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돌 프로젝트 #1] 게스트하우스 거실에서 만난 中 스타트업 ‘HJPoint’
예비 창업자에게 필요한 조언을 듣기위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 간 38회에 걸쳐 한중미 창업자 및 창업기관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프로젝트가 있다. 박정석(아주대학교 금융공학과 ), 주정은(아주대학교 심리학과) 두 사람이 진행한 희망돌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두 사람의 오지랖이 남들보다 조금 더 넓어 기획됐다는 해당 프로젝트는 한국, 중국, 미국의 청년 창업가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예비창업자들과 공유한다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희망돌 프로젝트의 결과물(인터뷰)을 플래텀에서 순차적으로 연재한다. 시작은 중국 스타트업 HJPoint다. (편집자 주)
베이징에서 우리가 묶었던 곳은 중관춘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TeaTree’ 게스트하우스였다. TeaTree 게스트하우스의 공동창업자이자 매니저인 Xichen는 우리와 비슷한 나이대의 대학생으로 그를 포함해 세 명의 대학생 친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세 명의 대표 매니저들은 게스트하우스 외 각자 스타트업을 따로 하고 있으며 본업은 각자하는 사업이고 게스트하우스는 부업이란다. 더불어 현재 많은 중국 청년들이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있으며, 자신들도 그중에 하나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길지않은 대화였지만 보수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한 번에 깰 수 있었던 만남이었다. 각설하고.
2주가량의 중국일정을 소화하며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총 15명의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다. 모든 일정을 잘 마무리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게스트 하우스 거실에서 10여 명의 중국 청년들이 프로젝터 화면에 뭔가를 띄우고 열심히 토론 중이었다. 처음엔 대학생들이 모여서 친목도모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주요 안건에 대해 회의 중인 스타트업이란다.
재밌기도 했지만 이상하기도 했다. 왜 이들은 사무실이 아닌 게스트하우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계획에 없었던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그들도 우리의 요청을 그들은 흔쾌히 응해주었다. 중국 스타트업 HJPoint 이야기다.
어떤 회사인지, 어떤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시겠어요?
HJPoint라는 명칭의 스타트업입니다. 중국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무선인터넷(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설립한지 1년 만에 엔젤투자를 받았고, 다음 단계로 한국과 일본을 여행하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준비중이에요. 그후에는 미국과 유럽까지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여기 있는 인원이 꽤 많은데, 모두 같은 팀인가요?
더 많아요. 사업 초기에는 룸메이트, 클래스메이트 등 5명과 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수익이 나오고 엔젤 투자를 받으면서 지금은 20명 규모에요.
HJPoint 구성원들의 평균 연령대를 물어봐도 될까요?
평소에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따져보니 평균 26살 정도 되는 것 같네요. 대부분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 과정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몇 명은 박사 과정을 밟고 있고요. 학부생들은 인턴으로 일하고 있고요.
석사와 박사과정이라면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지 않나요? 이 부근에 있는 칭화대나 베이징대와 같이 고학력의 학생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삶을 추구한다고 들었는데요.
틀린말은 아니에요. 이전까지 대부분의 고학력의 졸업생들은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으로 취직했었죠. 인터넷 대기업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에 많이들 취업하고 있고요.
하지만 최근에는 창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정부의 정책 덕분에 그런 것도 있지만, B.A.T그룹을 만든 창업주들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은듯 해요. ‘그들도 했는데 왜 나는 못해?’라는 생각을 고학력일수록 더 많이들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스타트업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내 꿈’을 쫓을 수 있는 ‘내 일’을 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큰 위험이 따르는 모험이지만, 이 일이 매우 유망하다고도 보고요. 여기있는 우리 모두 ‘차이니즈 드림’을 쫓고 있는 셈이죠. 차이니즈 드림을 이루는데 가장 멋진 과정이 스타드업이고요.
팀원 모두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건가요?
당연하죠. 20명 중 3~4명 정도만 파트 타임(인턴)으로 일하고 있고, 모두 임금을 지급 받는 정규직이예요.
사무실이 아니라 게스트 하우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데요.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가요?
베이징에서 특별한 전경은 아닐거에요. 스타트업이 번듯한 사무실을 마련하고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게다가 우리처럼 인원이 많다면 더욱 어렵겠죠. 그럴경우 게스트하우스나 주변 상가의 공간을 대여해 회의를 진행해요. 게스트하우스에서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네트워킹이 이루어지기도 하고요. 상하이나 선전(심천)은 어떨지 모르지만, 베이징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모습이에요.
중국을 가르켜 세계 속 또다른 세계라고도 하는데요. 현재 중국 시장을 어떻게 보고있나요?
시장을 떠나 중국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평범했던 산업과 분야가 어느날 갑자기 유명해지고, 유명했던 산업과 분야가 또 급격히 가라앉기도 해요. 사견이지만, 외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도 이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도태되는 경우도 많아요. 흐름이 너무 빨라 놓치기 쉽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늘 더 긴장하면서 시장의 변화에 주목하려 해요.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글로벌을 지향하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중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여겨져요. 한국 스타트업에게 조언해 주신다면요?
앞서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중국 자체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그 변화에 잘 대응해야 한다고 봐요. 더불어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중국에서 창업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 하다고 봐요.
한국 방송국에서 제작한 ‘슈퍼차이나’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억해요? 그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을 때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죠. 그런데 ‘슈퍼 차이나’는 현실이 아니라고 봐요. 영상에 비춰진 것만 보고 중국에 오면 절대 안 돼요.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중국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거에요. 중국에서 창업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1~2년 정도 이곳에 머물면서 진짜 중국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미디어와 현실은 달라요. 그것도 아주 많이. 더불어 중국 국가 정책에 대해서도 잘 이해해야 해요. 중국에서는 정부를 무시하고는 절대 어떤 일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짧은 시간 내 해결하려 한다면 신뢰할 수 있는 중국인과 공동 창업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30분 정도의 짧은 인터뷰였지만, 중국에 청년 창업이 일반화 되고, 활성화 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중국 청년들이 어떤 자세로 창업에 임하고 어떤 사고와 열정으로 일을 진행하는지를 단편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고.
HJPoint와의 만남을 비롯해 중국 일정을 소화하면서 중국 스타트업은 양도 많지만 질적으로도 수준이 매우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보편화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 스타트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