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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반도체’ 동시에 상승하고 하락하는 시장

반도체 칩 하나에 두 개의 상반된 미래가 동시에 새겨진다. 카카오페이증권이 4월 한 달간의 미국주식 거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는 투자 시장에서 인간의 예측 불가능성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상승에 베팅하는 SOXL이 1위, 하락에 베팅하는 SOXS가 4위. 같은 반도체 칩 위에서 서로 다른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 마치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상자를 열기 전까지는 죽은 고양이와 살아있는 고양이가 공존하는 것처럼, 투자자들의 머릿속에서는 상승과 하락이라는 두 가지 현실이 동시에 존재한다.

평균 수익률은 -2.1%. 이 건조한 숫자 속에는 희비극이 공존한다. 145%의 수익을 낸 아메리칸 레블 홀딩스의 투자자들과 -40%의 손실을 본 테슬라 공매도 투자자들. 그들은 같은 4월을 살았지만, 전혀 다른 시간을 경험했다.

테슬라는 3월의 하락세를 뒤로하고 4월에는 상승으로 돌아섰다. 우리의 예측이란 얼마나 무력한가. 강물은 우리가 예상한 방향과 반대로 흐를 때가 많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강물 자체를 탓한다. ‘시장이 비합리적’이라고. 마치 우리만이 합리적인 존재인 양.

40~50대도 레버리지 ETF라는 불확실성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안정의 항구를 추구하던 이들이 왜 갑자기 폭풍우 치는 바다로 나아가는가. 청춘의 선상에서는 실패해도 항구로 돌아올 시간이 있지만, 인생의 뒷자락에서 항해를 시작한 이들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는데. 아마도 이것은 노후에 대한 불안이 만들어낸 역설적 선택일 것이다.

3월의 테슬라에서 4월의 반도체로. 군중의 시선은 빠르게 이동한다. 마치 철새들이 계절에 따라 이동하듯이. 그리고 시장의 방향성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상승과 하락에 동시에 베팅하는 분열된 전략들이 이를 증명한다. 확신이 없으니 모든 가능성에 조금씩 걸어보는 심리. 이것은 결국 인간이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가장 솔직한 고백이 아닐까.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반도체 관세 우려가 해소되자, 투자자들은 다시 반도체에 모여들었다. 정책이라는 바람 한 줄기에 휘청이는 투자 심리. 그것이 합리적 판단일까, 아니면 다른 양들을 따라가는 양떼 심리일까.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덜 독립적이다.

20~30대의 평균 수익률은 -2.4%로 전체보다 낮았다. 젊은 나무들은 더 강한 바람에 몸을 맡긴다. 그들에게는 다시 자랄 시간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 시간이라는 자산이 과연 무한한 것일까. 젊음이라는 착각 속에서 우리는 종종 시간의 유한함을 망각한다.

이 모든 데이터는 결국 숫자로 표현된 인간 심리의 지도다. 투자 시장은 맨얼굴의 인간을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거울이다. 말로는 안정을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위험을 택하는 모순된 존재,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플래텀 에디터 / 스타트업 소식을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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