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우의 Lean Life] 7. 린 스타트업이 어려운 네 족속
창업도 인생도 린하게 하기 위한 프로젝트
‘이희우의 린 라이프’
‘쫄지말고창업’ 이란 책을 출간하고 나서 여기저기서 찾는다. 혹 책 한권이라도 더 팔릴 것 같으면 강연을 수락하는 편이라 몸도 바빠진다. ‘쫄지말고’ 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일까? ‘쫄지말고창업’이란 창업 펌프질 이야기가 무턱대고 창업을 하도록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무책임하다는 식의 뉘앙스를 담아서 말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물론 기분은 조금 나쁘다. 실상 내 책의 내용을 보면 그런 질문의도는 다분히 오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책은 실제 창업을 하더라도 무턱대고 회사 관두고, 전재산 쏟아 부어서 하라고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 무조건 군살을 빼고 린하게 하라고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린 스타트업을 배우고 실제 접목을 시키려 하려해도 잘 안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속성을 갖고 있는 족속이라면 아무리 린 스타트업이 어쩌니 최소존속제품(MVP)이 어때야 된다고 얘기를 하더라도 실제 린 스타트업을 적용시키기가 어렵다.
아이디어 맹신 족
창업의 시작은 아이디어/아이템 부터 시작되는 것은 맞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번뜩이는 것이어야 창업 성공확률이 높은 것도 맞다. 그렇지만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일 뿐 절대 사람의 주머니로부터 돈을 꺼내게 만들 수 있는 시장기회(Market Opportunity)가 아니다. 그런데, 창업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본인의 아이디어를 맹신한다. 그리고 본인이 아직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구현해 줄 수 있는 개발자,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 해줄 자본(투자)을 못 만났기 때문이라고 떠벌리고 다닌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참으로 가슴 아프다. 아이디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그 실행력의 근본은 팀빌딩부터 시작한다. 팀빌딩을 해야 최소존속제품이라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그 과정도 물론 린하게 할 필요가 있지만 말이다. 아이디어가 사업상의 가치, 시장상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선 많은 검증과정을 필요로 한다.
우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아이디어를 사업화에 맞게 증폭(Multiplication) 해야 한다. 윌리엄 바이그레이브(William Bygrave)의 저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서 이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두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 첫째가 자극을 모으는(Gather Stimuli) 단계이다. 타겟이 될 고객이 뭘 불편해하고 뭘 필요하는지 관찰하고 질문하고 거기서 얻는 정보를 기록하는 단계이다. 두번째가 그 자극들을 증폭(Multiply Stimuli) 시키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선 고객과 시장에 대해서 발견하고 알게된 것을 함께 나누고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브레인스토밍 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를 거쳐 고객 컨셉 개발(Create Customer Concepts) 단계로 넘어가는 데, 여기에선 제품에 대한 특징, 속성 등을 나열하고 그려본 다음 그것을 구현한 목업(Mock-up)을 만들어 본다. 보통 목업은 오버해서 지나치게 많은 기능이 구현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마지막 최적화(Optimize Practicality) 단계를 반드시 거친다. 이 단계에서 기능을 추가하거나 빼서 최소존속제품(MVP)을 구현하게 된다. 이때 고려해야할 요소가 불필요하지 않은지, 비실용적인지, 너무 비싸지 않은지 확인하면서 최소존속제품을 구현해야 한다.
이 단계를 모두 거쳐야 그 아이디어가 시장기회에 근접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아이디어에만 너무 맹신하지 말자.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일 뿐이다.
완벽주의 족
통상 본인이 천재이고 똑똑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항상 1등만 해왔는데, 그래서 어설픈 제품을 시장에 내보이기가 싫어 첫 제품에서 완벽을 기하게 된다. 거기에 실패를 하게되면 쪽팔릴 것을 염려하다 보니 더 제품의 완벽성을 기하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완벽을 기하다가는 경쟁회사에서 먼저 그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더불어, 시간과 돈도 많이 들어 스타트업이 하기에는 적절한 접근 방식이 아니다. 다음(Daum)의 마이피플도 카카오톡 출시 이후 VoIP 기능도 붙이고 잡다한 기능을 추가하여 완벽함을 추구하다 결국 실기한 경우가 아니던가? 결국 카카오에 먹힌(?) 신세가 되었고.
그러니 첫 제품이나 서비스는 완벽을 기하지 말자. 우리가 아무리 고객을 잘 파악해서 최소존속제품을 만들었다 해도 실제 제품 출시 이후 고객 반응은 다를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측정하고 배우는 것이 린스타트업에서 말하는 뺑뺑이(Iteration)다. 다시 말하면 제품개발(Build), 측정(Measure), 학습(Learn) 단계를 통해 피봇(Pivot)도 하게되고 그런 뺑뺑이를 빨리 돌려봐야 좀 더 고객에 접근해가서 제대로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처음부터 완벽을 기하진 말자.
나 혼자주의 족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팀을 이룰 때 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사업은 스티브 잡스의 말대로 원맨쇼가 아니다.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이디어 증폭이든 사업성 검증이든 이 모든 것들을 함께 할 팀을 구성해야 한다. 팀구성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혼자 하려고 하다보면 모든 부분에서 전문성도 떨어질 뿐만아니라 투자자들은 아직도 사업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판단해 버린다. 팀 빌딩도 못한 주제에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가?
본인이 개발자 출신이라면 그나마 낫다. 기획이나 마케팅을 도와줄 팀원 구성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으니까. 개발자 출신이 아니라면 더 발로 뛰어 다녀야 한다. 평소 폭 넓은 인간관계와 네트워킹, 거기에 인간적인 측면도 호감형이어야 하고, 선후배 및 친구간에 신의도 많이 쌓아두어야 한다. 그냥 골방에 틀어박혀 아이디어 구상만 조금 한것 가지고 창업하겠다고 설치지는 마시라. 이런 이들에겐 백날 린스타트업을 가르쳐도 의미가 없다.
창업 숭배 족
창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작게는 고객에게 불편함을 해결해 주거나 가려운데 긁어주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까지, 창업은 그런 것을 하기위한 수단이며 과정이어야 한다. 난 어려서부터 꿈이 창업이고 그래서 무조건 창업을 하고 싶다고 덤비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이디어도 없이, 아이디어 검증도 없이, 함께할 팀원도 없이 말이다. 다들 창업 이유를 물어보면 돈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한다. 물론 돈도 중요할 수 있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이 고객의 불편함 해소이다.
흔히 이런 이들은 창업이란 것에 매몰되어 생각이 꽉 막혀있는 경우가 많다. 주위에서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귀를 열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슨 린스타트업이니 MVP니 하는 얘기가 들어오겠는가?
쓰다보니 오늘도 말이 좀 거칠다. 혹 상처받는 분이 생긴다면 용서를 구하고 그저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