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89.1%가 말하는 것

어떤 서비스가 시장의 89.1%를 차지한다는 건 단순히 “많이 쓴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이미 선택의 영역을 벗어났다는 의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2월 15일 발표한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에서 드러난 OTT 이용률 89.1%는 서비스 보급률이 아니라 일종의 기본값이 된 세계를 보여준다. 전국 만 10세 이상 6,55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20대는 99.7%, 30대는 99.4%가 OTT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료 구독형 이용률은 54.2%다. 절반이 돈을 낸다. 이들이 유료 구독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콘텐츠 종류가 다양하고, 시간과 장소 제약이 없고, OTT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여전히 핵심이다.

반대로 유료 구독을 하지 않는 이유도 명확하다. 방송이나 유튜브로 충분하고, 비용이 부담스럽다. 콘텐츠는 중요하지만, 돈은 아깝다.

광고를 받아들인 사람들

넷플릭스와 티빙 이용자 중 34.8%가 광고 요금제를 선택했다. 쿠팡플레이가 무료 광고형을 도입하자 기존 유료 이용자의 26.9%가 광고형으로 전환했다. 유료 이용자의 64.7%는 제휴나 할인을 활용한다. 월평균 지출액은 10,909원이지만,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금액은 7,939원이다.

사람들은 콘텐츠를 원한다. 하지만 그만큼 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광고를 본다. 할인을 찾는다. 과거에 광고는 무료의 대가였다. 지금은 유료 할인 수단이다. 그리고 광고 요금제 이용자의 87.3%는 “계속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여러 개를 쓰되, 각각에는 최소한만

평균 2.1개의 OTT를 구독한다. 20-30대는 2.7~2.8개다. 넷플릭스 47.6%, 쿠팡플레이 18.9%, 티빙 13.1%, 디즈니플러스 8.3%. 각 플랫폼은 고유한 콘텐츠를 갖고 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티빙의 국내 예능, 디즈니의 IP. 사람들은 이 콘텐츠들을 원한다. 그래서 여러 개를 구독한다.

하지만 각각에 많은 돈을 내려 하지는 않는다. 광고형을 선택하거나, 할인을 활용하거나, 제휴 혜택을 찾는다. 콘텐츠는 여전히 구독의 이유지만, 가격은 여전히 부담이다.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률이 20.6%로 전년 대비 6%p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영상·음악·숏폼을 묶어서 파는 올인원이 개별 구독보다 가성비로 인식된다. 여러 서비스를 각각 구독하느니, 묶음으로 사는 게 낫다.

콘텐츠는 이겼지만, 가격은 지지 않았다

OTT가 89.1%까지 확산된 이유는 콘텐츠다. 다양하고, 독점적이고, 시공간 제약이 없다. 사람들이 구독을 결정하는 이유도 콘텐츠다. 주제와 소재, 출연진과 제작진, 화제성. 콘텐츠 경쟁력이 플랫폼 선택을 좌우한다.

하지만 콘텐츠가 이겼다고 해서 플랫폼이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광고 요금제 34.8%, 광고형 전환 26.9%, 제휴·할인 이용 64.7%. 적정가와 실제 지출액 사이의 3,000원 격차. 사람들은 콘텐츠를 원하지만, 최소 비용으로 접근하려 한다.

플랫폼들은 콘텐츠로 경쟁하고 있다. 오리지널 제작에 투자하고, 독점 계약을 따내고,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한다. 그래서 넷플릭스가 47.6%로 1위고, 각 플랫폼이 자기 영역을 만들고 있다. 콘텐츠 경쟁에서 이기는 플랫폼이 이용자를 얻는다.

하지만 동시에 가격 경쟁도 해야 한다. 광고형을 도입하고, 할인을 제공하고, 무료 체험을 늘린다. 콘텐츠에 투자할수록 더 많이 받고 싶지만, 사람들은 더 적게 내려 한다. 콘텐츠 경쟁에서 이겨도, 가격 경쟁에서는 밀린다.

89.1%는 콘텐츠의 승리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콘텐츠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은 콘텐츠를 원하지만, 가격은 양보하지 않는다.

이 긴장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플랫폼들은 계속 콘텐츠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가격 저항을 관리해야 한다. 89.1%의 시장에서, 승부는 이 두 요구를 어떻게 동시에 충족시키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플래텀 에디터 / 스타트업 소식을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댓글

댓글 남기기


관련 기사

이벤트

콘진원, 싱가포르서 ‘콘텐츠 IP 액셀러레이트’ 개최… 뉴유니버스 등 공동제작 성과

이벤트

한국콘텐츠진흥원·씨엔티테크, AI·3D 콘텐츠 스타트업 데모데이 개최

이벤트

한국콘텐츠진흥원, AI·XR 접목 콘텐츠 스타트업 11곳 데모데이 개최

이벤트

콘진원, 美 LA서 ‘유녹 2025’ 개최… K-콘텐츠 북미 투자 유치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