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국-중국, 90일간 관세 한시적 인하…’무역전쟁’ 잠시 숨 고르기

지독한 무역전쟁은 어제오늘 시작된 게 아니었다.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수입품에 100%가 넘는 관세를 물려 서로의 목을 조였다. 그러다 5월 12일, 이 기막힌 상황에 한시적 휴전이 선언됐다.

제네바의 회의실. 미국과 중국 대표단이 맞은편에 앉았다. 아직 미소는 없었다.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동시에 어떤 합의를 원했다. 싸움에 지친 사람들의 표정. 그것이 그들의 얼굴에 있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고위급 무역 협상이었다. 결과는?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던 145%의 관세를 115%포인트 낮췄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125%의 관세를 115%포인트 인하했다. 서로 숫자를 맞춘 듯한 이 협상, 우연일까?

그러니까 미국은 30%, 중국은 10%의 관세만 부과하게 되는 셈이다. 숫자의 크기로만 보면 엄청난 인하다. 하지만 90일간만 유효한 한시적 조치다. 90일. 그 다음은? 아무도 모른다.

미국 측 대표가 말했다. “양측 모두 각자의 국익을 잘 대변했으나, 서로가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외교적 수사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미국이 유지하는 30% 관세에는 펜타닐 등 특정 품목에 대한 20% 추가 관세와, 전 세계 국가에 적용되는 10%의 기본 관세가 포함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도 미국에 부과하던 보복 관세 대부분을 한시적으로 철회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중국이 더 많이 양보한 듯하다. 하지만 그것도 90일 동안만이다. 그 다음엔? 아마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이다.

금융시장은 이 소식에 즉각 반응했다. 달러화와 주요 주가지수가 상승했다. 중국 증시도 호조를 보였다. 돈의 움직임은 언제나 빠르다. 하지만 시장의 흥분과 별개로, 이 합의가 진정한 무역 정상화의 신호탄일지, 단지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일 뿐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이 있었다.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 주요 교역국들은 미중 합의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들도 각자 미국과의 개별 협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영국은 이미 한 발 앞서 미국과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및 철폐를 합의했다. 일본, 인도, 이스라엘도 미국과의 개별 무역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농산물 수입 확대 등 다양한 상쇄 조치를 추진 중이다.

한국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일부 또는 전면 개정, 혹은 새로운 협정 체결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미국은 한국에게 비관세 장벽 해소, 대미 무역흑자 축소 등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각국은 미중 양국의 관세 인하 합의가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완화할지 지켜보고 있지만, 동시에 자국 이익 극대화를 위한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국가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교역 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이 있다. 그들의 90일 휴전이 진정한 평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더 치열한 전쟁의 전주곡일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것. 적어도 90일 동안은 양국이 그 사실을 인정한 것 같다.

플래텀 중국 연구소 소장 /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시선으로 중국 현황을 관찰하고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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