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패션엔터테인먼트(FES, Fashion Entertainments)의 스마트워치 크라우드펀딩이 진행되었다. 이것은 밴드와 문자판의 색상과 패턴을 변경할 수 있는 전자 잉크 기반 스마트 워치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밝혀진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패션엔터테인먼트가 크라우드펀딩을 위해 소니가 만든 가상회사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은 스타트업 혹은 중소기업의 자금 출자를 위한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아이폰6 카메라 부품과 플레이스테이션4를 생산하는 소니의 명성과 비교했을 때,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은 350만엔(한화 약 3200만원)은 그리 높은 금액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가 이러한 시도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니의 크라우드펀딩 담당자는 “이러한 시도는 자금 조달이 목적이 아니라, 제품 출시 전 얼리어답터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시장 반응을 살펴보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이렇듯 최근 많은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는 자금 조달 이상의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며 시작된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가 성공의 핵심은 아니다
킥스타터에서 작년 한해 진행된 프로젝트는 66,607개로, 이를통해 해외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시장 규모는 400억(2014년 기준)으로 5.4조인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상대적으로 작은 수치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최근 하드웨어,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하면서 계속해서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3천만원 투자유치에 성공한 리니어블의 성공의 이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배울 수 있는 IT 융합교육 교구인 헬로 긱스의 비트브릭 역시 초기 설정했던 목표금의 6배인 약 2천만원을 달성하며 종료되었다. 최근 제노플랜의 다이어트를 위한 유전자 분석 키트 프로젝트가 7일 만에 목표액 1천만원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경쟁력을 가진 제품이라면 국내에서도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 WADIZ
아직 국내에서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기 때문에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주식을 못산다고 소비재에 대한 소비가 멈추는 것이 아닌 것처럼, 주식에 관심이 없는 많은 사람들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입법 여부에 관계없이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에 더 많이 참여 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즉,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크기 및 제약요건보다 제품의 경쟁력을 살펴보는 것이 크라우드펀딩 성공을 위한 보다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제품의 경쟁력을 스스로 입증하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기기 업체인 오큘러스를 23억(한화 2조 5천억원) 달러에 인수했다. 오큘러스가 아직 정식으로 제품 출시를 하지 않은 작은 규모의 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것은 매우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 kickstarter
사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한 이면에는 크라우드펀딩이 있었다. 2012년 킥스타터에서 진행된 오큘러스 프로젝트는 참여자 9,522명, 기존 목표액의 10배인 2,437,429달러(한화 약 25억원)를 달성하며 성공리에 종료되었다. 오큘러스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시장이 가상 현실 기기 제품에 목말라 있으며, 자사의 제품이 해당 시장에서 경쟁력 있다는 것을 직접 입증해낸 것이다.
국내 주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 텀블벅 그리고 오마이컴퍼니 등은 참여자에게 리워드를 제공하는 형식의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 자금이 결국 리워드 제공을 위한 비용으로 쓰이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의 의문을 종합했을 때, “왜 크라우드펀딩을 해야 하는 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다다르게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오큘러스의 사례에서 보듯, 크라우드펀딩은 단순히 자금을 모으는 것 이외에 제품의 시장성을 입증해내는 좋은 수단인 것이다.
인디고고의 공동 창립자인 Ringelmann 역시 “인디고고는 자금을 모으는 곳이자 시장 테스트 및 검증을 위한 창구”라며 “크라우드펀딩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위한 잠재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리니어블
국내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 지난 12월 와디즈에서 진행된 미아방지 웨어러블 리니어블이 그 좋은 예이다. 리니어블은 비콘을 이용하여 아이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약 35,000,000원을 모으며 성공을 거두었다. 리니어블 측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미아 방지를 위한 안전 장치의 수요를 확인함과 동시에, 리니어블의 제품에 대한 시장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크라우드펀딩 성공 후, 리니어블은 다양한 업체들과 MOU를 맺으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읽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생산자는 고객 관점에서 제품 및 서비스를 평가하고, 시장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첫째, 제품 개선을 위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 와디즈에서 진행된 비트브릭 프로젝트는 기존 목표액의 6배 이상인 2천만원을 훌쩍 넘는 금액을 모으며 종료되었다. 이들의 성과만큼이나 눈여겨볼 사실은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피드백이었다.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완구의 경우,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매력적인 패키지이냐는 것이다. 학부모와 교육자가 주 타겟이었던 비트브릭 프로젝트는 유독 참여자들의 피드백이 많았는데, 그 중 아래 이미지의 내용이 인상적이다.
ⓒ WADIZ
이처럼, 성공적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한 헬로긱스 측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정식으로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제품을 미리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제품 개선을 위한 좋은 양분이 되는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었다.
둘째,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적정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 현재 국내 대부분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펀딩에 참여해준 사람들에게 그에 응당한 리워드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되는데, 이때 얼마나 매력적으로 리워드를 설계하느냐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른다. 크라우드펀딩에서 리워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구성될 수 있으며, 가격 역시 차등을 두어 설정하거나, 파격적으로 높게 또는 낮게 설정될 수 있다. 프로젝트 진행자는 리워드 설계를 통해 어떤 가격대까지 참여가 이루어지는 지, 가격에 대한 참여의 민감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파악하여 시장에서 요구되는 적정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또한 참여자들을 분석해봄으로써 예측만 했던 향후 표적 시장을 정확히 선정할 수 있게 해준다.
셋째, 고객 지향적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객 지향적인 마케팅이란 고객이 생산자를 파트너로 여기도록 고객과의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중을 설득하여 공감을 사고, 소비를 끌어내는 일련의 작업인 크라우드펀딩과 꼭 맞는다. 생산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직접 댓글을 달고, 1:1로 참여를 독려하며 진행 상황을 중계하는 등 고객과의 교류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프로젝트 진행자는 소비자와 강한 연대감을 형성하여 충성 고객을 만들 수 있게된다.
크라우드펀딩,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곳
크라우드펀딩은 벤처캐피탈의 투자 자금과 양적으로 비교하여 놓치기에는 아까운 기회들이 너무나도 많다. 일반적으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둘러보다 보면 성공한 프로젝트뿐만이 아니라 실패한 프로젝트 역시 살펴볼 수 있는데, 이것 또한 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패한 다른 프로젝트를 살핌으로써 수요가 있는 사업 아이템 설정과 시장의 크기 및 치명적인 결함을 확인하여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크라우드펀딩에서 직접 실패를 경험한 후, 후속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사례도 왕왕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초기 프로젝트 실패의 경험을 통해 제품 및 서비스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효과적인 크라우드펀딩 전략을 수립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렇듯 크라우드펀딩은 기업의 성장을 위한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기업이 감수 해야 하는 위험을 감소시켜줄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곳, 바로 크라우드펀딩이다.
크라우드산업연구소 지현정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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