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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은 ‘대형화’, 지역은 ‘초기 집중’…갈라지는 AC 생태계

2024년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1,296억원을 투자했다. 같은 해 전체 액셀러레이터(AC) 투자금액 9,536억원의 13.6%를 한 곳이 담당한 셈이다. 반면 경남·충청·경북 권역 AC들은 전체 투자의 67~75%를 창업 3년 이하 초기 기업에 쏟아붓지만, 절대 투자금액은 전체의 10%를 넘지 못한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KAIA)가 25일 공개한 ‘2025 상반기 대한민국 액셀러레이터 산업백서’는 같은 제도권 안에서 작동하는 두 개의 다른 생태계를 보여준다. 수도권 대형 AC는 규모를 키우며 후기 단계까지 투자 영역을 확장하고, 지역과 공공형 AC는 소액 다건 방식으로 초기 창업 저변을 넓히는 구조다.

VC 라이선스 32개가 투자금액 48.7% 장악

백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벤처투자회사(VC) 라이선스를 함께 보유한 AC는 32개로 전체 등록 AC 474개의 6.8%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투자금액 비중은 2024년 46.7%, 2025년 상반기 48.7%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반면 투자건수 비중은 19% 수준에 머문다. 백서는 이를 “VC형 AC는 소수 대형 투자, 순수 AC는 소액 다건 투자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AC의 건당 평균 투자금액은 2017년 0.63억원에서 2025년 상반기 4.63억원으로 7배 이상 뛰었다.

2024년 기준 투자금액 상위 5개 AC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1,296억원), BSK인베스트먼트(510억원), 데일리파트너스(395억원), 퓨처플레이(338억원), 슈미트(289억원) 순이다. 상위 5개 AC만으로도 전체 투자금액의 29.6%를 차지한다.

말소 추세도 이런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2024년 신규 등록 AC 대비 말소 비율은 60% 수준이다. 백서는 이를 “등록과 퇴출이 동시에 일어나는 재편 국면”으로 규정했다. 2017년 이후 누적 말소된 AC는 142개에 달한다.

비수도권, 초기 투자 비중은 높지만 규모는 작아

지역별로 보면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수도권 AC가 누적 투자금액 2조 9,149억원으로 전체의 76.6%를 차지하지만, 초기 창업기업(창업 3년 이하) 투자 비중은 50.6%에 그친다.

반면 경남권은 초기 창업 투자금액 비중이 75.0%, 충청권 72.7%, 경북권 69.0%, 호남권 66.9%로 수도권보다 훨씬 높다. 비수도권 AC들이 ‘진짜 초기투자’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절대 투자금액은 충청권 9.4%, 경남권 7.7%, 호남권 3.8%, 경북권 2.0%로 미미하다. 초기 단계에 집중하는 만큼 건당 투자금액도 작다. 전체 AC의 초기기업 대상 건당 평균 투자금액은 2.81억원으로 전체 평균 3.28억원보다 낮다.

공공형 AC의 역할도 비슷하다. 기술지주, 창조경제혁신센터, 비영리법인, 산학협력단 등 80개 공공형 AC는 누적 투자금액 4,940억원(13.0%), 투자건수 2,462건(21.2%)을 기록했다. 건수 비중이 금액 비중보다 8.2%포인트 높다는 건 소액 다건 방식으로 생태계 저변 확대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모태펀드 비중은 오히려 하락

이런 구조적 분화는 모태펀드 참여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전체 AC 중 모태펀드 운용사는 73개(15.4%)다. 하지만 모태펀드 전체 자조합 결성금액에서 AC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9.0%에서 2024년 6.9%로 오히려 떨어졌다.

2024년 기준 모태펀드 출자 분야 49개 중 AC가 참여한 분야는 15개(30.6%)에 불과했다. 전체 운용사 145개 중 AC는 41개(28.3%)였다. AC가 선정된 15개 분야 안에서만 보면 AC 비율이 52.2%지만, 백서는 이를 “참여한 분야만 놓고 본 통계적 착시”라고 지적했다.

AC 투자의 55.7%(금액 기준), 65.0%(건수 기준)가 초기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지만, 모태펀드 접근성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성숙기 진입, 질적 경쟁 본격화

AC 생태계는 양적 성장을 마무리하고 질적 재편기에 들어섰다. 연간 신규 등록은 2021년 67개를 정점으로 2024년 53개로 감소했다. 반면 누적 투자금액은 3조 8,053억원, 누적 투자건수는 11,615건으로 2017년 대비 각각 139배, 22.7배 성장했다.

개인투자조합(PIF) 결성도 2022년 245개(3,020억원)를 정점으로 2023~2024년 감소·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벤처투자조합(VIF)은 2024년 8,931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공동결성 비율이 29.6%까지 올라가며 단독 운용 역량만으론 경쟁이 어려워지고 있다.

백서는 “말소된 AC는 대부분 통계에서 제외되어 실제 시장 규모보다 낮게 잡힌 ‘하한값’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특히 공동운영·공동투자·성과공유, 미공시 등으로 해석의 한계가 있다”고 전제했다.

2017년 37개로 시작한 AC 등록은 2025년 6월 기준 누적 474개에 달한다. 같은 제도 안에서 대형화와 초기 집중이라는 두 방향으로 나뉜 생태계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존하거나 분화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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