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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앤리의 스타트업×법] 어도어-뉴진스 사건으로 본 연예인 전속계약 분쟁의 변화

지난달 30일, 어도어 엔터테인먼트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확인의 소에서 어도어와 뉴진스가 체결한 전속계약이 유효하다는 원고 승소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이사가 대표직에서 해임된 이후, 뉴진스가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상 의무위반 및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과의 전속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함을 확인해달라는 소를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법원은 어도어의 채무불이행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고, 양 당사자 간 신뢰관계가 계약을 유지하기 힘들만큼 파탄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전속계약 분쟁의 경향이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 그리고 기획사와 연예인 각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1. 과거 전속계약 분쟁 VS 최근 전속계약 분쟁

과거 전속계약의 효력이 문제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계약기간을 10년 이상으로 지나치게 길게 정하거나, 이익의 분배비율, 계약의 해제사유 등이 기획사에만 유리하고 연예인에게는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성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법원은 전속계약이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연예인에게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면 민법 제103조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해 왔습니다.

이후 이른바 ‘연예인 노예계약’이 이슈화되면서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배포했고, 그 이후로는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과거와 같이 연예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전속계약은 드물어졌습니다. 그 결과 최근의 분쟁은 전속계약 자체의 효력을 문제삼기 보다는, 상대방의 전속계약상 의무위반과 그로 인한 신뢰관계 파탄이 문제되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어도어와 뉴진스 사이의 분쟁도 이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데, 구체적으로 뉴진스측은 민희진 전 대표의 해임으로 프로듀싱 공백이 발생한 것 등이 전속계약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 연예인과 기획사는 어떻게 대응하나

과거에는 전속계약서 문언의 공정성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전속계약서의 문언이 지나치게 불공정하게 작성되었음을 주장하여 승소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전속계약서 자체의 효력보다는, 계약상 의무 위반과 신뢰관계의 파탄이 분쟁의 주된 쟁점이 되면서 주장·입증의 난이도가 높아졌습니다. 전속계약의 해지를 주장하는 연예인으로서는 기획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신뢰관계가 파탄되었음을 주장·입증하여야 하고, 전속계약이 유효함을 주장하는 기획사로서는 채무를 불이행한 바 없고 설령 불이행하였더라도 신뢰관계가 파탄될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최근 연예인들이 자주 패소하는 이유

과거와 달리 현재는 ‘계약위반 여부’와 ‘신뢰관계 파탄’이 주된 쟁점이기 때문에, 단순한 문언해석을 넘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주장하고 이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보도된 전속계약 분쟁 사례에서 전속계약의 해지를 주장하는 연예인측이 패소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이러한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속계약서에 ‘연 O회 이상 음반 발매 보장’이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기획사가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면 이는 계약 위반에 해당합니다. 나아가 해당 조항의 위반이 해지사유로 규정되어 있다면, 연예인은 이를 근거로 전속계약의 해지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음반발매 보장 조항이 해지사유로 정해져 있지 않다면 어떨까요? 연예인은 기획사의 음반 미발매 사실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신뢰관계가 파탄되었음을 추가로 입증하여야 하고, 이때 전속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음반 발매 보장이 중요한 사항이었는지, 연예인이 기획사의 사정을 고려하여 음반 미발매를 용인한 적은 없는지 등 여러가지 사정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연 O회 이상 음반 발매 보장’은 비교적 판단하기 쉬운 계약사항에 속하지만, 연예인이 수익 정산에 공제된 비용 항목이 과다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연예인과 기획사가 공제 대상인 비용항목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면 어떤 비용까지가 연예인의 활동을 위하여 지출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판단의 문제이고, 기획사의 비용 관련 자료는 내부 자료이므로 연예인이 이를 확보하여 분석하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어 더해 비용의 과다 공제가 전속계약상 명시적인 해지사유가 아니라면 연예인의 입장에서는 비용 공제로 인해 신뢰관계가 파탄되었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다만 정산은 전속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므로, 비용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출 및 공제된 경우 신뢰관계 파탄이 인정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정리하면, 계약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쉽고(‘연 O회 이상 음반 발매 보장’) 그 위반이 해지사유로 규정되어 있다면 전속계약의 해지를 입증하기가 비교적 수월합니다. 그러나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비용의 과다 공제)이고, 해지사유로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전속계약의 해지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4. 전속계약서 작성의 중요성

다시 어도어와 뉴진스의 사례로 돌아가서, 뉴진스 멤버들이 주장한 주된 계약상 의무위반은 민희진 전 대표의 해임으로 인한 프로듀싱 공백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뉴진스가 민희진 전 대표에게 높은 신뢰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 민희진 전 대표의 지위가 전속계약상 중대 사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도어와 뉴진스 멤버들이 체결한 전속계약서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민희진 전 대표의 지위와 관련된 내용이 계약서상에 명시되어 있거나 민희진 전 대표의 해임이 계약상 해지사유로 명시되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뉴진스로서는 ① 민희진 전 대표를 신뢰하여 전속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전속계약상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고 ② 어도어가 민희진 전 대표를 해임한 것이 부당하며 ③ 이로 인해 어도어와 뉴진스 사이 신뢰관계가 파탄되었음을 모두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를 모두 입증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국 전속계약서에 양 당사자의 계약상 의무와 해지사유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하는지가 추후 분쟁 발생시 상대방의 계약위반을 입증하는 난이도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속계약서 작성은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양 당사자의 입장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추후 분쟁의 소지가 적도록 작성하시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최앤리 법률사무소 전한슬 변호사

최앤리 법률사무소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특화된 로펌입니다. 정보비대칭과 높은 비용 장벽을 걷어내고자 스타트업 법무에 집중한 끝에 주요 법무에 대한 수임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최앤리는 법인설립부터 주주간계약, 투자계약, 근로계약, 경영권 분쟁, 소규모M&A, 해산청산까지 스타트업에 최적화된 법무 경험을 축적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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