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며 비행기를 조립하는 것과 같다. 링크드인의 공동설립자 리드 호프먼의 이 말은 창업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낸다.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불완전한 조건 속에서 실행하고, 실패를 견디며, 결국 날아오르는 과정. 경남도는 이런 도전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든든한 생태계라고 판단했다.
경남도가 준비한 글로벌 융복합 창업 페스티벌 <GSAT 2025>가 오는 28일부터 29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경남(Gyeongnam/Growth/Global)이 과학(Science)과 예술(Art)을 융합해 글로벌 기술 창업(Technology)을 이끈다’는 의미를 담은 이 행사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올해는 전 산업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인공지능(AI)을 주제로 관련 산업과 창업을 연결하는 자리다.
경남도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2022년 하반기 창업전담부서를 발족하고 생태계 혁신을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는 숫자로 확인된다. 민선 8기 이전과 비교해 펀드 수는 2.6배(10개→26개), 규모는 3.1배(2,122억→6,619억) 증가한 총 6,619억 원을 조성했고, 이를 통해 도내 기업 128곳에 948억 원이 투자되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남도는 또한 지역 특성을 활용해 3대 권역별 창업거점을 조성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동부권은 의료바이오와 콘텐츠, 서부권은 우주항공과 항노화, 중부권은 스마트 제조와 방산 등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 분야를 설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창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GSAT 2025>는 그동안의 노력이 집약된 행사다. 주 무대인 G-스테이지에서는 국제로봇연합 창립 멤버인 올리버 티안의 ‘AI로봇’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인공지능, 바이오·헬스, 창업생태계 전반에 걸친 콘퍼런스와 토크콘서트가 펼쳐진다. 세계적 석학들의 지식 공유는 참가자들에게 미래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
무대 밖에서는 더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진행된다. 17개 대·중견기업, 51개 투자사와 창업기업 간 1:1 밋업이 마련되어 있다. 단순한 만남으로 그치지 않도록 사전에 정보를 교류하게 하고, 행사 당일에는 각자 원하는 상대방을 만나 제품과 기술 소개, 비즈니스 제안, 협업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구조다. 이런 디테일한 설계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창업 경진대회인 ‘스타트업 컨버전스 리그’도 주목할 만하다. 전국의 예비창업자와 창업자 170여 팀이 신청했고, 1·2차 예선을 통과한 20개 팀(청년 10, 중장년 10)이 본선에 진출한다. 작년 우승팀 ‘스템덴’이 싱가포르 국제 스타트업 경진대회 ‘슬링샷’에서 최종 2위를 차지한 사례는 이 대회의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글로벌 행사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6개국 24개 해외기관(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존을 운영한다. 일본 스테이션 에이아이, 싱가포르 ACE, 미국 플러그앤플레이코리아를 비롯해 해외 창업기업 12개 사 등이 참여해 국내 기업들과의 네트워킹을 진행한다. 이는 국내 창업기업들에게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별히 올해는 주제관으로 ‘AI로봇관’을 운영한다. CES 2025 혁신상을 받은 신성델타테크의 ‘시니어 돌봄로봇 래미’, CES 2024 전시제품인 (주)에스엘엠의 ‘수중 선제 청소 로봇 치로’, 경남도가 최초로 창업기업 등과 함께 개발 중인 경남형 미래항공기체(AAV) 실물모형 등 최첨단 기술의 향연이 펼쳐진다.
행사의 저변은 더욱 넓다. 전국 20여 개의 창업지원기관이 참여해 총 22개의 다양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한국산업은행의 ‘KDB 넥스트라운드 in 경남’, BNK경남은행의 ‘CHAIN-G-Together’, 동남권엔젤투자허브의 ‘G-엔젤커넥트데이’ 등 주요 금융기관과 투자지원기관의 기업설명회(IR)가 열린다. 문화콘텐츠특별관에서는 12개 기업이 인디게임, 콘텐츠 영상, 가상현실 XR 포토부스 체험 등을 선보이고, 메이커스페이스관에서는 오픈형 라이브커머스 방송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미래 창업가 육성도 빼놓을 수 없다. 16개 대학 창업동아리와 6개 중·고교 창업동아리가 참여하는 경진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창업에 흥미를 갖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는 창업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중요한 시도다.
경남도는 GSAT 2025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을 계획이다. 종료 후 성과분석을 통해 내년 행사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에 돌입한다. 더불어 창업생태계 영역을 다채롭게 확장하기 위해 G-콘텐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1억 5천만 원, 10개 사), 경남 자원연계형 로컬창업 활성화 사업(10억 원, 28개 사)을 신규로 추진한다.
또한 창업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우주항공, 로봇 분야), 일본(기계장비), 베트남(푸드테크 분야) 등 3개국 6개 사를 대상으로 현지 액셀러레이팅 사업도 추진한다. 경남의 전략산업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하기 위한 ‘경남-KDB 지역혁신 벤처펀드’도 435억 원 규모로 결성할 예정이다.
유명현 경남도 산업국장은 “GSAT 2025는 단순한 박람회가 아니라 ‘도전-성장-확장’이라는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실현하는 플랫폼”이라며, “2025년을 글로벌 혁신 창업의 메카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아 AI, 우주항공 등 첨단 산업의 창업지원을 고도화하고 문화콘텐츠, 관광 등 비제조 분야까지 지원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창업은 분명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위험한 도전이다. 하지만 경남에서는 그 아래 튼튼한 안전망이 마련되고 있다. <GSAT 2025>가 그 증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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