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술 업계가 화이트칼라 업무 전반에 인공지능 도입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 AI의 공동창립자 겸 CEO 아르튀르 망쉬가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대량 해고가 아닌, 인간 지능의 은밀한 침식이다.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Viva Technology) 컨퍼런스에 참석한 망쉬는 AI가 제기하는 가장 큰 위험이 일자리 손실이 아닌 ‘역량 상실’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량 상실이란 인간이 AI 시스템에 정보 종합과 평가를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지적으로 수동적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 딥마인드 연구원 출신인 망쉬는 생성형 AI가 수백만 개의 사무직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과장된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진짜 위험은 사람들이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있다고 주장했다. AI가 생성한 답변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면, 비판적이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감소 논리에 대한 반박
망쉬의 이러한 발언은 AI 업계 동료들의 경고와는 대조적이다. 클로드 시리즈 언어모델을 개발한 앤트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최근 AI가 향후 5년 내에 초급 화이트칼라 직종의 절반까지 대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고객 서비스와 데이터 입력부터 법률 조사와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처리했던 업무를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각 분야의 불안감을 반영한다.
하지만 망쉬는 아모데이의 전망을 비판하며, 이러한 예측이 AI의 노동시장 역할을 정확히 예측하기보다는 화제성을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너무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망쉬는 말했다.
화이트칼라 직종을 없애는 대신, 망쉬는 AI가 이들 직종을 재편할 것이라고 본다. 그는 AI가 잘 수행하지 못하는 대인관계, 감정적, 맥락적 역할인 ‘관계적 업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관계적 업무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AI 주도 운영으로의 기업 전환
망쉬의 신중한 견해는 AI 도입과 직결된 기업 구조조정 물결 속에서 나온 것이다. 아마존 CEO 앤디 재시는 최근 직원들에게 AI가 각 부서의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회사 인력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새 CEO 립부 탄이 이끄는 인텔은 AI를 주요 동력으로 내세우며 글로벌 마케팅 부문의 상당 부분을 액센츄어에 아웃소싱하는 과정에 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AI가 마케팅 기능을 간소화하고 일상적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며 더 빠르고 효율적인 캠페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관으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IBM도 마찬가지로 곧 AI가 처리할 것으로 여겨지는 직종의 채용을 늦추고 있으며,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는 몇 년 내에 백오피스 업무의 최대 30%가 자동화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러한 변화는 전체 직장에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최근 보고서는 AI가 결국 전 세계적으로 3억 개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모든 일자리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많은 직종이 재구성되거나 격하되거나 새로운 인간-AI 협업 워크플로에 흡수될 것이다. 일부 연구자와 노조는 이러한 변화가 너무 빠르게 일어나고 있으며, 근로자의 의견 수렴이나 지적 자율성과 소득 보장을 위한 안전장치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AI 시대의 역량 상실 현상
망쉬가 역량 상실에 주목하는 것은 더 조용하지만 똑같이 시급한 논의를 건드린다. 자동 생성 이메일부터 알고리즘 추천까지 AI 도구에 지속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어떻게 사람들의 정보 처리, 문제 해결, 독립적 학습 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사용자들은 AI 시스템을 전지전능한 권위자로 여김으로써, 역동적이고 복잡한 정보 경제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바로 그 능력을 잃을 위험에 처한다.
이러한 위험은 AI 도구가 이미 콘텐츠 작성, 자료 요약, 답변 생성에 활용되고 있는 교육과 저널리즘 분야에서 더욱 커진다. 학생이나 전문가들이 자신의 사고를 언어모델에 아웃소싱한다면, 망쉬가 경고하듯 건전한 판단을 내리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잘못된 정보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시대에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이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 망쉬는 인간 개입형 AI 설계를 옹호한다. 이 접근법은 인간이 기계 결과물을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하도록 보장함으로써, 학습과 참여를 약화시키기보다는 강화한다.
“사람들이 AI 결과물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투명성을 향한 개방형 접근
2023년 4월 망쉬가 기욤 람플, 티모테 라크루아와 함께 설립한 미스트랄 AI는 빠르게 유럽 오픈소스 AI 생태계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수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이 회사는 개방성과 투명성을 위해 설계된 대규모 언어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 미국 선도업체들이 취하는 폐쇄형 접근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미스트랄의 오픈소스 접근법은 또한 AI 개발의 투명성을 위한 증가하는 압력을 반영한다. 모델과 데이터를 기업 방화벽 뒤에 숨기는 회사들과 달리, 미스트랄은 자사 모델을 공개적으로 출시하여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이를 이해하고 감사하며 적응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개방성 정신이 책임감 있는 AI 사용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망쉬는 믿는다. 특히 소수 기술 기업에 권력이 집중되어 공적 감시와 혁신을 위협하는 시점에서 더욱 그렇다.
인간 판단력의 중요성
결국 망쉬의 발언은 AI 도입의 중요한 갈림길을 부각시킨다. 한 길은 운영 간소화, 인력 감축, 기업 이익 증대로 이어지지만 인간의 기술과 주체성을 희생시킬 수 있다. 다른 길은 AI를 협업 도구로 통합하여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체하기보다는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 기업, 기관들이 AI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는 가운데, 망쉬는 그들에게 기술을 유용하게 만드는 본질적 요소인 인간의 판단력을 잊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람들이 계속 학습할 수 있기를 원한다. 정보를 종합하고 비판하는 능력은 학습의 핵심 요소다”라고 망쉬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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