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 및 복지로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던 핸드스튜디오의 안준희 대표가 지난 1월 사직하며, 매드스퀘어의 대표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매드스퀘어의 토스큐는 한 번 보고 잊혀지는 동영상의 가치를 새롭게 살리는 동시에 채널, 나아가 TV를 구현하려는 서비스다. 기존 동영상들의 시청 형태가 개별로 보는 것이었다면, 토스큐에서는 채널화를 통해 TV를 보는 것처럼 B급 영상들을 보게 되는 셈이다. 토스큐 내에서의 채널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원하는 영상들을 담고 방송하기를 누르면 너도나도 PD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광고 수익을 얻을 수도 있고. 이런 컨셉들을 아우른 이름이 토스큐이다. 영상들을 ‘토스’해서 (방송을)‘큐’ 하라는 의미인 것.
매드스퀘어 안준희 대표를 만나 토스큐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핸드스튜디오 대표에서 매드스퀘어 대표가 됐다. 새로운 서비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부터 이야기 해보자.
토스큐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긴 지는 1년 정도 됐다. 정말 유효할 것인지에 대한 검증이 좀 필요해 6개월 정도는 아이디어 검증했고, 6개월 정도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실제 전문가들에게 소개하며 의견을 들었다. IT 업계, VC들 모두 반응이 좋더라. 다만 핸드스튜디오의 비즈니스 모델이 스마트TV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기에 운영 면에서 어려움이 있고, 여건 상 신생법인을 내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거라고 조언을 해줬다. 그래서 인큐베이팅을 하다가 법인을 따로 낸 것은 지난 1월 중순이다.
독립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아이디어 검증 후 2014년 여름부터 내부에 발제해서 베타 서비스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네다섯 명 정도로 팀을 구성했다. 핸드스튜디오의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 팀원을 빨리 확정지을 수 없어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핸드스튜디오의 비즈니스에 민폐가 되지 않으면서 최적의 사람과 일을 해야 했으니까. 한두 번 정도 팀원 교체가 있었다. 이후 10월 쯤 현재 멤버 8명을 확정하고 함께 독립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핸드스튜디오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 개편하고, 신임 대표 체제로 바꾸는 준비를 했다. 대대적으로 알린 건 올해 1월이지만, 그 전에 이미 신임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토스큐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
5년간 스마트TV 업계에 있다 보니 발견한 게 하나 있었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좋은 영상 소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을 제공할 만한 채널이나 미디어파워를 가지지 못해 어렵다는 것이다. 정말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도 있었고, 개인들도 있었는데, 기존 방송 산업이 무척 폐쇄적이기에 미디어 권력과 연결되지 않으면 시장의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는 사례가 무척 많았다. 그들의 갈증을 풀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방송시스템과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검증한 과정에 대해 말해준다면?
유투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와있는 B급 영상들이 굉장히 영향력을 미치면서 미디어 파워가 높아지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콘텐츠 측면에서 A급과 B급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는 판단을 하며 자신감을 얻게 됐다. MCN 사업자들이 많아지는 걸 볼 수 있지 않나.
보통 그런 부분에 대해 MCN 사업과 같은 인프라 사업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방송 시스템의 서비스를 직접 만들겠다는 건 신선해 보인다.
방송시장구조는 채널 사업자와 SO 사업자들로 구성돼 있다. SO사업자는 IPTV 업체와 같이 채널 편성권을 가진 이들을 말한다. SKT나 KT, LG U+은 SO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SBS, KBS, MBC 등의 채널을 수급한 다음 번호를 붙인 뒤 채널을 편성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일종의 중개자인 셈이다. 채널 사업자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거고, SO 사업자들은 채널 사업자들과의 이해관계를 통해 수급하고 소비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더해 제공하는 그런 구조인 거다.
나는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MCN 사업자들이 채널 사업자와 같다고 본다. 양질의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 트래픽을 늘려가는 거다. 그러나 SO 사업자의 역할은 지금 비어있다. 동영상이 많아지면서 이제 동영상을 연속해서 시청하는 것, 즉 TV를 시청하는 행태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며 채널 SO 사업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
네이버나 유투브 등 기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네이버나 유투브가 이 채널 사업을 할 순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비용도 정말 많이 들 것이고. 몸집이 커지면 변화의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지 않나. 그들이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동영상 저장소 같은 역할을 포기할 수 없다는 거다. 비즈니스 모델이 거기에 있으니까.
반면 빠른 변화에 유연한 서비스를 가지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스타트업의 매력이다. 그 관점에서 우리가 선점하고 빠르게 진출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판단했다.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는 그들을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는 거다. 오히려 보조자로 본다. 토스큐 서비스를 통해 그들의 영상을 보게 된다면 그들의 트래픽이 높아지는 형태기 때문이다. 아웃링크로 다 연결된다. 결국 우리 서비스가 잘 될수록 그들의 광고 단가도 올라가는 거다.
서비스 컨셉에 대해 조금 더 말해준다면?
복잡하지 않다. 세상에 떠도는 모든 B급 영상들을 라이너블(Linable, Line+able) 스트리밍을 통해 ‘B급 채널’, 나아가 ‘B급 TV’를 구현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라이너블 스트리밍은 연속해서 재생하는 방식을 말한다.
B급 TV를 설명해 준다면?
예를 들면, 현재 TV에 1번부터 1000번까지 방송채널이 있다고 치자. 1001번, 1002번으로 토스큐의 채널이 들어갈 수 있는 거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일정 구간 내에서는 지상파를 보고, 일정 구간에서는 IPTV를 보고, 또 일정 구간에서는 토스큐를 볼 수 있는 거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다가 재미있는 동영상이 눈에 띄면 자주 보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들만 모아져 있는 채널을 찾아본다는 건 또 다른 이야기 아닌가?
그저 TV 안의 많은 채널 중 하나가 되면 되는 거다. 토스큐는 웹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단말기에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목표하는 바다. TV에 꼭 임베디드 되지 않아도, 크롬캐스트 같은 장치에 들어갈 수 있는 거다. 보통 TV의 외부입력 1번에 단자를 꽂는다. 1번이 IPTV인데, 2, 3, 4번 슬롯에는 아무것도 안 꽂고 있다. 이 외부입력 2번에 토스큐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TV 채널을 돌리다 볼 게 없을 때, 외부입력 한번만 누르면 B급 영상들의 채널들이 열리는 거다. 보통 TV를 보는 행위는 목적성이 없다. 그저 탐색한다. 그걸 채널 재핑이라고 하는데, 그 범위를 넓혀주는 것이다.
방송시장 진출에 대한 계획도 있나?
임베디드 방식으로 올 여름 안에 론칭한다. 사전 준비를 다 끝내놓고 시작한 거라 속도가 빠른 편이다. 중국에서는 단말기 이름도 토스큐로 하고 임베디드 형식으로 진행하자는 제안이 왔다. 그 단말기를 사면 토스큐가 자동으로 서비스 되는 것이다.
토스큐 유저의 행태를 설명해준다면?
시청의 행태와 편성의 행태가 있을 거다. 시청은 국가 별로 특성에 맞는 100개의 채널을 매일 선정해서 제시하고 있다. 시청자는 그저 탐색(채널 재핑)하다가 보고 싶은 걸 보면 된다. 더불어 검색을 통해서 원하는 채널을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검색을 통해 개별 동영상들을 찾았다면, 토스큐에서는 채널 자체를 결과물로 볼 수 있다.
편성의 행태는, 내가 운영하는 스피치 관련 채널을 예로들면 될듯 싶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김창옥 교수의 영상을 찾기 위해 토스큐에서 검색하면 유투브에서 결과를 찾을지, 토스큐 내에서 찾을지, SNS에서 찾을지에 대한 선택옵션이 뜬다. 원하는 것으로 선택하면 내 채널에 담을 수 있고, 방송하기를 누르면 그 채널이 편성돼 방송이 되는 거다. 영상 순서를 내가 직접 정하고 광고도 직접 넣을 수 있다. 수익을 많이 내려면 광고를 자주 넣어야 할텐데, 그렇게 되면 채널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나. 그 균형을 유저 스스로 잡을 수 있다. 전국민이 PD가 될 수 있는 서비스인 거다. 즉, 채널 편성자는 마음에 드는 동영상을 모아서 관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그걸 편성해서 방송하면 광고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게 된다.
채널을 만든 이들에게 돌아가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
여름 이후 광고가 들어간다. 보통 동영상은 프리(PRE)광고가 들어가는데, 토스큐에서는 인서트(Insert) 광고가 적용된다. 15분 영상보다가 광고가 나오는 등 진짜 방송처럼 진행되는 것이다. 광고 수익의 최대 50-60%까지 채널 편성권자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참고로 유투브가 55% 선이다. 그것을 기준으로 잡았다. 편성자들은 좋은 동영상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좋은 동영상을 찾아 편성하는 것만으로도 광고 수익을 낼 수 있다.
원제작자에 대한 저작권 이슈는 없나?
토스큐는 아웃링크방식이다. 즉, 토스큐에서 동영상을 보게 되면 유투브 광고 단가가 올라간다. 원작자도 본인이 올린 사이트를 통해 광고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거다. 법적으로도 저작권 이슈는 없는 상태다. 실 사례로, 국내 유명 유투버들을 만나 미팅을 진행했을 때, 다들 이 서비스를 좋게 평가해 줬다. 특별히 노고가 더 드는 것도 아니고, 수익이 늘어나는 거니까. 이미 다수의 MOU를 맺었다.
토스큐의 주요 KPI는 무엇인가?
많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유저의 숫자나 UV, PV를 KPI로 잡는데, 우리는 채널 수 자체가 자산이라고 본다. 오픈마켓처럼 유저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자기 채널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KPI인 셈이다. 일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유저가 5천명이라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채널이 5천 개라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굉장히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5천개의 채널을 확보한 다음 일반 방송시장으로 진출을 한다면, 무한채널을 가진 것이 되는 거다.
현재 채널수는 얼마나 되나? 향후 목표 수치까지 말해 달라.
현재 200개 정도 확보했다. 6개월 안에 1만개 채널 확보가 목표다. 현재 베타인데 일반 채널들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이고, 오는 5월 경 전국민 채널 오디션을 계획하고 있다. 가치 있는 동영상을 찾으면 누구나 채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벤트로 알리기 위해서다. 우승상금으로 1억 원을 걸 예정이다.
시청자의 검색 결과물에 따른 키워드 광고 형태는 생각하고 있나?
유저가 불편해지는 것은 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즐겨 찾은 공통 태그, 빈도수, 체류 시간이 길었던 콘텐츠 등 순서에 따라 반영된다. 개인 맞춤형 결과물인 셈이다. 사람마다 채널을 재핑하다가 멈춰서는 동영상들이 있다. 그 체류시간을 트래킹 한다. 이 시스템을 한 달만 돌리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물을 제공한다.
베타테스트의 이후 확인한 시장 반응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
베타를 론칭한지 2주 정도가 됐다. 페이스북에서 알린 것이 다이기에 유저 수가 큰 의미를 차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생각했던 가설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상태라 내부에서는 무척 고무적이다. 일단 들어오면 개별 동영상 시청하는 것보다 동영상 체류시간이 2-3배 이상 길고 원하는 영상을 찾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없다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 그리고 동영상 서비스인데 채널화 하니 여러 통계들이 방송 시청의 통계를 따라간다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까지의 방송산업은 IT산업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항상 독점적으로 따로 평가되어 왔다. 나는 이런 방송산업을 IT로 끌고 오는 것이 목표였다. 현재 우리가 상정했던 가설이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엔젤투자 및 기관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엔젤투자는 동영상 또는 미디어 관련 서비스를 운영 중인 개인 투자자에게 받았다. 이들은 채널이 얼마나 파워가 있고 얼마나 필요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만난 날 바로 투자 결정을 해줬다.
기관투자도 이제 마무리가 됐는데, ‘토스큐는 B급 세상을 여는 거니까, 모든 TV의 외부입력 2번 단자는 너희 것으로 하는 걸 목표로 하라’고 응원해주고 있다.
안준희 대표 하면 복지가 떠오른다. 메드스퀘어에서도 그 철학은 동일한가?
핸드스튜디오에서 많이 배웠다. 환경적 복지로는 직원이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고. 기존과 마찬가지로 ‘벌면 나눈다’는 철학은 항상 지켜나갈 것이지만, 핸드스튜디오에서 했던 만큼은 능동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엔젤 및 기관 투자가 마무리 되며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진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다만 직원에 대한 정서적 복지, 직원들 간의 친밀감이나 관계를 중시하는 복지들은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이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계획은 있나?
있다. 중국과 미국에 진출을 준비 중이고, 우선 여름에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8월 이후면 베타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토스큐는 죽은 동영상의 가치가 새롭게 살아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동영상은 지금까지 소모제로 여겨졌다. 한 번 본 동영상을 다시 보는 일은 많지 않으니까. 다만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하나 있다. 재방송이다. 케이블방송 대다수가 재방송이지 않나. 시청자들은 봤던 거라도 또 보게 된다. 개별 영상으로는 보지 않던 콘텐츠가 채널화가 되면 다시 봐진다는 이야기다. 즉 소모제를 영구제로 바꾸어 내는 것이 채널의 힘인 것이다.
우리는 이 채널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B급 영상 또는 가치를 잃은 영상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나갈 것이다.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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