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191] ‘콘텐츠가 제대로 대우받는 세상을 만든다’ 문피아 김환철 대표
포털을 제외한다면 국내 최대 웹소설 연재 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문피아의 3월 기준 매출이 8억 원을 넘었다. 전월매출 12%, 전년동기 700%성장이고, 본격적인 유료서비스를 시작한지 19개월 만에 올린 성과다. 콘텐츠에 대해 지갑을 잘 열지 않는 국내 생태계에 비추어보면 유의미한 수치다. 문피아측은 올해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올해 웹소설 시장 규모의 1/4을 문피아가 점유하는 셈이다. 특히, 텍스트 기반 콘텐츠라는 것 또한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더불어 문피아는 장르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들에게 등용문 역할과 의미있는 수입원 역할을 하고 있다. 문피아에서 활동중인 작가 중 1명은 지난해 4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문피아를 이끌고 있는 김환철 대표는 전문 경영인이 아니라 작가출신 사업가로 본명보다 ‘금강’이라는 필명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 무협소설계 1세대 작가다. 34년차 작가인 김대표는 대중문학 작가가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질 높은 작품을 써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해 문피아를 설립했다고 말한다. 더불어 문피아를 전자출판 기업이 아닌 콘텐츠 기업이라고 설명한다.
문피아는 업력으로만 놓고보면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척박한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거두고 있기에 전자출판 혹은 콘텐츠 비즈니스를 구상중인 (예비)스타트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김환철 대표를 만나봤다.
한국무협 1세대 작가로 ‘금강’이란 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요즘은 작가 본명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80년대 무협작가는 중국식 필명을 짓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독자들도 무협지를 한국사람이 쓰는 줄 몰랐었고. 그래서 내 불명(佛名)을 필명으로 썼다.
처녀작은 81년 ‘금검경혼’이었고, 대표작은 ‘발해의 혼’으로 알고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대표작도 같은 작품인가?
발해의 혼은 대표작이라기 보다는 변신을 위한 첫 번째 걸음이었다. 그리고 가장 힘들게 집필한 작품이다.
당시 무협장르는 마이너 문학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것을 벗어나 일반소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역사물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내게 흥미롭게 다가온 것이 발해였다. 3개월 정도면 무협작품 한 질을 썼기에 6개월 정도면 탈고가 될거라 판단하고 시작했다. 그런데 6개월 간 한 권도 다 못 썼다. 발해를 어떻게 해석하고, 제대로 보여줄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1년 6개월 정도 한문서적 150권을 검토하며 발해에 대한 공부를 했다.
이후 고생 끝에 작품이 나왔고, 평가도 좋았다. 판매도 잘됐다. 당시 35만부 정도 나간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쓴 작품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발해의 혼이 첫 걸음이었다면, 이후에는 어떤 작품을 시도했나?
카오스의 새벽이란 SF소설이 있었다. SF소설 최초 TV광고도 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 (웃음)
당시 유명작가의 이름을 빌려 대필 하는 풍조가 있었다. 이름을 빌려준 적이 있나?
그런 제안이 꽤 있었다. 대졸 초봉 30만원 하던 시절에 이름 한 번 빌려주면 7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왜 고민이 없었겠나. 그래서 좋은 작품이면 빌려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가져온 작품들 중 눈에 차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안 했다.
사업가이자 협회장(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으로 활동하기에 작가로서 집필이 어려울 것 같다.
2014년 7월까지는 썼다. 네이버 웹소설에서 1년 7개월 정도 판타지물을 연재했다. 다만 완결을 시키지는 못 했다. 시간이 나면 이어가려 한다.
국내 출판계가 어렵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작가로서 가장 먼저 체감했을 거라고 본다. 국내 출판시장의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혹은 돌파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나?
출판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리고 그 원인은 우리나라 교육에 있다고 본다. 출판은 책을 쓰고 찍어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주고 읽어줄 독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체계는 책 읽을 여유를 주지 않는다. 독서는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다. 교육이 바뀌지 않는한 출판시장은 더 어려워질거라 본다.
문피아가 오픈한지 13년이 흘렀다. 뒤늦은 질문이지만, 문피아를 설립한 이유가 있었나?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시 몇몇 서비스에서 저작물 정산형태가 불투명했다. 사기수준이었다. 그에대한 반발심이 컸고, 이용당하지 말고 제대로 해야한다고 봤다. 그래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개발자 1명, 마케팅 겸 총무 1 명, 경리 1명이 구성원의 전부였다.
첫 시작은 ‘고무림’이라 불리우던 무협전문 사이트였다. 현재는 문피아에서 여러 장르소설을 볼 수 있다.
2002년 무협전문 사이트 ‘고무림’으로 시작했고, 판타지물이 트렌드였을 때 ‘고무림 판타지’로 잠시 명칭을 변경했다가 2006년 모든 장르를 아우르자는 의미로 ‘문피아’로 서비스명을 바꿔서 이어가고 있다.
문피아의 유료화는 2013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과 후의 차이가 있나?
법인으로 전환은 2012년 12월에 했다. 유료화는 2013년 8월에 처음 시작했다. 법인 설립 전에는 운영자와 독자의 차이가 거의 없는 커뮤니티 사이트였지만, 법인이 된 다음에는 회사와 사용자가 된거고,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로 바뀐거다. 그렇기에 그에 맞는 역할을 하고있다.
또한, 법인 설립 후 작가들과의 관계도 새로 정립되었다. 이전에는 선배와 후배, 혹은 선생과 제자였다면, 지금은 업체와 작가의 관계가 된 거다. 다만 먼저 글을 써 본 사람이기에 후배 작가들에게 조언을 할 때는 있다.
콘텐츠 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정액제다. 그런데 문피아의 과금체계는 편당 과금으로 가고 있다. 이유가 있나?
현재까지는 안 하는 중이다. 정액제로 가면 다작을 하는 작가가 많이 가져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순위에 집착하게 된다. 많이 쓰는 것과 독자가 인정할만한 양질의 콘텐츠는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한 편을 쓰더라도 여러편을 쓴 사람보다 나은 대접을 받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봤다. 작가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다. 다작을 강요받는 환경에서 순위에서 떨어질까봐 폐인처럼 지내는 작가들을 여럿 봤다. 1/n로 나누는 것과 자신이 쓴 작품의 수익을 온전히 가져가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정액제를 도입할 수도 있을거다.
문피아의 3월 매출이 8억을 넘었다.이 추세로 가면 연매출 100억을 바라볼 수도 있다. 웹소설 기반 콘텐츠 기업으로 흔치않은 매출이다. 문피아만의 서비스 전략은 무엇인가?
서비스나 기능은 어떻게 하든지 간에 구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자들이 원하는 것과 작가들에게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지켜본 결과 독자의 니즈는 간단명료하다. 자신의 돈을 가져가는 대신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쓸 수 있는 작가를 발굴해야 하고, 그들에게 도움이되는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작가들에게 트렌드에 맞춰 글을 쓰라는 요구나 조언을 하지 않는다. 페스트 팔로워는 아무리 해봐야 2등 밖에 못하기 때문이다. 퍼스트 무버가 되야 1등을 할 수 있고, 스타가 나오는 것이다. 문피아는 전자출판 업체로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컨텐츠 기업으로의 미래를 본다. 원고를 받아 퍼블리싱으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 만화나 영화, 게임, 드라마가 될 수 있게끔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을 기조로 가지고 있다. 그것을 위해 나름 동분서주 중이다.
회사의 매출도 중요하지만, 콘텐츠 생산자인 작가들의 수익도 중요하겠다.
2014년 1월 가장 많이 가져간 작가가 600만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1월 가장 많이 가져간 작가가 1,600만원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10위 작가가 백만원 정도는 받아갔다면, 현재는 100위 작가가 백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략 10배이상 커진셈이다.
연간 가장 많이 수익을 올린 작가는 얼마를 받아갔나? 그리고 전체평균은 어느정도인가?
가장 많이 받아간 작가는 4억 원 규모였다. 전체 평균을 내는 것은 조금 애매하다. 작가들도 많고, 편차도 심하다.
작가와의 수입 배분비율은 어느정도인가?
7:3이다. 독점계약의 경우 10%정도 더 높다.
웹과 앱 중 사용자는 어디쪽이 더 많나?
모바일이 70%가 넘는다. 시대의 흐름이다.
콘텐츠 사업 중 현재 웹툰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성인물 위주라는 비판도 있다.
토렌트나 웹하드 등에 가면 자극적인 포르노물이 널려있다. 그것들에 비하면 굉장히 건전한 것 아니겠나. 대중은 답답한 일상이 반복되면 돌파구를 찾게 마련이다. 현재 그러한 돌파구 노릇을 하는 것이 웹툰이나 소설, 게임이다.
마찬가지로 웹소설들은 대중이 느끼는 답답함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쉬운 소설을 읽는다고 깍아내리면 안된다. 양서를 읽는 이들에 비해 더디기는 할 망정 안 읽는 사람보다는 보다 논리적이 되지 않겠나. 열혈독자 중 국어 못하는 사람은 못봤다. 더불어 현재 장르소설은 서서히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독자들은 좀 더 나은 것을 원하는 동시에 쉽고 편한 것을 원한다. 이러한 요구사항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다.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하고, 독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본다.
웹하드 등에 웹소설 불법 콘텐츠들도 많다. 이에대한 대비책은 무엇인가?
하이텔 동호회 시절부터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근절되지 않는 부분이다. 경찰에 의뢰도 했었고, 기술적 방지책도 세워봤고, 심지어 현상금도 걸어봤다. 그런데 소용이 없더라. 더 어려워진 것은 스마트 기기로 바뀐뒤 기술적 방법은 의미가 없어졌다는 거다. 어떤 친구들은 OCR로 인식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직접 타이핑을 해서 유통시키더라. 출판되었을 경우 북스캔을 통해 유통시키고 말이다.
문피아의 독자 연령층은 어떻게 되나?
다양하다. 유료독자의 경우 20대와 30대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이색적인 부분은 70대 독자도 있다는 것이다.
2015년 4월 현재 문피아 내 가장 인기있는 작품은 어떤 장르인가?
지난 몇 개월동안 레이드물이라고도 불리우는 현대 판타지가 강세다.
문피아에 등록된 작가가 9,000여명이 넘고 그중에 절반 정도가 활발히 활동을 하고있다고 들었다. 어찌보면 작가풀이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전(대한민국 웹소설 공모대전)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금규모도 크다.
어느 업종이든 새로운 얼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작가는 계기가 있어야 등장한다. 과거 작가들의 로망이 신춘문예 당선이었듯 공모전을 통해 작가가 될 수 있는 문을 열어주려는 것이다. 그렇게 등장한 작가들이 성공하면 그들의 사례가 다른 작가지망생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거다.
여담이지만, 고무림 당시 개최한 ‘신춘무협’에서 입선한 중견작가는 당시 상금 때문에 응모했다고 하더라. (웃음)
문피아는 해외진출도 고려하는 중이다. 현재 어떤 준비를 하고있나? 그리고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
중국 합작법인을 검토중이다.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번역이겠다. 한국어가 전세계 언어 중 가장 번역하기 어렵다는 것을 통감하는 중이다. 콘텐츠를 번역해 해외로 나간 사례가 많지 않기에 관련 인력 또한 극히 적다. 노하우가 없는거다.
특히, 중국진출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다만, 준비없이 들어가는 것은 지양하려 한다. 현재는 영어권과 중국어권을 겨냥해 번역작업을 하는 중이다.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시도다.
물론 자신감은 있다. 장담하건대 우리나라 작가는 체계적인 훈련만 받으면 전 세계 그 누구보다 글을 더 잘 쓸 수 있다고 본다.
어떤 교육을 말하는 건가? 글쓰기나 작가 소양은 대학교육으로 부족한가?
관련 전공은 일반 문학을 쓰는 교육은 하지만, 재미있는 스토리를 쓰는 교육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토리 교육을 비정기적으로 문피아에서 해왔다. 이후에는 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 차원에서 작가를 키우는 아카데미를 열 계획이다. 근일 공고가 나갈거다.
영어권과 중국어권 전략이 다를거라고 본다.
중국은 다양한 장르를 내보내려 한다. 영어권은 일단 판타지물로 가려한다.
중국에서 이윤세(필명 귀여니)작가의 소설이 ‘청춘소설’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만큼 인기가 있었다. 이후에 성과를 거둔 작가가 있나?
중국에서 출판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작가는 몇 명 봤다. 하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에 의미없다고 본다. 이윤세 작가는 스토리를 쓸 줄 아는 친구다. 더 대단한 것은 그 소설을 번역한 역자다. 번역을 제대로 했다.
선배 작가이기에 후배 작가들, 연재작가들이 상담을 많이 할 것으로 본다. 어떤 조언을 해주고 있나?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재미다. 더불어 독자의 답답함 등 니즈를 풀어주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재미가 없으면 무료라고 해도 독자는 보지 않는다. 대중이 읽게 만든 다음에 작가가 원하는 메시지를 넣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자도 식감이 떨어지면 먹지 않잖은가.
최근 문피아 내 이슈는 무엇인가?
개발자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느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사람 구하기 힘들더라. 더불어 근일 오피스를 더 넓은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끝으로, 문피아가 이루려고 하는 미래와 가치를 이야기해준다면?
‘제대로 된 콘텐츠가 제대로 된 대우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려 한다. 더불어 남들과 똑같이 가기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