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렐류드
어떤 숫자들은 그냥 숫자가 아니다. 테무라는 쇼핑앱을 아는가? 2025년 5월, 이 중국 앱의 미국 사용자 절반 이상이 한 달 만에 증발했다. 정확히는 58%였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고객 이탈의 이야기가 아니다.
800달러. 이 금액 미만의 소포는 미국에 들어올 때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었다. 이 작은 규정 하나가, 사실은 거대한 경제 실험의 토대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실험이 하루아침에 종료되었을 때, 58%라는 숫자가 남았다.
이것은 한 기업의 흥망에 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연결되어 있고 또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첫 번째 실험: 800달러의 마법진
모든 우화에는 마법이 있다. 테무의 마법은 800달러라는 숫자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에 들어오는 800달러 미만의 소포는 관세를 물지 않는다는,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작은 조항 하나가 중국에서 온 세 마리 용—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을 키워냈다. 사람들은 그들을 ‘알·테·쉬’라고 불렀다.
1달러짜리 스마트폰 케이스, 3달러짜리 무선 이어폰. 테무의 광고는 상식을 해체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내 높은 물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기업들을 위협하는 괴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Tech Buzz China의 분석에 따르면, 테무의 사업 모델 중 90%가 이 마법진에 의존하고 있었다. 완전관리형 모델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소액 면제 제도(de minimis) 정책을 활용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신화였다. 하지만 모든 신화에는 신을 죽이는 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두 번째 실험: 트럼프라는 변수, 혹은 마법진의 파괴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마법진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오는 마약을 막겠다.”
거창한 선언이었지만, 실제로는 800달러 룰을 없애겠다는 뜻이었다. 5월 2일,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소액 면제 제도 정책이 폐지되었다. 그리고 Sensor Tower의 데이터에 따르면 테무의 미국 내 일일 사용자 58%가 한 달 만에 증발했다.
Bain & Company의 신용카드 분석 데이터가 보여준 현실은 더 냉혹했다. 2월 5일부터 10일까지, 트럼프가 소액 면세 제도 폐지를 처음 언급한 직후 단 6일 만에 테무의 매출이 32% 증발했다. 58%는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4월, 미국은 관세를 20%에서 145%로 급격히 인상했다. 원래 3달러였던 전자제품이 6달러가 넘게 되었다. 세관 검사 비율도 5%에서 15%로 3배 증가했다. 감시가 강화되고, 의심이 일상이 되었다. 4월 26일, 테무는 완전관리형 제품 제거를 시작했다. 4월 30일까지 미국 사이트의 거의 모든 완전관리형 스토어에 “이 스토어는 닫혔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Tech Buzz China는 이를 “무역전쟁 치킨게임”이라고 표현했다. 누가 먼저 굴복하느냐의 게임. 하지만 테무에게는 굴복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숫자들이 무너져내렸다. Tech Buzz China의 조사에 따르면 완전관리형 SKU는 정점 시 400만 개, 평상시 340만 개에서 현재 10만-15만 개로 급감했다. 일일 활성 사용자는 작년 5000-6000만 명, 3월 초 6000만 명 이상에서 5월 약 4000만 명으로 떨어졌다. 일일 거래총액은 3월 초 8000만 달러에서 5월 초 4000만 달러로 정확히 반토막났다.
58%는 이 모든 붕괴를 압축한 하나의 숫자였다. 145%라는 관세율이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한 기업의 DNA를 재구성하는 방사능이었다면, 58%는 그 방사능에 노출된 결과였다.
세 번째 실험: 쉬인은 왜 살아남았는가
같은 방사능에 노출되었지만 쉬인의 운명은 달랐다. Sensor Tower의 시장분석에 따르면, 쉬인은 고객당 평균 지출액을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테무는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는 의외로 철학적이었다. 쉬인에게는 패션이라는 정체성이 있었고, 테무에게는 그저 ‘싼 것’이라는 꼬리표만 있었을 뿐이다. 가격이 경쟁력의 전부였던 테무에게 가격 경쟁력의 상실은 존재 이유의 상실과 같았다.
Tinuiti의 광고 추적 데이터가 이를 잔혹하게 증명했다. 3월에 테무는 글로벌 광고비로 6100만 달러를 썼고, 그 중 1300만 달러를 미국에 투자했다. 하지만 4월 9일부터 미국 내 TikTok과 Google 광고를 완전히 중단했다. 구글 쇼핑에서 쉬인의 광고 점유율은 3월 31일 20%에서 4월 26일 0%로, 테무 역시 3월 31일 19%에서 4월 12일 0%로 추락했다.
4월 테무의 글로벌 광고 중 북미 비중은 단 4%에 불과했다. 사실상 미국을 포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는 달랐다. 쉬인에게는 브랜드가 있었고, 테무에게는 절망만이 남았다.
네 번째 실험: 절망적 적응, 혹은 불가능한 산수
궁지에 몰린 테무는 여러 실험을 시도했다. 4월 27일, Y2 모델이라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도입했다. 중국 판매자들이 주문 접수 후 직접 미국 소비자에게 배송하되, 판매자가 통관과 규정 준수를 책임지는 방식이었다. 9일 배송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9일. 현재 미국의 수입 환경을 고려하면 거의 불가능한 약속이었다. 지연 배송 시 판매자에게 벌금이 부과되었다. 관세, 통관 문제, 물류비 상승을 모두 판매자의 문제로 떠넘기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많은 판매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하지만 진짜 절망은 숫자에 있었다. Tech Buzz China의 분석에 따르면, 145% 관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테무는 미국 시장에서 100억 달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의 매출 증가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0억 달러였다.
100억과 50억. 이 간극은 단순한 적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학적으로 증명된 절망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채울 수 없는 구멍의 크기였다.
전체적으로 테무의 미국 내 주문량과 사이트 방문은 50%에서 70% 사이로 감소했다. 일일 사용자의 58% 감소와 함께 이 수치들은 테무의 미국 사업이 얼마나 전면적으로 붕괴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이었다.
유럽에서 광고비를 40% 늘렸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유럽 소비자들은 독립 웹사이트를 선호했고,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아마존 제품의 50%가 중국산이지만, 베트남 제품들은 20% 가격 인상에 그쳐 테무보다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
5월 12일, 잠깐의 희망이 있었다. 미국과 중국이 일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관세가 90일간 54%로 낮아지고 패키지당 최대 100달러가 부과되었다. 하지만 5월 29일, 상황은 다시 요동쳤다. 무역법원의 판결과 그 번복. 예측 불가능한 현실 앞에서 테무는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했다.
다섯 번째 실험: 90%의 진실, 혹은 새로운 가능성
그 출구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었다. 2월 21일 25곳뿐이었던 한국 판매업체가 일주일 만에 622곳으로 급증했다. 25배 증가. 이 숫자는 절망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진실이 하나 있었다. Tech Buzz China의 데이터에 따르면 테무의 전 세계 월간 활성 사용자 4억 500만 명 중 90%가 미국 외 지역 사용자였다는 것이다. 미국이 전부인 줄 알았던 테무에게 이미 더 큰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Sensor Tower의 마케팅 분석을 보면, 4월 테무의 글로벌 광고는 이렇게 분배되었다: 유럽 49%, 라틴아메리카 16%, 일본·한국·동남아시아 12%, 중동 9%, 아프리카 6%, 북미 4%, 오세아니아 4%. 미국에서의 실패가 오히려 세계화의 기회가 된 셈이었다.
한국·일본·동남아시아 중에서는 한국 광고가 가장 많았고,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은 거의 광고가 없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에서, 유럽에서, 그리고 소득 수준이 낮은 신흥시장에서 테무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 위기가 미국이라는 단일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위험한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일지도 모른다.
에필로그: 멜랑콜리한 숫자들의 의미
일일 사용자 58% 감소, 주문량과 방문 50%-70% 감소, 100억과 50억 사이의 간극. 이 숫자들은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모두 하나의 진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모든 숫자들 너머에서 다른 것을 본다. 58%에서 145%로, 그리고 다시 54%로. 이 숫자들의 춤 속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이 드러난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자유로움과, 그것을 제어하려는 국가의 의지 사이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줄다리기.
테무의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에서 58%를 잃은 후, 한국에서 업체 수를 25배 늘렸고, 유럽에서 광고비를 40% 증가시켰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Y2 모델이라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도입했지만, 판매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것은 단순한 시장 이동이 아니다. 급작스런 정책 변화에 직면한 글로벌 기업의 필사적 적응 노력이다.
58%라는 충격이 테무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단일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위험성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Tech Buzz China의 데이터가 보여주듯, 테무 사용자의 90%가 이미 미국 외 지역에 있었다는 사실은 놓쳤던 기회의 크기를 말해준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다. 급변하는 무역 정책 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가장 큰 기업이 아니라,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테무는 지금 그 적응력을 시험받고 있다. 성공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800달러 마법진이 부서진 자리에 새로운 마법이 생겨날 수 있을까. 100억과 50억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국의 622개 업체 확장, 유럽으로의 사업 다각화, 그리고 여전히 4억 명이 넘는 전 세계 사용자들은 가능성의 씨앗일 뿐이다. 58%라는 숫자로 시작된 이 우화가 앞으로 어떤 숫자로 끝날지, 그것은 여전히 미래에 달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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