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도 ‘출판사 옆 대나무숲’이 있다.
최근 국내 트위터 생태계에 ‘대나무숲’이 화제를 모았었다. 출판사X를 비판하는 ‘출판사 옆 대나무숲’을 시작으로 신문사옆 대나무숲, IT회사 옆 대나무숲, 촬영장 옆 대나무숲, 디자인회사 옆 대나무숲, 이공계 대나무숲, 연구실 옆 대나무숲 등 우후죽순 대나무 숲들이 트위터 곳곳을 뒤덮었다.
이 인터넷 신문고에는‘갑’들에대한 ‘을’들의 생생한 불만과 비판이 담겨져 있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해결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단지 소리없는 아우성에 불과했던 셈이다. 각설하고.
러시아에서도 꽤나 이색적인 대나무숲이 등장했다.
Bribr(Bribr.org)라고 불리우는 이 러시아판 대나무숲 프로젝트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용자가 앱스토어에서 프로젝트명과 동일한 어플리케이션 Bribr를 다운받아 참여할 수 있다.
이 어플리케이션의 주요기능은 사용자가 익명으로 본인의 뇌물수수를 신고, 고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고백이라고는 하지만 길게 쓸 필요는 없게 되어있다.
어플리케이션 초기화면은 그동안 신고된 뇌물의 총 금액이 표시된다. 다음페이지에는 어떤이유로 뇌물을 줬는지 선택하고 그 다음에는 어디에서 줬는지 지도에 표시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다음페이지에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 할 수 있는 ‘누구에게’ ‘얼마’를 줬는지 체크하면 된다.
예를들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게 적발되었다. 경찰서에 들어가 조서를 쓰고 벌금을 내야겠지만 경찰에게 ‘얼마’를 주고 빠져나왔다’ 정도만 입력하면 되는 것이다. 예로써 든 사례지만 이러한 사례는 공공연히 일어나는 일반적인 일상속 풍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프로젝트 웹페이지에 있는 러시아 지도에 지역별로 표시되며 어떠한 경우에 뇌물을 줬는지에 대해 높은 순위별로 보여지게 된다. 러시아 각 지역의 부패지도를 만드는 셈이다.
대나무숲이 트위터를 기반으로 타인에 대한 불만을 내뱉는 비판대였다면 Bribr는 어플리케이션 기반으로 자신이 타인에게 준 뇌물과 그 금액을 신고하는 자기비판형 신문고이다. 집계된 자료를 보면 교통경찰에게 준 댓가성 뇌물이 51.9%로 앞도적으로 높았으며 그 다음순위로 고등교육기관(19.5%), 수사기관(11.1%) 등으로 나타났다.
이 어플리케이션은 러시아에 만연된 뇌물문화에 대한 비판과 개선을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세계 부패지수를 보면 러시아는 조사대상 183개국 중 143위를 차지했다. 부패 수준에 있어선 우간다, 나이지리아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자기고백형 뇌물신고 어플리케이션인 Bribr는 현재까지는 애플 앱스토에서만 다운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조만간 안드로이드용 어플리케이션으로도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