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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것들의 소리

강물은 흐르다 바다에 닿고, 인생은 흐르다 죽음에 닿는다. 창업은 흐르다 실패에 닿는다. 구십 퍼센트. 그것이 실패하는 창업의 숫자다.

직업상 수백 명의 창업자를 만났다. 투자자들과 대화했다. 실패한 기업들의, 무너진 꿈의 잔해를 헤집었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말한다. ‘말’과 ‘기수’가 실패의 원인이라고. 기회가 말이고, 창업자가 기수다. 그들은 기수의 부족함을 탓한다. 끈기가 없었다고,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리더십이 빈약했다고. 그러나 이는 단순한 발상이다. 깊은 강물의 표면만을 보는 것과 같다.

퀴비. 제프리 카젠버그의 꿈이었다. 그는 드림웍스의 공동 창업자였다. 메그 휘트먼은 HP의 CEO였다. 둘은 한편이 되어 십 분짜리 영상을 모바일로 보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들은 십칠억 오천만 달러를 모았다. 이십억이 아깝지 않을 아이디어라 믿었다. 지친 통근자의 시간을 위한 짧고 좋은 컨텐츠. 그러나 출시 육 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퀴비가 실패한 것은 고객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업계에 너무 과신했다. 사람들이 통근길에 보는 것은 넷플릭스의 고퀄리티 십 분짜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무료로 틱톡과 유튜브를 보았다. 퀴비는 자신들의 앱을 TV로 볼 수 없게 만들었다. 퀴비는 스크린샷을 막아 소셜미디어로 공유되지 않게 했다. 코로나가 와서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퀴비는 코로나를 탓했지만, 틱톡은 그 시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래드 파워 바이크. 전기 자전거 스타트업이었다. 판매는 급증했다. 그들은 삼억 달러 이상을 투자받았다. 그러나 과감한 확장, 지속적인 인력 감축, 안전 문제로 인한 리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십이십사년 여름, 또 한 차례의 인력 감축이 있었고, 결국 사업은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탈리. 신용카드 부채를 관리해주는 핀테크 기업이었다. 그들은 일억 칠천이백만 달러를 모았다. 그러나 제품 피봇 실패와 고객 불만이 투자자 신뢰를 무너뜨렸다. 결국 자금이 고갈되었고, 추가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마인드스트롱. 디지털 정신 건강 솔루션에 집중한 스타트업. 초기 성공에도 불구하고, 운영 비용 증가 속에서 추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적 압박으로 자산을 매각하고 야심찬 계획을 접어야 했다.

이 실패한 회사들을 보라. 나무의 둥치를 보는 것과 같다. 나이테 같은 원형의 이야기다. 시작은 다르나 끝은 같다. 실패의 순간이 온다.

퀴비의 카젠버그는 성급했다. ‘그냥 하라!’는 창업가의 구호가 그를 바다로 밀었다. 래드 파워 바이크는 빠르게 성장했으나 ‘끈기를 가져라!’는 외침이 피봇의 기회를 놓쳤다. 탈리의 창업자들은 ‘열정을 가져라!’를 믿었으나, 그 열정이 시장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했다. 마인드스트롱은 자금이라는 물을 갈구했으나, 강은 이미 마른 뒤였다.

빠른 움직임, 끈기, 열정. 창업자의 덕목이라 한다. 그러나 그 덕목들은 칼날의 양면과 같다. 강에 물이 넘치면 둑은 무너진다. 균형의 상실이 실패를 부른다.

창업 실패는 상처다. 아픔이다. 성공한 이들은 실패를 명예의 배지나 통과 의례로 말한다. 그러나 나는 수십 명의 창업자들과 함께했다. 그들이 사업을 접을 때. 날것의 감정이 항상 드러났다. 분노, 죄책감, 슬픔, 수치심, 원망. 몇몇은 부정 상태에 있었다. 다른 이들은 우울해 보였다. 꿈이 산산조각 나고, 자신감이 무너졌는데, 누가 그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강물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창업의 실패에서, 우리는 배운다. 많은 실패가 예측 가능한 패턴을 따른다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은 죽음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창업의 죽음은, 어쩌면 우리가 예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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