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타트업 현장을 다녀와서
제가 추석연휴 직전에 3일간 일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Youth Venture Summit이라는 컨퍼런스에서 일본의 스타트업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하고, 유명한 일본 기업가들과 패널토의도 진행했습니다. 또, 일본의 테크크런치가 되려고 하는 Engineer Type라는 언론사와 인터뷰도 해서 “A클래스의 슈퍼괴짜를 찾아라”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기도 했죠.
근데 사실 제가 일본에 간 것은 이런 대외활동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우리가 투자한 케이큐브 패밀리들의 해외 진출을 어떻게 더 도와줄 수 있을까 해서 일본 스타트업/IT업계의 주요 인물들을 만나기 위해서 간 것이었답니다. 일본의 주요 통신사, 포털사, 벤처캐피탈(VC), 인큐베이터의 고위임원과 exit을 경험한 성공한 기업가 십수명과 개별미팅을 하면서 많은 논의를 진행했고, 가능성을 좀 찾은 것 같아서 의미 있는 출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훨씬 자주 일본을 갈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일본 주요 업계 관계자들과 말씀을 나누면서 그 분들이 했던 말씀을 좀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저번에 작성한 “실리콘밸리로부터의 쓴소리”와 마찬가지로 누가 무슨 말을 한 것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하기에 공통적으로 그분들이 말씀하신 것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본 시장이 정말로 많이 변했다. 1년 전만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확실히 스타트업 붐이다. 많은 인큐베이터들이 생기고 있고, 대기업(통신사/포털사)도 스타트업들과 협력할 방안을 찾고 있다.
(from 통신사/포털사 both) 최근에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초기기업 펀드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미 시장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VC들과도 공동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 사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우리보다 스타트업 분야의 네트워크는 더 좋은 것 아니겠는가. 그들과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안할 이유가 없다. 한국 스타트업의 아이템이 일본에서 은근히 먹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from VC) 일본 시장도 가장 큰 문제는 M&A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에 통신사/포털들이 M&A 몇 건을 해주고 있어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M&A가 활발해지지 않으면 결국 초기기업 투자하는 것이 힘든 것 아니냐.
일본이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 관심을 그래도 가져주는 것이 있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인사들과 만나보면 그래도 아시아에서 일본/중국 시장에는 관심을 갖고 있고, 실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하면 실리콘밸리의 유명인사들이 비행기 티켓만 주면 온다. 아마 그들도 일본 시장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솔직히 일본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에 진출해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에 진출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특히 한국와 일본은 의외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일본이 단일 시장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한국 스타트업들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는데, 의외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가 높아서 놀랐다. 일본 스타트업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시장은 일본이 더 큰데 의외였다. 물론, 한국의 exit 환경이 일본보다 더 좋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key man을 알고 그 key man들이 도와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업계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소수를 만나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로 보면 30명 정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10년간 일본 출장을 ~10번 정도 갔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다가오는 느낌이 좀 달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평소에 갖고 있던 ‘일본은 느리고 비효율적이다’라는 생각이 최근의 스타트업 붐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고, (제가 top-tier 스타트업들만 만나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퀄러티도 매우 높았고, 빠르게 실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인큐베이터에서 괜찮은 서비스가 보여서 물어보니 “2명에서 3개월간 만들었고 이런 식으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답하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국내 스타트업들보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정신을 더 잘 살리고 있는 것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위의 코멘트에 나온 것처럼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낮은 것은 저도 의외였습니다. 여러가지 케이스를 들어보니 우리나라 스타트업 밸류의 50~60% 수준 정도가 아닌가 싶더라고요. (물론 case by case이겠지만) 그리고 기업가들도 당장의 밸류보다는 좋은 파트너를 찾아서 의미 있는 성장을 하고 싶어하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르게 갖추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답니다. 업계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서로 협력할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요. 물론, 실리콘밸리와 비교하면 아직 한참 멀었겠지만, 예전에 제가 알고 있던 일본은 확실히 아닌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수의 일본 서비스들을 보면서 정말로 한국과 그래도 유사한 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더라고요. 해서 해외 진출을 한다면 일본이 좋은 옵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 강해졌습니다. 우리 패밀리들과도 많은 논의를 해봐야겠어요.
ps. 때마침 어제 뉴욕타임즈에서도 일본 스타트업에 대한 특집기사가 어제 나왔더라고요. 같이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특집 기사는 나올 수 있을까요? =)
위 글은 벤처스퀘어와 제휴된 글입니다.
글 : 임지훈
출처 : http://www.venturesquare.net/3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