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음식 보관함에서 찾아가세요” 도시락 보관함으로 보는 중국의 O2O
지난 심천(深圳) 탐방 프로그램으로 남산구(區) 소프트웨어 산업단지에 방문했을 때 건물 1층에 설치되어 있던 도시락 자판기를 흥미로워 하는 이들이 많았다. 반대로 중국인들은 왜 한국인들이 그 자판기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하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그들에게는 그것이 일상이었던 것이다.
중국에는 이 도시락 자판기를 비롯해 기계가 짜주는 오렌지주스 자판기가 있는 등 일상에 접목된 O2O 서비스들이 다수 존재한다. O2O 영역 확산이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 자판기는 당일 아침 도시락 공장에서 만든 도시락을 자판기 안에 구비해두는 것이다. 도시락을 판매하는 시간은 월~금 오전 11시 20분부터 오후 1시 20분까지이다. 모토는 ‘위생과 청결을 준수하여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판매하는 도시락은 네 종류로 가격은 10위안, 15위안(한화 2000원~ 3000원 정도)사이다. 지폐와 동전,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도시락 자판기야 그리 신기할 것이 없었지만, 자판기 맞은편에 있던 보관함은 흥미를 끌었다. 얼핏보면 사물 보관함으로 보이지만 도시락 보관함이란다.
이 보관함을 통한 음식 주문법은 간단하다. 먼저 QR코드를 찍어 위챗(Wechat)에서 기업 계정을 팔로우하고, 주문할 음식을 골라 결제를 완료하면 비밀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사용자는 보관함에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문한 음식을 찾아갈 수 있다. 단순히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온도 된다.
회원가입 후 첫 주문시 6위안(한화 1000원)에 이용할 수 있고, 당일 아침 10시 반까지 주문이 가능하지만 전날 주문시에는 23%까지 할인이 적용된다. (중국에서는 할인율이 아닌 원가에서 할인받는 비율을 적기 때문에 77折라고 쓰여있으면 23% 할인이라는 뜻이다.)
점심뿐만 아니라 아침, 단체주문, 공동구매까지 가능했다. 이름과 연락처, 음식을 수령할 장소를 입력하면 주문 가능한 메뉴를 볼 수 있다. 아침에는 샌드위치, 죽 같은 간단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점심때는 여러 가지 음식을 주문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결제는 위챗페이(微信支付)와 알리페이(支付宝)로 할 수 있다.
도시락 보관함을 이용해 O2O 음식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는 ‘바이웨이리엔멍(百味联盟)‘은 화웨이 출신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심천 남산 소프트웨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중이다. 심천판 ‘어러머(饿了么, 중국판 배달의 민족)’를 지향하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타켓은 바쁜 도시 직장인으로 점심시간 밖에 나가 줄 서고, 기다려서 먹을 필요 없이 점심을 해결할 수 있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제휴되어 있는 매장의 음식을 제공하지만, 직접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기도 한다.
바이웨이리엔멍은 500㎡ 규모 자체 주방을 통해 위생과 식재료에 신경을 써서 음식을 만든다. 직접 만들 때 시간과 원가를 줄일 수 있어 사용자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점차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끼니를 해결하는 문제는 모든 직장인들의 고민거리일 것이다. 이들의 불편함을 해소시켜 줄 참신한 서비스가 우리나라에도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심천에서 음식 배달은 오토바이나 스쿠터가 아닌 자전거로 한다. 도시마다 도로교통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교통안전을 위해 스쿠터 운행을 금지하고 있다. 대신 우편, 가스, 배달업에 한해 모터가 달린 자전거를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