목해야 한다.
커넥티드 스마트 홈 기술
퀄콤 테크놀로지 롭 챈드혹 부사장은 2016년까지 전 세계 홈 네트워크 기술에 연결되는 데이터의 양이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전 세계 평균적으로 3배 이상이며 중국의 경우 네트워크 시장 확대와 수많은 커넥티드 하드웨어 관련 업체들의 제품과 기술 발전으로 성장률이 2~3배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테크크런치 베이징 행사에서 보인 스마트 홈 관련 하드웨어는 두 가지이다. 머저, 오르비보(Orvibo)는 집안 내 누수 가스 탐지기로 앱과 연동하여 타이머 기능과 가스레인지 사용을 제어하는 기능이 담겨있다. 앰비(ambi)는 에어컨 및 습도 조절기로 실내외에서 에어컨 기능 조절은 물론 사용자 데이터 수집으로 지정된 사용자가 원하는 온도와 습도, 바람세기 등을 자동 조절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스마트 홈 하드웨어이다.
하드웨어 기술의 백 엔드, 빅 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
중국 내 하드웨어 제조업체인 중소기업들도 커넥티드(Connected)와 웨어러블(Wearable)이라는 차세대 하드웨어 기술 트렌드에 따라 데이터 취합 기능을 위해 클라우드 데이터 스토리지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중이다. 자사 제품에 데이터 처리 및 사용자 시스템 관리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제품 디자인 부분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과 긴밀한 협업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 업체들 또한 예외도 아니다. 스마트 하드웨어 제품군이 다양해지고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징동싼청과 알리바바는 각각 스마트 하드웨어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론칭하였다. 징동싼청이 개발한 클라우드 서비스는 J클라우드(JCloud)로 하이어, TCL, 화웨이, 레노버 등 주요 중국 IT 제조브랜드와 서비스 협약을 맺어 J클라우드 연계 통신 프로토콜을 적용하도록 하였다. 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J클라우드 앱 하나로 각 제조사별 스마트 기기를 제어하는 편리함을 경험한다. 스마트한 기기를 넘어서 이를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플랫폼 환경에서 사용자가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클라우드와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 기술이 같이 발전함으로써 사용자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텐센트, IoT와 위챗을 연동하여 라이프스타일 데이터 플랫폼 구축
텐센트는 스마트 디바이스(IoT) 트렌드를 공부하며 이를 각 계열사업에 적용할 방안을 모색해왔다. 그 일환으로 텐센트는 스마트 하드웨어에 적용되는 WeChat API를 개발하여 배포하였다. iHealth AM3, Mambo, BonBon, Honor 등 스마트 밴드 제조 브랜드 4곳과 제휴하여 위챗 API를 탑재하도록 했다. 텐센트는 각 업체에 ‘지인 경쟁 차트’와 위챗으로 ‘사후 고객 서비스를 이용’하는 2가지 기능을 담도록 하였다. 따라서 4가지 브랜드의 스마트 밴드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더 이상 개별 플랫폼(앱, 웹)에서 벗어나 위챗에서 개인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지인과 커뮤니케이션하며, 고객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텐센트의 전자상거래 서비스 징동싼청(JD.com)은 협력하는 스마트 밴드 제조사만을 위한 독립 쇼핑 채널을 운영하여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등 제조업체와 텐센트 플랫폼의 결합이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중국계 글로벌 기업들, 빠르게 변화하는 스마트 하드웨어 시장 선점을 위해 다양한 3rd Party 협업 방식 고안
레노버, 샤오미,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계 글로벌 기업들은 1~2년 전부터 스마트 하드웨어에 주목하며 이를 대비하는 기반을 준비해왔다. 그리고 하드웨어 시대가 본격적으로 태동하면서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를 설립하거나 외부 스타트업과 제품 개발 공모전 프로젝트를 여는 등 다양한 차세대 하드웨어 기술과 제품군을 개발하기 위해 채널을 폭넓게 구축하는 중이다. 바이두는 올해 초 징동싼청과 함께 하드웨어 오픈 플랫폼을 설립하여 이곳에서 진행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각자의 기술과 제품, 마케팅 채널, 데이터 등을 공동 지원하며 인큐베이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징동싼청은 스마트 하드웨어 전용 쇼핑 채널을 출시한 후, JD+라는 스마트 하드웨어 전문 엑셀러레이터를 시작한다고 발표하였다. 첫 결과물이 바로 스마트 하드웨어 적용 위챗 API를 이용한 클라우드 서비스 J클라우드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물론 스마트 홈 앱세서리와 백엔드 솔루션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기존 하드웨어 업체인 레노버와 샤오미 또한 기술 발전 및 제품 트렌드 전환 속도가 빠른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제3자 개발사(3rdParty)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시도 중이다. 지난달 레노버는 다양한 스마트 하드웨어를 선보이는 NBD(New Business Development) 플랫폼을 공개하며, 레노버 협력사 제품인 스마트 글래스 2 가지를 출시하였다. 샤오미의 경우 스마트폰부터 샤오미 브랜드 인형까지 자사 제품을 자체 생산해왔으나, 올해 처음으로 휴대용 보조 배터리와 스마트 밴드 개발사에 투자하였으며 제3자 개발사의 미밴드(MiBand, 스마트 밴드)를 오는 18일 출시할 예정이다. 양사 모두 내부 스마트 하드웨어 개발부서를 두기보다 우수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협력하는 방법을 택하여 중국 내에서 투자부터 기술 연구 및 유통 마케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형 브랜드들이 내수 시장 우선 선점을 목표로 아이디어와 연구 개발에 탄력적인 스타트업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중국 스마트 하드웨어의 방향
중국 차세대 하드웨어 기술 발전과 제품의 시장성 확보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다. 하드웨어와 관련 솔루션 기술면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앞서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물론 비교할 수 없는 투자 규모와 13억 잠재 구매자는 중국 기업만을 위한 거대한 방어벽 ‘만리장성’과 같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빠른 기술 재현 능력으로 더 좋은 기술, 더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수 있지만, 스마트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사용자 측면에서 그 안에 담길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이 현실이다. 또한 스마트 하드웨어가 발달할수록 중국 또한 일상의 모든 면이 오픈 플랫폼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철옹성같은 중국의 규제와 특수한 네트워크 시장이 어떻게 변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