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경제적 난제와 정치적 갈등, 부의 문제 등 여러 사회적 갈등이 존재한다. 경제적 발전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러한 갈등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경제 발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그 갈등 가운데서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다.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개인은 더 많은 변화를 받아들여 자신을 혁신해야 하지만, 기업은 타인을 위해 그리고 사회를 위해 변화를 간구해야 한다. 기업은 사회 발전에 앞서 사회에 대한 고민과 문제 인식을 우선으로, 기업이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서울대학교의 한 강단을 빼곡히 채운 300여 명의 청중 모두가 중국에서 온 ‘작은 거인’의 이야기에 집중하였다. ‘기업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청중의 질문에 그 작은 거인은 위와 같이 대답하였다. 중국에서 온 ‘작은 거인’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답이었다. 15년 전 그가 차이나페이지(기업 웹사이트 개발 서비스)와 중국 전자상거래센터(EDI)를 모두 실패한 후 항저우(알리바바닷컴을 시작한 곳)로 돌아갈 것을 결심했을 때, 그가 다가오는 인터넷 시대에 해결하고 싶은 ‘갈등’과 그가 확신한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마윈은 앞으로 중국에서 발전할 인터넷 사업을 고민하였다. 그는 예전에 중국 정부 산하에서 무역 관련 일을 하면서 ‘B2C 거래보다 B2B 거래 규모가 더 크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B2B 거래의 대상은 중국의 중소 제조기업이 적합하다고 생각하였다. 수많은 중소 제조기업들이 중국 경제의 근간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 자율적이고 평등한 환경의 B2B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야말로 중소 제조기업들이 대기업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시장판로를 개척하며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는 혁신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20여 명의 동료를 불러 모아 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였고, 1998년 말 동료 17명과 함께 고향 항저우로 돌아와 800 위안(한화 13만원) 밖에 안되는 월급으로 알리바바닷컴 개발에 몰두하였다.
1999년 3월 알리바바닷컴의 탄생, 그리고 170조 기업이 되기까지
첫째, 우리는 102년간 생존할 회사를 세울 것이다.
둘째, 우리는 중국의 중소기업을 위한 전자상거래회사를 세울 것이다.
셋째, 우리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회사를 세우고 전 세계 사이트 10위 안에 진입할 것이다.
마윈의 창업 일기를 다룬 도서 ‘불광불급(不狂不及)’에 나온 내용으로, 1999년 3월 알리바바닷컴 창립일에 마윈이 연설 중에 발표한 알리바바닷컴의 3가지 목표이다.
현재 알리바바는 중국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B2B, B2c, C2C 포함)의 80% 이상을 점유한 대형 업체로 우뚝 섰으며 중국 전자상거래 웹사이트 1위, 전 세계 전자상거래 웹사이트 TOP 3, 거래량 기준으로 전 세계 전자상거래 1위가 되었다. 15년 동안 중국 중소 제조기업을 해외 기업과 이어주는 B2B 전자상거래 서비스 알리바바닷컴을 시작으로 국내 도소매업자들을 잇는 1688.com, 중국 C2C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90%의 타오바오, B2C 전자상거래 점유율 50%의 티엔마오, 공동구매 사이트 주화산(Juhuasuan), 글로벌 B2C/C2C 전자상거래 서비스 알리익스프레스 등 다양한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또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 알리왕왕(Aliwangwang)과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알리바바서비스 이용 판매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서비스 솔루션인 알리마마(Alimama), 알리클라우드, 물류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차이니아오(Cainiao) 등 전자상거래 서비스 이용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데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이미지 : 지난해 3월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알리바바의 상장 신청서 내용 중 발췌>
마윈과 알리바바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재패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들은 성장을 위한 페달질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지금까지 섭렵한 시장보다 아직 두드리지 못한 잠재 시장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시장조사기관 CNNIC와 아이리서치(iResearch)가 개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13억 인구 중 현재 인터넷 이용자 수가 절반인 6억 명,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는 5억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 이용자는 6억의 절반인 3억 명이며, 놀랍게도 3억 명의 이용자가 구입한 금액이 국가 전체 소비액의 약 7.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알리바바가 정복해야 할 파이(시장 규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미지 : 지난해 3월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알리바바의 상장 신청서 내용 중 발췌>
하지만 온전히 알리바바만의 몫이 아니다. 기술력과 전략을 내세운 경쟁업체들이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으로 알리바바를 추격하고 있다. 2위 업체인 징둥싼청이 중국 최대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을 갖춘 텐센트 그룹과 협력하고, 글로벌 경쟁 기업인 아마존이 상해 자유무역특별지구에 둥지를 틀면서 알리바바그룹이 점유하였던 해외 거래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와 위협 가운데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온 알리바바가 이제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려고 한다.
마윈과 알리바바는 지난해부터 증시 상장을 준비해왔다. 처음엔 홍콩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였으나 의결권(1주1권) 문제로 나스닥 시장으로 선회하였다. 지난 1일부터 미국, 싱가포르, 일본, 영국 등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며 투자자들에게 알리바바의 가능성과 가치관을 설파하였고, 드디어 18일(미국 시간) 미국 나스닥에서 알리바바 주식 첫 거래를 게시한다. 이번 IPO를 통해 217억 7000만 달러(한화 22조 7453억 원)에 이르는 자본을 조달함으로써 시가총액은 1667억 달러(한화 174조 원)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최초 주당 공모가인 60~66달러일 경우 시가총액이 최소 1500달러(한화 약 156조 원)일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예상보다 많은 투자 수요가 예상되어 공모가를 상향 조정하였다. 글로벌 IT 기업 중 구글(3905억 달러), 페이스북(1939억 달러)에 이은 세 번째 규모이다.
마윈, 그의 신념 자체가 알리바바 경영전략이다
- 단기 수익이 아닌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중장기적 혁신’이 알리바바의 사명이자 전략
- 중국 현지에 맞는 ‘실용적’인 전자상거래 모델 구축
‘혁신’이란 기존의 현상을 변화시키는 파괴력을 가진 ‘무엇’이다. 단, 단발성 문제 해결이나 일시적 현상, 잠깐 뜨고 지는 것을 혁신이라 일컬을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 하나의 현상 변화를 시작으로 연쇄반응처럼 산업 전체로 확산되는 확장성과 파괴력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 마윈은 구조적 난제들이 산재한 중국 유통시장을 알리바바닷컴이라는 B2B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혁신’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알리바바 기업의 사명을 ‘중국의 희망인 중소 기업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판로를 알리바바로 열어주고 그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으로 삼았다.
기업 사명에 따른 전략으로 알리바바는 판매자들에게 판매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아마존이나 이베이는 판매수수료 매출 비중이 큰 반면 알리바바는 수수료 수익 없이 광고마케팅 매출만 50% 이상을 차지한다. 판매수수료가 없는 건 단기 수익이 중요한 알리바바그룹의 투자자와 내부 직원에게도 불만족일 수 있다. 하지만 마윈은 0원의 판매수수료로 중소 제조기업들의 진입장벽을 낮추어 기업 고객과 일반 소비자를 유인함으로써 플랫폼 규모화를 이루면, 판매자와 알리바바, 소비자 모두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나아가 중국 전체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니 이야 말로 그가 그리던 ‘혁신적’ 생태계가 아닌가. 그는 이를 기업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투자자와 직원들을 설득하였다.
그 가치관을 바탕으로 수수료 0원 정책뿐만 아니라 가격 흥정을 위한 채팅 기능, 검색, 안전하고 간편한 결제 시스템과 1-2일권 물류 배송 등 현지 이용자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춰나갔다. 알리바바닷컴 이후 타오바오와 티엔마오를 출범시키며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더욱 다져나갔다.
탁월한 인재 발굴 능력과 삼장법사의 리더십
마윈은 그의 리더십을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의 리더십에 비유한다. 능력이 탁월하지만 실수가 잦은 손오공과 게으르고 능력이 부족하지만 대장부의 호탕함과 유머를 지닌 저팔계, 개인주의인데다 포부 없이 주어진 만큼만 성실히 일하는 사오정 이 세 사람을 두루 다스리는 삼장법사. 그는 손오공처럼 탁월한 능력은 없지만 3인3색의 구성원에게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이들을 온화한 리더십으로 이끌어 최종 목표를 달성해낸다. 마윈이 삼장법사와 같다. 그는 비록 중국 IT 업계의 거인이지만 기술 지식이 어둡다. 하지만 그는 최고의 인재를 발굴하고 설득하여 마침내 그가 키를 잡은 배에 태우는 능력이 있다. 그렇게 발견한 사람이 알리바바의 부대표 차이충신(蔡崇信)이다. 그는 홍콩 대형 투자사에서 투자전문가로 활동하던 차이충신을 설득하여 알리바바 재무총괄에 임명하였다.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을 지닌 그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마윈과 경영측면에서 음과 양의 조합을 이루며 알리바바그룹을 키워나갔다. 그의 존재가 이 기업의 핵심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이다.
그는 삼장법사 리더십을 사업 다각화 전략에서도 발휘한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과 모바일 서비스, 물류 시스템 등 알리바바그룹의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해 분야의 전문 기업을 발굴하여 M&A와 지분 인수를 결정한다. 그가 내린 그룹 다각화 전략은 빠르게 변화하는 IT 시장 흐름에 적중하여 알리바바그룹은 거대한 인터넷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가 세우는 알리바바 왕국 – 중국 내수와 글로벌 시장
지난해 마윈이 국내 강연에서 ‘글로벌 기업’에 대해 이야기한 바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알리바바의 거래규모는 2580억 달러(한화 268조 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TOP 대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지난 강연에서 마윈은 “알리바바를 글로벌 기업이라 칭하지 않는다. 알리바바는 단지 14년 동안 살아남은 기업일 뿐이다”라고 말하였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한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이라 말할 수 없다. 글로벌 기업 철학과 문화, 비전, 인재 등이 갖춰진 기업이어야 한다.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 문제를 이해함으로써 그 시장의 생태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기업이 글로벌 기업이다.”
“그런 점에서 알리바바는 중국 시장에서 더욱 성장해야 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또한 이 가치관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그의 신념은 이번 나스닥 증시 상장을 위한 로드쇼에서도 일관되었다. 업계에서 알리바바의 나스닥 상장을 두고 알리바바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본격화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이 있지만 계속해서 중국 시장에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연평균 30%씩 성장, 모바일 전자상거래 시장은 연평균 70%씩 성장하는 추세이다. 또한 전자상거래라 사업 자체가 금융과 데이터, 하드웨어, 교육, 의료 분야 등 전 산업군과 이어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알리바바가 중국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넓혀나갈 잠재 시장의 규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올해 알리바바가 집중하여 개척하려는 시장은 금융과 물류, 의료, 콘텐츠 분야이다. 콘텐츠 분야는 교육과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포함한다. 전자상거래를 시작하며 축적된 이용자 기반과 서비스 노하우, 자본력으로 이제는 중국 소비자들의 ‘삶’ 전체를 대상으로 알리바바 플랫폼의 비즈니스 운영하겠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난해 1년 동안 알리바바는 금융과, 교육, 엔터테인먼트, 하드웨어 분야 등 다양한 중소 벤처 기업 34개를 발굴하여 총 160억 달러(한화 약 16조 원)을 투자하여 지분 인수를 단행하였다.
중국 시장에 집중하면서 알리바바는 해외 비즈니스 기회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업 경영의 60~70%를 내수에 집중하되 알리바바의 위협적인 경쟁자들을 견제하고자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 아시아 화교 분포 시장을 시작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알리바바는 대만 이용자들에게 당일 배송과 국내 물류비를 부과하는 등 내륙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대륙과 인접한 시장과 알리바바의 중국 문화에 익숙한 화교 시장을 우선으로 마윈의 경영 전략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알리바바가 미국 전자상거래 서비스 한 곳을 인수하여 티엔마오(Tmall)와 유사한 11 Main 서비스를 출시하였으나 미국 소비자의 반응이 차갑다. 알리바바가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현지 소비자에게 친숙한 미국 전자상거래 서비스 아마존과 이베이를 넘어서는 현지 소비자 문화 이해와 기술력, 자본력을 준비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마윈이 미국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 전략으로 현지 업체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아시아에서 만큼 빠른 성과가 나오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한국 시간으로 내일(19일, 미국 기준 18일) 알리바바 주식의 첫 거래가 게시된다. 시가총액 1667억 달러(한화 174조원)으로 자본을 확충하여 중국의 잠재 시장 개척을 위한 총알(자본)을 마련하는 알리바바그룹. 이번 나스닥 상장은 미국 비즈니스 진출보다 글로벌 대열에 합류한 기업으로서의 명성을 알리는 목적이 있다. 또한 중국 시장 지배력 확대에 집중하며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넘어 인프라, 금융, 의료, 콘텐츠 등으로 ‘알리바바 왕국’을 세우는 모멘텀이기도 하다.
102년 장수를 꿈꾸는 알리바바그룹. 중국에서 한 세기(100년)는 ‘평생’을 의미한다. 마윈은 98년 알리바바를 설립하면서 한 세기(100년) 동안 살아남는 장수 기업을 세우고자 했다. 이번 증시 상장이 남은 85년 미래를 그리기 위한 완벽한 기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였으며 중국의 닷컴 버블이라는 부정적 전망 또한 적지 않다. 중국 내에서는 알리바바의 시장 독점과 알리바바 서비스와 정부 규제의 상충 등 여러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윈이라는 총수의 리더십과 가치관이 ‘102년 장수하는 알리바바그룹’을 만들 수 있겠다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중국 시장의 대두로 글로벌 비즈니스의 무게 중심이 아시아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비즈니스 방향을 수립하고 기회를 발견하는 데 참고해야 할 지표 중 하나가 알리바바그룹이다. 마윈의 알리바바가 나아가는 방향을 보며 글로벌 IT 비즈니스의 미래 향방과 기회를 발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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