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막한 모바일 스타트업 컨퍼런스 ‘맥스서밋’(MAX Summit 2015 in Seoul) 오후 세션에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국내 대표 VC 관계자들의 패널토론이 진행되었다.
패널로는 매쉬업엔젤스 이택경 대표, 케이큐브벤처스 정신아 상무, 빅베이슨캐피탈 윤필구 대표가 참석했으며, 이들은 ‘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매력과 어려움’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관련 내용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사진 왼쪽부터) 매쉬업엔젤스 이택경 대표, 케이큐브벤처스 정신아 상무, 빅베이슨캐피탈 윤필구 대표
여러분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변화를 몸으로 겪어온 장본인들이다. 지난 5~6년 간 주목할만한 변화가 있었다면?
이택경 대표 : 생태계가 많이 좋아졌다는거다. 내가 다음 설립에 참여할 때만 하더라로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정보 루트가 있어 그런 시행착오가 적다. 더불어 스타트업이 화두가 되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다양한 지원프로그램과 공간이 많이 생겼다. 만 5년 간 스타트업 투자 업무를 하면서 느낀 변화도 있다. 2010년만 하더라도 스타트업 후보 자체가 적었다. 대다수는 대학생 위주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도 늘어났고, 다양한 직군에서 유입되고 있다. 대기업, 컨설팅 업체까지 창업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건전하고 다양해졌다. 투자는 실리콘밸리에 비교하면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인기있는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자가 줄을 설 정도다.
정신아 상무 : 어려워진 점을 이야기 하자면, 모바일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2011~12년에 비해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도 적어졌고, 실행률도 많지 않다. 우수한 인재가 많이 나오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로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한 경쟁이 필수적이다.
윤필구 대표 : 현재 젊은층에서 창업을 하려는 시도가 많다는 것이 가장 달라진 점이다. 과거 창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젊은층에 큰 리스크였다. 하지만 현재 다양한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 마켓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였다. 당시만하더라도 투자사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스타트업을 모시는 것 자체가 큰 일이다. 창업자 뿐만 아니라 VC도 열심히 일을 해야하는 생태계가 되었다.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자체가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고있다. 연대보증 면제 등 제도적인 측면도 따라오는 중이고. 한국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중 더 필요하다거나 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
정신아 : 팁스가 긴 호흡으로 가는 스타트업에 도움이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기술기반 창업이 많이 늘었다. 케이큐브벤처스도 지난해부터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투자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했고. 더불어 미래부 본투글로벌 등에서 법인 설립 등 기업설립 프로세스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택경 : 전문엔젤이 투자하고 정부가 R&D 자금을 지원하는 ‘전문엔젤 주도형 고급 기술창업 프로그램’, 일명 ‘미니 팁스’ 프로그램도 좋은 제도다.
아쉬운 점은 생태계 전체로 봤을 때 투자회수(EXIT)시장이 중요한데, 이 부분이 미비하다. 더불어 국내는 M&A 숫자 자체가 적다. 정부의 숙제라기 보다는 민간에서 경쟁이 되면 자연스레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IPO 역시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코스닥은 벤처가 상장하기 적합하지 않다. 아마존이 한국에 온다해도 코스닥 상장은 못할거다. 이 부분은 정부의 숙제라고 본다. 정부가 인프라를 깔아줄 수는 있지만 정밀폭격은 민간의 영역이라 본다. 디테일한 부분은 민간이 맡고, 인프라와 생태계 조성을 정부가 맡는다면 더 좋은 생태계가 되리라 본다.
한국이 실리콘밸리에 비해 미진한 부분은 무엇이라 보나?
윤필구 : 실리콘밸리는 정부의 역할이란 것이 위법성 체크를 제외하면 없다. 투자는 모두 민간에서 이루어지며, 방향성 등 모든 것이 행정이나 정책이 아니라 경제성 논리대로 움직인다. 그것이 실리콘밸리의 원동력이다.
현재 한국에서 정부의 지원이 초기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천년만년 끌고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장이 척박할 때 스파크를 일으키기 위해 정부 공적자금이 투여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어느정도 활성과 되면 민간에 이양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더불어 현재 정부의 정책이나 프로그램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부족한 점은 그 뒷닷의 엣싯(EXIT)시장이다. 그런 부분에 정부가 문을 열어주면 좋겠다.
엑싯시장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엑싯에 대해 창업자 등 관계자들에게 조언할 부분이 있다면?
이택경 : 창업자들에게 국내에서 엑싯은 없다고 조언한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손익분기점 넘기고 그 뒤에 IPO를 보라고 한다. M&A는 어디 찾아가서 설득한다고 되지는 않는다. M&A는 고려할 수 있겠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건가. 잘 경영하고 섹시하게 보인다면 기회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엑싯시장이 어렵다면 IPO시장이라고 문턱이 낮아야 한다. 어떤부분에서 보면 나스닥이 코스닥보다 진입장벽이 낮다. 벤처환경에 맞춘 대안이 필요하다.
정신아 : 같은 맥락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스타트업이 시작단계부터 M&A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하는 것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자신의 제품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실리콘밸리에서 M&A가 활성화 된 이유는 경쟁이라고 본다. 인수기업 입장에서 자사에 도움이 되거나 경쟁사가 인수했을 때 자사에 위험 부담이 있을때 경쟁이 활발해지는 것이 실리콘밸리다. 그래서 역량있는 스타트업이 더 나와야 하고,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스타트업을 인수해 성공한 리딩 대기업이 생기면 저변이 넓어지리라 본다.
윤필구 : M&A를 염두에 둔 사업은 대부분 실패한다. 실리콘밸리도 마찬가지다. M&A는 예측도 어렵고 가능성도 낮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재미나 매력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려움이 있다면?
이택경 : 초기 스타트업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같이 고민하고 사업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다음 초창기 생각도 나고. 어려운 점이라면, 90%이상 기업이 객관적인 가치를 나타낼 숫자가 없는 기업이다. 팀구성과 사업아이템의 가능성만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셈이다. 카드게임으로 예를 들자면 카드 한 장만 보고 결정해야한다. 이 부분에 난이도가 있다.
정신아 : 초기투자의 좋은 점은 가장 앞선 트렌드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 세 번 보고 결혼하는 느낌이다. 더불어 그들과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 역할 역시 보람이 있다. 다음 라운드로 가는데 조력자 역할을 하는것도 좋고. 개인적으로 지표는 없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주의깊게 본다.
VC로서 어려운 점은 이제 스타트업이 투자자에게 매력어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스타트업에게 매력어필을 하는 추세라는 거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좋은 점 아니겠나. 우수한 팀이 많이 나오는 것이니까.
윤필구 : 구글, 아마존 등에 투자한 존 도어는 ‘벤처캐피털은 겸손해지는 비즈니스’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기술, 좋은 창업자가 경영하는 회사에 투자해도 상당수 회사는 망한다는거다. 투자자의 판단도 자주 틀린다. 그래서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그게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다.
스타트업에게 느끼는 매력은 잘 되는 회사를 봤을 때다, 자식도 해준건 별로 없지만 잘 되면 뿌듯하지 않나. 여기서도 다양한 변수가 있다. 잘 되는 회사도 투자자가 예측하지 못한 이유로 잘 되는 경우도 많다.
투자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뭘 보고 투자하냐는 것이다. 뻔한 대답 제외하고 본인의 노하우는 무엇인가?
윤필구 : 구체적인 것은 영업비밀이지만 패턴매칭이 있을 수 있겠다. 어떤 조건의 어떤 창업자에 투자했을 때 잘 된 경험이 있다면 그런 종류의 창업자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다. 나도 그런것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더불어 보여지는 부분도 있지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팀도 있다. 투자자와 만나는 연락하는 순간부터 모든것이 평가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어떻게 VC에 연락했는지부터 만났을 때 인상이나 목소리 톤 등 모든것이 대상이다.
정신아 : 자신의 사업 영역에서 가장 잘 하는지를 본다. 패션사업이라면 패션에 관심이 있는지, O2O라면 그 영역에 대해 뼈져지게 고민을 했는지 등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당사자가 모르면 사업이 어려워진다.
이택경 : 원론적인 답변이겠지만, 팀과 비즈니스 모델을 본다. 실제로 그렇다. 대신에 패턴은 있다. 팀웍이 강해야 한다.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깨질것 같은 팀은 투자를 안 한다. 더불어 신념이 중요하다. 조금 어렵다고 곧장 피봇(사업모델 변경)을 하는 경우도 좋아보이지는 않다. 피봇 빈도수는 좋은팀이 더 많더라.
개인적으로 창업팀과 첫 미팅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하고, 두 번째부터는 리스크를 보는 스타일이다. 카드 한 장을 보고 결정하는 과정이기에 확률계산이 어렵다. 카드 한 장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보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것이 평가대상에 속한다. 100%정답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그 팀이 해결하려는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는지 관심이 많은지 아이디어가 어느정도 나와있는지 종합적으로 본다. 초기기업은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정말 좋은 팀이라도 우리와 궁합이 안 맞는다면 다른 투자사에 소개를 하기도 한다.
끝으로, 내년 계획을 이야기해 달라.
윤필구 :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가려 한다. 투자한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 진출한다. 현지에서 자리 잡게 열심히 도울 예정이다. 국내 초기기업에 투자는 올해처럼 계속 진행하려 한다.
정신아 : 우리도 마찬가지다. 현재 케이큐브벤처스는 시즌2라고 할 수 있다. 파트너 4명이 각각 영역별로 진행했지만, 내년에는 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할 예정이다.
이택경 : 매쉬업엔젤스는 올해 20개 팀으로 클로징한다. 내년에는 조금 줄여 15개 내로 배치팀을 모집하려 한다. 고도화시키고 정예화 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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